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의 14만평(경복궁은 13만평)의 면적 가운데 후원(後苑)이 차지하는 면적은 10만평으로 비중으로는 무려 70퍼센트가 넘는다.(‘13만평 – 9만평: 69퍼센트‘를 이야기하는 논자들도 있다.)

창덕궁 후원에는 정조가 세운 왕실 도서관인 규장각(奎章閣)이 있었고 동산, 연못, 정자(亭子), 연경당 등의 건물을 볼 수 있다.

창덕궁이 경복궁을 제치고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이 된 것은 동아시아 궁궐 건축 및 정원 디자인의 뛰어난 원형으로 자연 환경과 조화를 이룬 형식의 탁월함을 인정(우동선, 조재모 외 지음 ‘유네스코가 보호하는 우리 문화 유산 열두 가지‘ 87 페이지)받은 결과이다.

창덕궁 후원 감상의 미덕은 아름답고 독특한 정자들을 감상하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는 바 가을 단풍이 든 후원 및 정자 감상은 그 중 최고일 것이다. 정자들 가운데 유일한 기록을 지닌 것들이 몇 있다.

관람정(觀纜亭)은 한국 유일의 부채꼴 모양의 정원으로 파초를 본떠 만든 나뭇잎 모양의 편액(扁額)도 그렇다.

폄우사(砭愚榭)는 정자 사(榭)자를 쓴 유일한(?) 정원이다. 폄우란 말은 어리석은 사람에게 침을 놓는다는 의미를 가진 말이다. 왕에게 해당하는 말이었다.

이 폄우라는 말과 함께 음미할 사연이 부용정(芙蓉亭)에 있다. 두 다리가 연못에 잠겨 있어 사람이 발을 씻는 모습을 떠올리게 하지만 다른 사연이 있다.

옛 중국에 창랑(滄浪)이란 강이 있었는데 여행객들이 강물이 맑을 때는 갓끈을 닦았지만 흐릴 때는 발만 씻고 지나갔다.

공자는 이를 물이 빌미를 제공했기에 벌어지는 일로 해석했다. 모든 일은 자신이 하기에 달렸다(자취지야: 自取之也)는 의미의 말이다.(최종덕 지음 ’조선의 참 궁궐‘ 155 페이지)

이런 깊은 사연을 음미하면 자기만의 감식안으로 아름다움과 함께 의미를 반추할 수 있다. 모든 것은 자기 하기에 달렸다는 말은 여기에도 적용된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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