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7월 이후 올 2월까지 ‘양재시민의 숲’역을 네 번 찾았다.

인근에 윤봉길의사 기념관이 있어 매헌(梅軒)역이라고도 불리는 이 역에서 내려 세 번 모두 3번 출구를 통해 밖으로 올라왔었다.

서울을 찾으면 강북 그 중에서도 종로 일대에 머물곤 하는 내게는 이례적인 일이다.

한 숲 해설사는 ‘양재시민의 숲‘역에 내리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3번 출구로 나와 숲을 찾는다는 말을 한다.

이 분이 대안으로 제시하는 출구는 8번 출구이다. 이 출구를 통해 찾는 숲이야말로 양재동의 진짜 멋진 숲이라는 것이다.

물론 내가 3번 출구를 이용한 것은 모두 어떤 출판사에 가기 위해서였다.

어떻든 나는 (출판사 송년회를 위해 한 번 모인 것을 제외한) 출판사를 찾은 세 번 모두 택배를 통해서든 직접이든 스무 권이 넘는 책을 얻어가지고 왔었다.

그러니 ’양재시민의 숲’역에 대한 내 기억은 좋을 수 밖에 없다.

말했듯 ‘양재시민의 숲’ 역 인근에는 숲이 있지만 와인바와 이색 맛집들도 즐비하다고 한다. 서울의 이색지대라 할 만하다.

이곳 ‘양재시민의 숲‘ 역 8번 출구는 사람들로 넘치는 인근의 강남역과는 너무도 다르게 한가롭다.

당연히 양재시민의 숲 역시 한가롭다.

그리고 자생하는 나무들 가운데 고요한 명상을 생각하게 하는 나무가 있다.

메타세쿼이아의 사촌급에 해당하는 낙우송(落羽松)이다.

메타세쿼이아(metasequoia)는 세쿼이아 다음(meta)에 발견된 나무이다.

지난 해 12월 정독 도서관 독서진흥과에 들렀을 때 직원 두 분이 내게 명함을 요구했었다.

그 중 한 분이 자신이 사는 곳이 바로 ’양재시민의 숲‘역 인근의 서초구 강남대로라는 말씀을 하셨다.
서울 강남이 계획도시로 하루가 다르게 발전했지만 양재마을은 더디게 강남권에 편입되었다.

1970년 경부고속도로 개통으로 택지로 조성됐지만1980년대 초만 해도 버스 2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였던 그곳에 양재 시민의 숲이 들어선 것은 1983년이었다.

그 이후 8차선 도로가 뚫려 교통이 편리해지면서 땅값이 올랐지만 강남에서 그나마 집값이 낮아 20~30대 직장인이 많아 자고 나면 생기는 것이 커피점과 24시간 편의점이었다고 한다.

나도 처음 출판사에 전화를 해 길을 물었을 때 직원으로부터 출판사가 있는 곳이 준 5도씨 인근이라는 말을 들었다.

준 5도씨가 June 5 도(度) C(centigrade)라는 카페라는 사실을 안 것은 나중이었다.

현재 논현동 청호불교문화원의 상좌불교 한국 명상원의 대표이신 묘원(妙圓) 법사님을 모시고 명상을 하던 지난 2002년 우리가 모이던 곳이 양재동 강남 여성회관이었다.

당시 함께 명상에 참여하셨던 여(女) 원장님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은 것은 그로부터 몇 년 후였다.

그 이후 참 많은 일이 있었다. 명상이라 했지만 숲길을 산책하는 것도 좌정(坐定) 못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와인바와 이색 맛집보다 먼저 찾아야 할 곳이 숲길이 아닌가 싶다.

궁(경복궁, 창덕궁)과 능(선정릉), 그리고 서점 외에 내가 찾을 서울의 새 명소로 만들고 싶다.

다음 주 수요일 만남 프로그램에 양재시민의 숲 모임을 넣는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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