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미 시인의 ‘리샨‘이란 시에서 육삭(肉爍)이란 단어를 알게 되었다. ˝...찢어진/ 머리가락을 휘날리는 병든 신부여, 피 흐르는 소리에 밤새/ 뒤척이는 우리는 육삭(肉爍)을 앓는 식물들입니다...˝
육삭(肉爍)은 양열(陽熱)이 지나치게 성해 진액이 졸아 살이 마르는 것을 말한다. 위장이 좋지 않아 뜸을 뜨는 내가 늘 염두에 두는 바이다.
정끝별 시인의 작품들 중 ‘춘수(春瘦)‘가 있다. 춘수(春瘦)는 봄 춘(春)과 여윌 수(瘦)를 쓰는 말이다. 육삭과 달리 시인이 만든 말이다. 봄 여윔 정도의 말이다. 수(瘦)는 수척(瘦瘠)하다고 할 때의 그 수이다.
˝마음에 종일 공테이프 돌아가는 소리/ 질끈 감은 두 눈썹에 남은/ 봄이 마른다/ 허리띠가 남아돈다/ 몸이 마르는 슬픔이다/ 사랑이다/ 길이 더 멀리 보인다˝
정끝별 시인의 시에 공감한다. 내 이야기라 해도 좋은 이야기이다. 사랑이 아니어도 마음이 황량해지고 입이 마르고 몸이 마를 일은 얼마든지 있다.
부끄럽고 안타깝지만 나는 마음이 몸이나 주변 환경에 깊은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죽는 날까지 보살펴야 할 마음... 무엇으로? 명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