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들 중 창덕궁,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종묘, 수원 화성, 종묘제례악, 훈민정음 등 조선의 문화유산에 관심이 많이 가는 것은 왜일까?

우리시대와 가까운데다 내가 지금 조선 중심의 문화유산 공부를 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서울 인근에 살고 있기에 서울과 깊은 관계를 갖는 조선을 집중 공부하게 된 까닭일 수도 있다.

그런데 만일 내가 경북 지역에 살고 있다면 도시 전체가 다섯 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문화유산에 등재된 경주 역사지구에 관심을 갖게 되었을까? 그럴 것이다.

하지만 오늘 우리에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큰 영향을 주는 조선에 함께 관심을 가지게 될 것임은 분명하다.

나는 조선의 문화유산들 가운데 가장 어려우면서도 매력적이고 이야기거리가 풍부한 것으로 종묘(宗廟)를 꼽는다.

최근 내가 읽은 세 권의 역사, 건축 서적에 모두 종묘가 나온다. 구본준의 ‘세상에서 가장 큰 집‘, 장인용의 ‘주나라와 조선‘, 최준식 등이 쓴 ‘유네스코가 보호하는 우리 문화유산 열두 가지‘ 등이 그 책들이다.

이 세 책들을 통해 알게 된 종묘는 처음에는 시조(始祖)에 해당하는 다섯 임금만 모시려 했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훌륭한 임금들이 나오게 되자 수평 증건(增建)된 세계 유일의 건축물이다.

또한 중국 주(周)나라의 좌묘우사(左廟右社)를 따라 경복궁 좌측에 세워진 건물로 사직(社稷)과 반대편에 위치해 있다.

중국의 은(殷)나라의 경우 좌묘우궁(左廟右宮)이다. 좌묘우사는 큰 나라 은(殷)을 상대하는 과정에서 주(周)가 취한 방편이다. 궁 오른쪽에 은나라의 조상의 묘당(廟堂)을, 왼쪽에 자국 조상의 묘당을 세운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종묘에 의미심장한 두 개의 길이 있다는 점이다. 하나는 신이 다니는 길인 신도(神道), 다른 하나는 임금이 다니는 길인 어도(御道)이다.

신령은 정신만 있을 뿐 몸이 없기에 신도의 폭은 좁게 설정되었다. 종묘의 길들은 걷기 위한 길이 아니라 멈추기 위한 길이고 곧게 뻗은 길이 아니라 꺾이고 갈라지면서 호흡을 조절하게 하는 길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종묘의 퇴칸(원래의 칸살 밖에 별도의 기둥을 세워 만든 조금 좁은 칸살)은 외부에 비하면 어둡고 내부에 비하면 밝은, 중간 밝기의 공간이다.

건축가 김봉렬은 종묘를 죽은 자를 위한 살아 있는 건축으로 표현했다. 내가 만일 경복궁이 아닌 종묘를 해설하게 되었다면 어땠을까? 다소 막막한 심경이었을 것이다.

경복궁을 비롯한 여러 궁들이 소란스러운 공간인데 비해 종묘는 엄숙한 공간이다.

이제 이향우의 ‘종묘로 떠나는 힐링 여행‘을 읽을 생각이다. 컬러풀한 사진들을 보며 종묘 여행을 할 것이다. 힐링 플러스 공부를 오롯이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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