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작가 커트 보네거트(Kurt Vonnegut)가 관심을 끈다. 이미 타계(1922 – 2007)한 분이고 사회적 이슈가 형성된 것도 아니고 아름다운 문장을 쓰는 분도 아니다.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나는 미국의 작곡가들에 거의 관심을 두지 않듯 미국 작가들에 대해서도 그런 입장을 취한다.
그런데 커트 보네거트는 예외적이다. 보네거트는 벌지 대전투에서 정찰병으로 적후를 살피다가 독일군의 포로가 되어 드레스덴에 수용되었었다.
벌지 전투는 제 2차 세계대전의 서부전선에서 독일군 최후의 대반격에 대해 연합군이 붙인 이름이다.
‘제5 도살장‘은 드레스덴 폭격시 도살장에 포로로 갇혀있던 경험이 바탕이 되어 쓰인 그의 대표작이다.
보네거트의 작품은 전쟁을 소재로 한 것에서도 위트와 유머가 빛을 발한다. 물론 이 점 때문에 내가 관심을 갖는 것은 아니다.
이런 점은 내가 배워야 할 바이지만 내가 그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그의 이력 때문이다.
그는 영어 교사, 자동차 영업사원, 소방수 등의 일을 하며 퇴근 후 글을 썼다.
내가 그를 눈여겨 보는 것은 그가 영어 교사, 자동차 영업사원, 소방수 등의 일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런 일을 하면서까지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이다.
물론 그의 글들은 아직 내게는 면밀히 살펴보아야 할 불확정적인 작품들일 뿐이다.
이력 때문에 비롯되었지만 작품성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면 거두어야 할 것이 호감이다.
당연하지만 이력 때문에 억지 관심을 두어서도 안 되고 이력 때문에 외면해서도 안 될 것이다.
어떻든 커트 보네거트는 출판사와 잡지사에 출근해 온갖 허드레 글을 쓰고 퇴근 후 소설을 쓴 올더스 헉슬리와 비교해보고 싶은 작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