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전 타계한 미국의 생태 여성신학자 샐리 맥페이그(Sallie Mcfague)의 <불타는 세상 속의 희망 그리스도(A new climate for christology: Kenosis, climate change, befriending nature)>를 추천한다.
자기비움(케노시스)이란 개념이 눈에 띈다. 맥페이그는 생태계를 파괴하는 시장자본주의를 돌파할 희망으로 자기비움을 꼽는다. 맥페이그는 낡고 진부한 무의식적 세계관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풍성한 생명> 참고)
우리는 지구 위에 군림하는 존재가 아니라 지구 안에서 다른 모든 생명들과 함께 물질적 재화를 나누며 진정으로 풍요로운 삶을 영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맥페이그가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 낡고 진부한 무의식적 세계관은 요한계시록의 환난과 고난을 정치적 구도로 보는 전통적 해석을 굳게 따르며 계시록의 짐승을 공산세력이라 믿는 보수, 전통 신앙과도 연관이 된다.
미국 그리스도연합교회 목회자인 짐 안탈의 말대로 교회성장신학과 번영과 성공의 신학이 인류의 종말을 재촉하고 있다면 계시록의 적그리스도는 보수 전통신앙권의 신자들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얼마나 많은 교회가 기후위기의 실상을 알리며 대안으로 낡은 세계관에서 빠져나오라고 가르칠지 생각하면 아주 회의적이다.
타성에 젖은 보수 신앙인들은 종말이 눈앞에 왔다고 하면서도 낡은 세계관에 바탕을 둔 정치적 지향성을 보인다. 그런 만큼 그들이 기후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들의 말대로 곧 종말이 닥친다면 왜 기도 하며 하나님만 바라보는 대신 가짜 뉴스에 눈을 돌리며 현실정치에 과한 관심을 보이는가.
2015년 세계 195개국이 파리협약을 통해 기후변화 1차 저지선으로 정한 1.5도를 넘어선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저지에 역행하는 행태와 정책들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흐름이 지속되면 파국을 맞이할 것이 확실하다.(세계기상기구에 의하면 2024년 1~9월까지의 전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54도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