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과 성당, 궁궐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사찰과 성당은 종교 건축물이고 궁궐은 세속 건물의 정점이기에 공통점이 없는 듯 합니다. 하지만 이 건축물들은 지고한 권력의 정점을 보여주기 위해 햇빛을 후광처럼 쓰고 있는 건축물들입니다.(서윤영 지음 ‘건축, 권력과 욕망을 말하다‘ 236 페이지)

 

차경(借景)에 빗대어 차광(借光)이라 불러도 좋을 것입니다. 차경이란 자연 경관을 빌려온다는 말입니다. 주변의 경관을 자신의 경관으로 끌어들인 차경의 미학을 경복궁처럼 훌륭하게 이루어낸 건축은 세계에서 드뭅니다.(유홍준 지음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 6‘ 14 페이지)

 

차경이란 결국 주변 환경 즉 자연과 어울리도록 건물을 짓는 것을 이르는 말입니다. 성리학자로서 상징적인 명분을 중시해 왕궁 그것도 법궁(정궁)이 동향인 법은 없다며 무학 대사의 인왕산 진산론을 반대한 정도전의 사례가 생각납니다.

 

경복궁 내의 모든 건물은 남향입니다. 경복궁에서 차경(借景)을 가장 멋지게 한 사례는 북악산 일대의 한양 모습을 볼 수 있게 경회루를 지은 것입니다. 인왕산도 그렇습니다.

좁은 계단을 통해 2층의 경회루 누각에 오르면 낙양길 사이로 바라보이는 지붕선의 아름다움이 눈길을 멈추게 합니다.

 

서편으로 보이는 인왕산의 부드러우면서도 늠름한 바위산의 자태는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옮겨다 놓은 듯하고 북쪽의 당당한 백악 또한 그 푸른 자태가 빼어납니다.”(이향우 지음 ’궁궐로 떠나는 힐링 여행 경복궁‘ 146 페이지)

 

경회루 2층 누각은 매년 4월에서 10월 사이에 개방된다고 합니다. 36기 모두 승당(升堂)해 아름다운 경회루 2층 누각에서 수업할 또는 해설할 기회를 갖게 된다면 좋겠습니다.

 

* 승당; 오를 승, 대청 당, 들 입, 방 실을 쓰는 승당입실(升堂入室)의 준 말로 마루에 올라 방에 들어간다는 뜻. 학문이나 예술이 차츰 높은 수준으로 나아가 깊은 경지에 이른다는 의미. 승당은 고명정대(高明正大)한 경지에 이름을 뜻하고, 입실은 오묘하고 깊은 경지에 이른다는 의미. 출처는 논어 선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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