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청(丹靑)의 문외한으로서 조금씩 아니 하나씩 의미를 알아간다고 해도 될지 모르겠다. 색만 칠한 가칠 단청, 가칠 단청에 선을 그은 긋기 단청, 모서리에 무늬를 그려넣은 모로 단청, 가운데를 화려한 문양들로 채운 금단청 등... 아무리 복잡한 단청 문양도 결국 이 네 범주에 포함된다. 물론 세부로 들어가면 현란하고 미로(迷路) 같은 단청의 깊이가 우리를 현혹한다. 그런데 최근 (내가 설명해야 할) 경복궁 근정전의 단청을 제작한 분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단청은 무명의 누군가가 제작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뜻 밖이어서 반가운 한편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왜일까? 결국(?) 이 분은 불에 탄 숭례문의 단청 복원 공사를 맡아 값싼 화학접착제를 사용해 수억원의 공사 대금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된 단청장(무형문화재)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놀라운 일이다. 불과 1년 전의 일이다. 신비하고 멀게만 느껴지던 단청의 세계가 확 눈 앞으로 다가온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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