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지고 있는 철학자 신승철(申承澈; 1971 - 2023)의 저작은 다섯 권이다. 1) 구성주의와 자율성, 2) 에코소피, 3) 지구 살림 철학에게 길을 묻다, 4) 사랑할수록 지혜로워진다, 5) 눈물 닦고 스피노자 등이다. 잠이 부족했고, 2시간 30분이 걸린 치과 치료를 받아 지친 몸과 마음으로 일산(예배), 파주(‘양식; 糧食‘ 구입)를 지나 집에 와 쉬었다. 이런 저런 생각 속에 불안감이 끼어 드는 듯 해 신승철 님의 지구 살림 철학에게 길을 묻다를 들춰보았다.


정서(情緖)와 정동(情動)을 설명한 글에 눈이 멈췄다. 그 글에 의하면 정서는 감정이 발생할 수 있는 근원이고, 정동은 그 저변에 흐르는 힘과 에너지다.(85 페이지) 움직이지 않을 때의 정서 표현 양식이 감정이라면 움직일 때의 마음이 정동이라 할 수 있다. 확실히 아무 것도 안 할 때 생각이 복잡하다면 무언가 할 때는 그렇지 않다. 이럴 때 읽기와 쓰기가 약이 된다.


얼마전 오랜만에 다시 펼쳐든 조주연의 현대미술 강의 중 에필로그에서 다음의 구절을 만났다. “책을 쓴다는 것은, 알고 보니, 내가 아직도 모르는 것을 발견하는 과정이었다. 이제는 제법 알게 되었다는 어줍짢은 자족, 그 뒤에 숨어 있던 앎의 공백들, 내가 모르는 줄도 몰랐던 앎의 공백들이 툭툭 튀어나왔다. 글을 쓰다가 딱 막혔던 순간들이다.“


공백을 메울 수 있게 되다니 얼마나 다행인가. 더구나 자신이 모르는 줄도 몰랐던 것들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다니 얼마나 좋은가. 앎의 공백을 마주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막막한 경험이겠지만 반전(反轉)의 기회를 잡는 행운이기도 하리라.


로버트 헤이즌의 지구 이야기도 말할 거리가 많은 책이다. 도널드 프로세로의 화석은 말한다에 마셜 케이 이야기가 나온다면 로버트 헤이즌의 지구 이야기에는 알프레드 베개너 이야기가 나온다. 로버트 헤이즌의 지구 이야기, 로버트 맥팔레인의 언더 랜드, 가와카미 신이치의 한 권으로 충분한 지구사(地球史), 김정률의 지질학의 역사, 앤드루 놀의 지구의 짧은 역사, 팀 콜슨의 존재의 역사 등으로 내 앎의 공백을 메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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