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8일 북촌(北村) 수업 시간에 배운 것들 중 두 가지가 관심을 끈다. 하나는 종로구 계동에 자리한 유심(惟心)이라는 인쇄소(발행소) 이야기이다. ‘유심(惟心)‘은 만해 한용운 스님이 발행한 불교 잡지이다.(惟心社는 ‘유심‘지를 발행하는 곳이다.)

불교 잡지이니 오직 유(唯)를 쓸 법한데 사유할 유(惟)를 쓴 것이 특이하다. 그런데 惟는 사유할 유 외에 오직 유와 다만 유로도 쓰이니 생각과 오직을 두루 의미하는 말이다. 유(惟)는 유(唯)이다.

유심 이야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이지만 나는 불교의 일체유심조를, 들뢰즈가 말한 욕망과 힘으로 해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들뢰즈의 맥락에서 욕망은 활동을 하게 하는 추진력을 의미하고, 힘은 그것을 실행하는 에너지를 의미한다.(임기택 지음 ‘생성의 철학과 건축이론‘ 57 페이지)

불교에서 마음은 시동(始動)을 걸 뿐 실제 에너지가 될 수 없다. 한 유식(唯識) 전공자도 유식(唯識)을 일체유심조로 보는 것은 오해라 말한다.(서광 스님 지음 ‘치유하는 유식 읽기‘ 146 페이지)

다른 하나는 합각 이야기이다. 합각은 지붕 위 양옆의 박공(牔栱)으로 ㅅ자 모양을 이루는 각이다. 박공지붕은 책을 펼쳐 엎어놓은 모양(삼각형)을 한 지붕이다. 합각을 보고 내가 생각한 것은 스팬드럴(spandrel)이다.

스팬드럴은 아치의 양편과 위쪽에 있는 3각형에 가까운 형태를 하고 있다. 스팬드럴은 고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가 말해 유명해졌다.

(스팬드럴과 합각을 같은 관점으로 볼 수 있는지는 자신할 수 없다. 다만 유사한 지점에 유사하게 위치하는 두 가지를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자신있게 말할 수 없다는 점은 수용할 수 밖에 없으리라 생각한다.)

굴드는 스팬드럴의 그림 또는 모자이크가 멋이 있기에 의도적으로 설계된 것으로 볼만하지만 사실 그것은 설계된 것이 아니라 무거운 돔 지붕의 무게를 지탱하기 위한 과정에서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라는 말을 했다. 진화는 우연의 산물이란 의미이다.

마음은 전부가 아니고 인간은 우연한 진화의 산물이란 말이 실망스러운가? 겸허하게 받아들일 진실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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