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용어로 말하자면 인플루엔자와 감기는 ‘서로 소(素)‘이다. 무관(無關;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한 것이다.
그들의 무관은 ˝치병과 환후는 각각 따로인 것을˝(‘혼자 가는 먼 집‘에 수록된 ‘혼자 가는 먼 집‘ 중 일부)이란 허수경 시인의 표현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몸과 마음은 결코 서로 소가 아니다. 나는 지금 사흘째 몸살과 맘살을 앓고 있다. 몸살이 맘살을 부른 것이다. 심란(心亂)하고 아프다.
그래도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어 ‘사도세자가 꿈꾼 나라‘를 읽고 있다.
지금 읽고 있는 부분은 영조가 사도세자에게 당습(黨習)을 하지 말라고 분부한 부분이다. 당파에 기울어 다른 당을 배척하지 말라는 의미이다.
하지만 영조는 다섯 살의 세자에게 양위(讓位)하겠다며 소동을 피웠을 만큼 소인이었다.
이 소동은 임인옥사 때 사형당한 서덕수를 신원한 자신의 정책에 불만을 품고 사직(辭職)으로 항의한, 사도세자의 스승 이광좌에게 영조가 놓은 맞불이었다.
영조는 이광좌를 비롯한 소론에게 대리청정은 역모가 아니며 자신은 왕위에 초연하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때문에 상처받은 사람은 영문도 모른 채 거적을 깔고 전교(傳敎)를 거두어 달라고 대죄(待罪)해야 했던 사도세자였다.
이 아프고 안타까운 역사를 돌아보는데 어찌 눈물이 없겠는가. 나는 곧 출근을 해야 한다. 눈물을 거두어야 할 시간이다.
허수경 시인이 ˝...인생이 아무려나 병가를 낼 수 있으려고...˝(‘혼자 가는 먼 집‘에 실린 ‘마치 꿈꾸는 것처럼‘ 중 일부)란 말을 했지만 인생에 병가(病暇)라도 내고 싶다.
악몽이라도 꾸는 것처럼 혼자 먼 집을 가는 나는 참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