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의 아니게 미신(迷信)과 미신 아닌 것의 차이에 대해 생각 중.. 풍수지리에 따르면 좌청룡은 장남을, 우백호는 차남을 상징한다고... 풍수지리에 대해 잘 모르기에 조심스럽게 말하자면 좌청룡, 우백호, 남주작, 북현무 등의 상징 자체를 미신이라 할 수 없으리라. 그러나 조선왕조의 스물 여섯 왕위 세습 사례 중 적장자(嫡長子) 세습이 여섯(문종, 단종, 연산군, 인종, 현종, 숙종)에 불과했고 그나마 숙종 외의 다섯 임금은 일찍 죽거나 반정(反正)으로 폐위(廢位)된 것을 장남에 해당하는 좌청룡 낙산(駱山)은 낮고 차남에 해당하는 우백호 인왕산(仁王山)이 높고 험준한 까닭이라 보는 것은 어떤가? 오행(五行)에서 불을 의미하는 례(禮)자가 들어 있는 숭례문의 겅우 한양을 내려다보는 남쪽의 관악산이 풍수지리적으로 불의 산 즉 화산(火山)인 까닭으로 불을 불로 막으려는 의도에서 불을 닮은 숭(崇)자가 선택된 것이라는 것은 또 어떤가?

 

어떻든 숭례문의 사례는 이름에 밝을 희(熹)자가 들어 있어 그 기운을 중화시키기 위해 호에 그믐을 뜻하는 회(晦)자를 넣은 주희(朱熹)의 사례와 비슷하다. 실익을 중시하면 미신, 상징으로 받아들이면 미신이 아니라 보면 어떨까? 인의예지신을 내세우는 오행(五行) 원칙에 따라 한양 도성의 동쪽 대문을 흥인지문(興仁之門)으로, 서쪽 대문을 돈의문(敦義門)으로, 남쪽 대문을 숭례문(崇禮門)으로, 북쪽 대문을 숙정문(肅靖門: 소지문, 炤智門)으로, 도심의 전각을 보신각(普信閣)으로 설정한 것은 인의예지신이라는 추상적인 미덕을 추구한 것이니 실익과 무관한 것 즉 미신이 아니라 생각하는 것은 옳은 것일까? 그러면 불로써 불을 막기 위해 남쪽 대문을 숭례문으로 이름지은 것은 실익과 관련된 것이기에 미신이라 할 수 있을까? 미신 vs 합리가 아닌 추상적 사유방식 vs 즉자적 사유 방식으로 나누는 것이 옳은 일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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