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자들 중에 괴짜 천재들이 꽤 많은 듯 하다. 볼프강 파울리와 폴 디랙이 그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인물이 아닐까 싶다.
리언 레더먼의 ‘신의 입자’에서 볼프강 파울리의 괴팍한 성격을 다시 확인했다. 레더먼은 파울리가 한 학생의 논문을 보고 “이건 틀린 정도가 아니라 틀렸다고 말할 수조차 없는 지경이라고(not even wrong)”(335 페이지)란 말을 했다는 사실을 전한다.
레더먼은 파울리의 말을 역사에 길이 남을 명언이라 정의한다.
폴 디랙도 만만치 않다. 폴 디랙은 캐나다 토론토 대학에서 강의할 때 청중 가운데 한 사람이 “칠판에 쓰신 수식이 어떻게 유도되었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라고 하자 “저 분의 말씀은 질문이 아니라 의견입니다.“(프랭크 클로우스 지음 ‘반물질’ 55 페이지)라는 말을 했다.
디랙의 말도 대단하지만 파울리의 말에 비하면 얌전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틀렸다고 말할 수조차 없다는 말을 들으니 입자 가속기에 대해 가졌던 궁금증이 생각난다. 질문의 격(格)과 수준에서 너무 초라한 궁금증이었다.
입자 가속기에 넣어 빛에 가까운 속도로 가속시키는 입자를 어떻게 구하는지 궁금했지만 어디에 물을 수도 없었다.
그런데 720 페이지나 되는 책에서 레더먼이 질문을 하고 답까지 내놓아 반갑기 그지 없다.
레더먼에 의하면 전선에 열을 가하여 백열 상태로 만들면 전자가 튀어나온다. 양성자는 수소 원자의 핵이므로 수소기체를 사오면 된다.(370 페이지)
레더먼은 양자역학은 기괴하고 낯설지만 실험결과와 정확하게 일치하며 아인슈타인, 슈뢰딩거 등 이론적 기초를 다진 석학들조차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파격적이라 말한다.
신의 입자를 설명하기까지의 과정도 흥미롭고 일화와 사소한 내용들까지도 상세하게 설명하는 친절함은 미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