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茶山) 선생이 강진 유배 18년간 500권의 책을 저술한 것은 철저한 전략적 독서의 결과이다.
필요한 부분만 읽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철저히 배제한 독서법의 승리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인나미 아쓰시라는 일본의 독서가는 글의 핵심을 담고 있는 한 줄을 발견할 것을 주문한다.
한 페이지를 읽는 데 5분이나 걸렸던 그는 바로 그 핵심을 찾는 독서법으로 연간 700권의 책을 읽는 서평가가 되었다.
물론 그렇게 핵심을 담은 문장 하나만이 아닌 여러 덩어리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가 말했듯 책을 아무리 정독해도 한 달 정도가 지나면 기억은 대부분 소멸하고 핵심적인 몇몇 개념들이 남게 된다.
물론 글을 쓰게 되면 더 많은 문장들이나 개념들이 생각나겠지만 장담하지는 못한다.
나의 경우 서평을 충분히 길고 상세하게 써서 블로그에 게시한 후 자주 들여다본다. 하지만 이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다.
생각해 보면 읽은 책의 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나는 지금도 연간 읽은 권수에 집착한다.
집착이라기보다 의미를 둔다고 할 수도 있다. 무엇이라 하든 지양해야 할 일임은 분명하다. 때로는 책의 한 두 구절이나 한 챕터만을 읽고도 의미 있는 글을 쓸 수 있다.
수준이 문제이지 양은 그간의 독서로 충분히 커버가 가능한 것이다. 끊임 없는 읽기와 쓰기를 하려면 시간을 아끼는 수 밖에 없다.
책 한 권을 다 읽는 독서는 무리한 일이다.
깊이 읽고 통째 읽고 몇번 반복해 읽어야 할 때가 있는데 그런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다. 세상에 읽을 책은 많고 시간은 제한적이다. 갈 길이 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