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해설 공부에 발을 들여놓은 이래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생각하게 됩니다. 맞는 말이지만 관심이 있는 만큼 찾아나선다는 말도 맞는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오랜만에 제 심정을 대변하는 책 한 권을 소개할까 합니다.

북촌, 인사동, 혜화동, 성북동의 작은 한옥들, 종로 3가 뒷편의 익선동과 종묘 옆 봉익동 등 아담한 동네의 내력을 밝힌 책이 나왔습니다.

20세기 초 기농(基農) 정세권(鄭世權;1888 ~ 1965)이란 분과 그 분이 세운 우리나라 최초의 부동산 개발 회사인 건양사 이야기를 담은 ‘건축왕, 경성을 만들다‘(2017년 2월 1일 출간)란 책입니다.

구한말 일본 공사관이 있던 예장동에서 충무로 1가의 진고개 일대에 이르던 일본인들의 거주지가 청일전쟁 승리 이후 남대문로 일대로, 러일전쟁 승리와 국권침탈 이후로는 청계촌 남쪽 대부분으로 확대된 데 이어 북촌마저 잠식될 위기에 처했을 때 위력을 발휘한 분들이 바로 조선인 디벨로퍼(부동산 개발업자)들이었지요.

이 분들은 가회동과 익선동 등의 필지를 쪼개 오밀조밀 붙은 작은 한옥들을 지었습니다. 이 분들에 의해 북촌에는 조선인들이 거주할 수 있게 되었고 자연히 일본인들의 진출은 막히게 된 것이었지요.

북촌은 이렇게 해서 탄생했습니다. 정세권이란 분은 부동산 개발업자였지만 이익에 눈먼 자본가가 아니었다고 합니다.

서민들을 위해 월세나 전세 형태로 집을 제공하기도 한 이 분은 신간회를 후원했고 조선 물산장려회의 실질적 성공을 이끌었고 조선어학회에는 건물과 토지를 기증했다고 합니다.

고문을 당하고 재산을 강탈 당하기까지 하며 민족운동에 헌신했던 정세권이란 이름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