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대해 잘 모르는 내가 최근 생각하게 된 것은 인상주의 회화에 사진기가 튜브 물감과 함께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다.

사진기의 위력에 대책이 없었던 화가들은 빛을 다루는 새 방식을 개발해야 했다. 튜브 물감은 야외 미술 작업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튜브 물감은 운반과 보존이 간편해 화가로 하여금 밖에 나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자신감을 주었다.

그러니 사진기는 화가들에게 역경(逆境)으로 작용해 결과적으로 새 장르를 만들게 한 것이라면 튜브 물감은 순경(順境)이 되어 화가들에게 힘을 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오늘 동대문 디자인플라자에서 스미스소니언 사진전을 보았다.

어떤 작품들은 화려함으로, 어떤 작품들은 경이(驚異)로, 어떤 작품들은 신비함으로 눈길을 모았다.

가장 크게 내 관심을 끈 작품은 ‘뉴파운드 협곡 전망대에 선 메노나이트 여성들‘이란 작품이다.(아래 사진 참고)

경외의 대상이기도 하고 명상의 대상이기도 한 대자연의 장관이 전통과 반문명의 신앙을 고수하는 메노나이트 여성들에 의해 가려졌지만 오히려 그 점이 더 깊은 생각을 유도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메노나이트는 문명을 거부하고 농사를 짓는 등 자연을 사랑하는 삶을 사는 기독교 재세례파(유아세례는 당사자의 신앙고백과 무관한 것이기에 유효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성인이 되어 다시 세례를 받는다.)이다.

문화해설사 동기 단톡방에 사진을 올리며 나는 아무래도 이 메노나이트 여성들의 사진이 가장 인상적이라는 말을 했다.

뒷 모습, 문명을 거부하는 신앙인들의 신비, 제한적이지만 대자연의 장엄을 엿보게 함 등의 특성이 그런 생각을 하게 한 것이다.

하지만 결정적인 것은 지난 2월 2일 동기들과 함께 감상한 그레타 거윅, 에단 호크 주연의 영화 ‘매기스 플랜‘과의 연결성 때문이다.

연결성이란 영화의 주인공이 바로 퀘이커 여교도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진을 올리고 게시 배경의 말을 덧붙이자 한 동기가 그 영화의 주인공이 저 메노나이트 여성들 가운데 한 명으로 서 있을 것 같다는 말을 더했다.

유쾌한 연결이자 상상이 아닐 수 없다. 한 마디로 소통이라 할 수 있다. 자연의 현묘함과 신앙의 신비함이 어우러진 저런 작품은 쉽게 만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렇게 사진을 감상하고 책을 한 아름 사서 돌아가는 길이 평화롭게 느껴진다. 성공회 성당 담을 넘어 종소리라도 들려올 것만 같은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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