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잘 알다시피 이 개념은 일본 작가 에쿠니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의 소설 제목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 에쿠니 가오리가 열정편을, 츠지 히토나리가 냉정편을 담당한 소설.

 

남편 또는 아내가 솔 메이트일 것이란 생각은 결혼을 망치는 흔한 착각이라 말한 알랭 드 보통 생각이 난다. 이 말은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이란 소설 출간에 즈음해 가진 작가 인터뷰에서 나온 것이다.

 

열정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는 passion이다. 재미 있는 것은 이 단어를 대문자로 시작해 Passion이라 쓰면 수난受難이라는 의미가 된다는 점이다. 열정이 지나친 사람은 상처입기 쉽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냉정한 사람은 어떤 문제에 노출되기 쉬울까? 상대를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닐지? 이 경우 문제에 노출된다고 할 것이 아니라 문제를 일으킨다고 해야할 것이다. 정신분석이 알게 하듯 인간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망정 누구든 전이傳移라는 착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전기수傳奇叟란 조선 후기에 직업적으로 소설을 읽어주던 사람을 의미한다. 한 전기수가 그야말로 연기를 너무 그럴 듯 하게 해 그 이야기에 빠진 사람이 실제로 연기자를 악한으로 착각해 칼로 찌르는 살인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처음 들으며 내가 생각한 것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소격(낯설게 하기) 효과이다. 이 효과는 일상적 사물은 물론 자신마저 다른 이의 시선으로 바라봄으로써 익숙하고 자연스럽고 당연하다고 느끼던 것을 그렇지 않은 눈으로 보게 되는 형태로 나타난다. 사람은 익숙하고 자연스럽고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들에 안주安住하거나 매몰埋沒되기 쉽다.

이 부분에서 유머 감각에 대해 생각해 본다. 유머 감각은 자신과 관계된 상황마저 객관화시켜 볼 수 있어야 갖출 수 있는 감각이다.

 

한 박사후 연구원이 연구에 있어서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해야겠다고 밝힌 교수신문 기사를 읽었다.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를 풀어쓴 글이다.

 

사랑 뿐 아니라 학문에서도 균형은 중요할 수 밖에 없다. 하기야 학문에 매진하는 것도 사랑이 아니겠는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