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 압생트, 기시감, 미시감 등의 시어들로 생각을 유발하는 시, ‘압생트’는 조용미 시인의 신간 ‘나의 다른 이름들’에 담긴 시들 가운데 하나이다. 시인은 기시감과 미시감을 함께 앓는다. 고흐가 조증(躁症)과 울증(鬱症)을 앓았던 것처럼. 시인은 기시감과 미시감을 오가는 자신의 상황을 전생의 기억이 완전하게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라 설명한다. 이 설명은 해석의 여지나 여운을 남긴다는 면에서는 좋지만 정확한 인식을 위해서는 버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궁금한 것은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데 익숙한 것으로 보이는 사태(기시감)나 익히 알고 봐오던 것을 처음 보는 것처럼 느끼는 사태(미시감)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가, 이다. 이 문제의식은 표제작인 ‘나의 다른 이름들’에 나오는 “...나는 어디까지 나일 수 있을까// 나는 어떻게 나임을 증명할 수 있으며...”란 구절과 차원이 같다.


‘베네치아 유감’이란 시에서 시인은 “... 두렵다가 친근/ 해졌다. 무관하다가 다시 두려웠다. 내가 만들어 낸 헛/ 것이 분명하다고 믿은들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의 눈에 보이는 것 같지는 않았으니...”란 말을 한다. ‘나의 사랑하는 기이한 세계’ 역시 같은 차원으로 읽을 시이다. “내가 보고, 내게 보이는 것들/ 내게로 와 내 눈에만 살며시 보이는 헛것들// 속삭이며 귓속을 울리는 내 것이 아닌 이 숨소리들// 나의 감각이 구축한 튼튼하고 허약한 세계/ 내가 설계한 기이한 건축물...” 환(幻)이고 헛것이지만 “튼튼”하다고 볼 여지가 있는 세계를 알기 위해, 기원을 찾는 시인을 이해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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