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실마리가 될 책 한 권을 발견했다. ‘경제학이 과학적일 것이라는 환상’이다.

저자는 현대 서구 사회를 인류학적 관점으로 분석하는 데 몰두하고 있는 질베르 리스트(Gilbert Rist).

인류학적 관점으로 주요 이슈를 분석한 책으로 재작년 읽은 김현경 박사의 ‘사람, 장소, 환대’를 들 수 있다.

카(E. H. Carr: 1892 – 1982)가 역사보다 역사가를 먼저 보라는 말을 한 것을 경제학에 적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지난 2011년 감명 깊게 읽은 ‘경제학 혁명’ 생각이 난다. 이 인상적인 책에서 수학자이자 생물학자인 데이비드 오렐은 수학자 노버트 위너의 말을 인용한다.

즉 경제학자들은 자신들의 부정확한 생각을 미분학의 언어로 가장하는 기발한 습관을 개발했다는 것이다.

오렐에 의하면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은 경제학을 수학화 하는 사회과학자들의 일반적인 성향에 대해 그것들은 모두 사람들을 겁주기 위한 것 즉 오류라고 말했다.(305 페이지)

궁금한 것은 경제학자들은 자신들이 사용하는 수많은 말들이 은유(隱喩)임을 의식하는지, 이다. 은유는 엄밀한 학문인 과학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기적 유전자’의 리처드 도킨스가 ‘이기적‘이란 은유가 과학적 사실로 굳어지는 것을 보고 흐뭇해 했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요즘 유행하는 통섭(統攝: consilience)도 은유이고 면역학의 자기, 비자기도 은유이다. 경제학에서 쓰이는 불황, 호황, 위축, 공황, 인플레이션, 보이지 않는 손,

낙수효과, 자유방임주의 등 숱한 용어들이 은유이다. 반등(反騰)하다, 바닥을 쳤다, 성장 동력 등도 그렇다.

물론 우리는 은유 없이 사유할 수 없다. 경제학 교수 윤기향은 고전학파들이 신봉했던 자유방임주의(laissez – faire)란 말이 흘러가도록 내버려두어라란 의미의

프랑스어 laissez faire, laissez passer에서 따온 말이라고 말한다.(‘시가 있는 경제학’ 112 페이지)

문제는 자유방임주의의 예에서 보듯 잘못된 생각을 하도록 하는 위험한 것들이 세상에는 너무 많다는 사실이다.

영감(靈感)이 다 좋을 수는 없으리란 말이 가능하다. 그러니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참과 거짓을 가려내는 일이 아닐지?

이는 내 주된 관심사인 역사에도 분명 적용되어야 할 말이다. 관건은 1차 사료(에 대한 정독)이다.

이는 곧 ‘조선 왕조실록 연구‘ 팀에 들어가는 내가 나에게 들려주는 말이기도 하다.

물론 크로스 체킹을 염두에 둔, 겸허한 연구가 되어야 하리란 점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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