박정대 시인의 ‘앵두꽃을 찾아서’에 “소주이거나 항주이거나”란 표현이 있다.

소주(蘇州)와 항주(杭州)는 중국의 명승지(名勝地)인데 소주이거나 항주이거나란 표현은 모두 아름다운 곳이니 차이가 없다는 의미인지? 아니면 인접(隣接)한 곳이기에 차이가 없다는 의미인지?
어제 사전 예약을 거쳐 경회루 2층 누각에 올라 높은 시야 즉 왕의 시선으로 경복궁 사방 풍경을 보았다.

평소와는 사뭇 다른 감회가 느껴졌는데 내게는 서쪽 방향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낙양각의 기둥과 기둥 사이에 펼쳐진 푸른 초목과 하늘 등의 풍경이 마치 액자 속의 절경을 보는 듯 했기 때문이다.

창덕궁 후원에 비견할 곳이 경복궁에는 무엇이 있는가, 란 의문을 가졌었는데 이제 경회루 2층 누(樓)에서 보는 낙양각 기둥과 기둥 사이의 풍경이라 말하고 싶다.

경복궁 (전체)이거나 경회루이거나란 말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열린 마당의 경우 계단을 올라 보면 남산 풍경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마치 액자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안양루(安養樓) 아래에서 보는 위쪽 풍경이 액자 같은 느낌을 자아내는 부석사(浮石寺)도 생각할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설계자는 바로 이 영주 부석사(浮石寺)에서 영감을 얻었을 것이다.

기록을 보니 부석사가 세워진 것은 676년이고 1580년과 1740년 중건되었다.

경복궁은 1867년 흥선대원군에 의해 중건되었다. 부석사(중건된 해는 1740년)가 경복궁(중건된 해는 1867년)보다 먼저 지어졌으니 경복궁 경회루의 액자 풍경이 부석사 안양루의 액자 풍경에서 영감을 받아 연출된 것이라 볼 여지가 있다.

물론 우연의 산물일 수도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아니 경회루의 경우든 안양루의 경우든 국립중앙박물관 열린 마당의 경우든 의도의 산물인지 우연의 산물인지가 사실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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