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주정랑探珠靜浪이란 말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장자` 천지편의 고사에서 유래한 말로 황제가 적수(赤水)라는 호숫가에서 현주(玄珠)라는 구슬을 물에 빠뜨렸는데 지혜가 뛰어난 신하들이 모두 찾지 못했고 바보에 가까운 한 신하가 물이 고요해진 후에 찾아낸 이야기입니다. 물 속에 빠뜨린 구슬을 찾으려면 물이 고요해져야 한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태풍이 지나가면 많은 피해가 생기지만 심층의 물과 표층의 물을 뒤섞어 물고기의 먹이를 풍부하게 하고 물 속에 산소도 공급한다고 합니다. 어민들에게는 풍어를 선물로 안기고요. 공기도 깨끗해지고요. 케임브리지 대학 물리학도 출신의 아잔 브라흐마 스님은 가라앉히면 사라진다는 글에서 물 잔을 손에 들고 그 물을 고요하게 하려 하지 말고 잔을 내려놓으라고 말합니다.

죽어 물이 될 것을 바라며 처음에는 깨끗하지 않겠지만 흐르고 또 흐르면서 생전에 지은 죄도 조금씩 씻어내고 맺혀 있던 여한도 씻어내고 앙금들도 씻어내다 보면 결국 욕심 다 벗은 깨끗한 물이 될까요, 라고 물은 마종기 시인의 `물빛 1`이란 시도 생각납니다. `주역`에 심취해 변하는 것 가운데 확고한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장자`에 심취해 탐주정랑의 메시지를 담은 책이 바로 헤세의 `유리알 유희` 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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