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복 불교에 부정적이었던 제가 약간 마음을 고친 계기가 된 것은 불교가 인도를 벗어나 실크로드를 따라 전파될 때 가장 주된 후원 역할을 한 상인(商人)들이 안전을 보장받으려는 이유에서 불상, 염주, 불경 등을 몸에 지녔다는 글을 읽고서입니다. 상인의 중요함은 동아시아 언어 학자인 루이스 랭커스터(Lewis Lancaster: 1932 - )가 세속(世俗)을, 특정한 부류의 상인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불교평론’ 32호)고 말한 것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세속이란 삶을 향유하면서도 깨달음을 추구하는 재가 보살을 의미하는 말인 것입니다.
실크로드의 중요 거점 중 하나로 중국 감숙성(甘肅省: 간쑤성) 주천(酒泉: 주취안) 시의 오아시스 도시인 돈황(敦煌)을 들 수 있습니다. 사막의 대화랑(畵廊)이라 할 돈황 석굴(막고굴)에서 법화경 사본을 비롯한 5만 점의 고문서와 함께 법화경을 모티브로 한 벽화가 발견됩니다.(1900년 6월) 묘법연화경이 정식 명칭인 법화경은 우리나라 천태종의 근본경전입니다. 인도 경전인 법화경을 세계적으로 알리는 데 공헌한 사람들 중 하나로 법화경을 번역한 구마라즙을 들 수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니치렌(日蓮; 1222 - 1282)이 법화경을 최고의 가르침으로 삼기 시작했습니다. 법화경과 니치렌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일본 창가(創價)학회가 주관하는 ‘법화경 - 평화와 공생의 메시지전’이 9월 21일 시작되어 12월 21일까지 계속됩니다.(서울 구로 공원로 이케다 홀 특별전시장. 무료. www.thelotussutra.org) 하필 일본인가, 하시겠지만 그 이전에 법화경이라는 인도발(發) 대승경전의 가르침을 만날 수 있는 전시회라 생각됩니다. 이케다는 국제창가학회 회장 이케다 다이사쿠를 말합니다. 창가학회는 일본이 제2차 세계 대전을 거치며 국가신도(国家神道) 체제로 돌입하게 된 시점에서 대다수의 종교계와 달리 신찰(천황숭배)을 거부해 탄압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빛납니다.
러시아의 우주비행사 알렉산드르 세레브로프와의 대담집인 ‘우주와 지구와 인간’에서 “여러 차례 그리고 오랜 시간에 걸쳐 생각할수록 항상 나에게 새로운, 아니 더해지는 감탄과 외경심으로 내 마음을 채우는 것이 두 가지 있다. 내 위의 별이 빛나는 하늘과 내 안의 도덕률이 바로 그것”(234 페이지)이라는 칸트의 말을 인용하기도 한 다이사쿠 회장. 지녀서 읽고 외우며 바르게 기억하며 그 도리를 이해하고 익히며 서사하는 자는 마땅히 곧 석가모니불을 보게 되리라 말(미즈노 고겐 지음 ‘경전의 성립과 전개’ 74 페이지)해지는 법화경. 종교를 떠나 인류 문화 유산을 배우는 차원으로 보면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