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규 시인의 ‘다정한 호칭‘이란 시집을 사야겠다. ‘벚꽃의 점괘를 받아적다‘, ‘꽃그늘에 후둑 빗방울‘, ‘역방향으로 흐르는 책‘, ‘바람의 지문‘ 등의 주목할 시들이 수록된 책이다.
읽지 못해 느낌만을 말할 수 밖에 없기에 하는 말이지만 저 시들은 따뜻하고 낭만적이고 거기에 시인만의 남다른 시선이 더해진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정한 호칭‘이란 제목이 그런 생각을 하게 했을 수도 물론 있다. 화음독서(花陰讀書)라는 말을 하고 싶다. 꽃 그늘 아래서 책을 읽는 것을 말하니 능소화(凌霄花) 정도의 꽃이라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역방향으로 흐르는 책이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다. 나는 은유와 수사(修辭), 낭만 등에 주조를 두는 산문은 싫어 하지만 시에 대해서는 다르게 생각한다. 시에서의 그런 점들은 즐길 만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서정시의 그런 점은 덫이 될 수도 있다. 자기만의 시선 또는 특색이 결여될 경우 밋밋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앞서 ‘다정한 호칭‘을 시인만의 남다른 시선이 담겼으리라 말한 것은 제목의 신선함 때문이다. 그러니 당연히 정말 그런지를 확인하려면 시집을 구입해 정독하는 수 밖에 없다.
산문보다 어려운 시를 즐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한때 시집 한 권을 아우르는 리뷰를 써야한다는 부담감을 잔뜩 품고 있을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수록 시들 가운데 한 편에라도 공감할 수 있다면 좋다고 생각한다.
난해한 시성(詩性)에 대처하는 방식이기도 하고 책 자체를 대하는 방식에 생긴 변화를 반영하는 차원이기도 하다. 요즘 내 독서는 책 한 권을 통독하고 리뷰를 쓰는 방식을 지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대신 읽기보다 쓰기에 비중을 둔다.
시에 익숙해지는 방식을 말하는 이수명 시인/ 평론가의 말을 들어보자.
이수명 시인/ 평론가는 시인이 펼치는 새로운 감각을 자꾸 접하다 보면 시가 난해하지 않게 느껴질 수 있다고, 시는 분석하면 난해하니 즐기라고 말한다.(2016년 9월 30일 중앙일보)
인상적인 것은 다음의 말이다. 세상의 흔적이랄까, 불분명하고 작은 것들이 자신의 몸 안에 들어와 뚜렷한 자리를 갖지 못한 채 돌아다니다가 미처 언어로 표명되기 전 어떤 이미지를 만나 표출되는데 그게 시가 되는 것 같다는 말이다.
그렇게 미지의 것, 불분명한 것, 흔적 같은 것을 언어화 해야 하기에 시는 산문과 다르게 은유, 수사 등에 주된 근거를 두어도 무방하다.
덧붙일 말은 시에 못지 않게 시평론을 읽는 것도 중요하다는 말이다. 나에게 당분간 시는 읽기가 쓰기보다 더 비중 있는 장르로 남아 있을 것이라는 말이 가능하다.
읽는 것과 쓰는 것(시가 아닌 시에 대한 느낌)이 균형을 이룰 때 나만의 시선을 갖춘 채 자유로워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