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도덕을 말하다 - 한국 스켑틱 Skeptic 2016 Vol.6 스켑틱 SKEPTIC 6
스켑틱 협회 편집부 엮음 / 바다출판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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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EPTIC vol 6’에서 눈에 띄는 기획은 ‘음양오행과 사주‘ 특집이다. 두 편의 글이 실렸는데 하나는 ’음양오행이라는 거대한 농담’이고, 다른 하나는 ‘역법이 달라지면 운명도 달라지나’이다. 앞의 글은 10여년에 걸쳐 사주, 풍수, 주역을 공부한 이지형이란 분의 글로 필자는 ‘강호인문학’, ‘사주 이야기’, ‘바람 부는 날이면 나는 점 보러 간다’ 등을 쓴 저술가이다. 두 번째 글인 ‘역법이 달라지면 운명도 달라지나’는 필자가 천문학 박사이기에 역법의 허술한 면모를 비판하는 것을 놀랍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10년간 사주, 풍수, 주역을 공부한 분의 글은 무게감으로 받아들일 만하다.


안상현이란 분의 글과 이지형이란 분의 글에 공통으로 등장하는 단어가 하나 있다. 자의성(恣意性)이란 단어이다. 자의성이란 일정한 원칙이나 법칙에 따르지 않고 제멋대로 함을 의미한다. 가령 “왜 주역의 15번째 지산겸 괘(卦)가 겸손을 뜻하는 겸의 괘여야 하며, 이 괘의 5번째 효(爻)에 관한 해설이 침범하는 게 이롭다는 것은 복종하지 않는 지역을 징벌한다는 뜻이 되어야 하는지 음양적 근거 따위는 없다.”는 글(이지형), “역주는 자의적일 수 밖에 없다.”(안상현) 등의 글을 보라.


안상현 교수는 납일(臘日)을 예로 든다. 납일은 동지(冬至) 후 셋째 미(未)가 들어간 날이다. 그런데 왜 미로 했는가는 자의적이다. 조선은 동방에 있으므로 목(木)이고 오행상 목은 십이지의 미(未)에 해당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납일은 반드시 12월에 들어 있어야 하기에 두 번째 미일이나 네 번째 미일을 납일로 정하는 경우도 있었다. 자의성이란 말을 우리는 어디서 의미 있게 만나는가. 기표와 기의의 관계가 자의적이라는 글을 통해 만난다.


가령 체온이 일정한 척추동물인 날짐승을 새(bird)라 부르는 데에는 필연의 이유가 없다는 사실을 통해 우리는 자의성의 의미를 알게 된다. 그런 날짐승을 새가 아닌 다른 것으로 얼마든지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아쉬운 것은 사주, 주역 등에 관한 필자(이지형)의 개인적 느낌 또는 사고의 변화를 반영한 글이 포함되었다면 좋았을 것이란 점이다.


평생 주역을 공부했지만 점을 치는 용도로 주역을 활용하지 않았다는 말을 한 다산 선생의 경우도 점을 친 것으로 볼 만한 사례가 있었다. 관건은 점을 친 것인가 아닌가가 아니다. 주역을 철학으로 활용하는 것이 과연 의미 있는가를 묻고 싶다.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한다는 진리를 몸으로 익히는 데에 굳이 주역이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란 의문이 든다.


그런 차원의 진리는 주역 외의 것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주역은 공부할 가치가 있다. 나의 경우 주역은 글감의 소재이다. 시경(詩經), 서경(書經)과 함께 3경(經)에 드는 주역은 동아시아 구체적으로는 중국의 사유 체계를 알 수 있는 단서가 된다. 전과학 시대의 담론도 때로 참고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과학과 함께 참고하고 의미를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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