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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시대 - 황금못, 지구 역사 편찬의 이정표
최덕근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22년 12월
평점 :
삼엽충 전문가 최덕근 교수의 책이다. 저자의 지질학 정의를 보며 지구를 이루고 있는 물질, 그리고 원소에 대한 관심이 더해져야 하리란 생각을 했다. 저자에 의하면 지질학은 연구과정에서 항상 시간을 고려한다는 점에서 다른 자연과학 분야들과 차별적이다. 역사시대와 선사시대는 역사학 용어이고, 지질학에서는 지질시대란 말을 쓴다. 지층의 상대적 생성 순서를 알아내는 데 화석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처음 알아낸 사람은 윌리엄 스미스다. 지층에 따라 산출되는 화석이 다르며 시간이 흐름에 따라 화석군의 내용이 조금씩 바뀌어 간다고 하는 원리를 동물군 천이(遷移)의 원칙이라 한다.
윌리엄 스미스와 조르즈 퀴비에가 활동했던 19세기 초는 진화론이 등장하기 전이었다. 그럼에도 그 두 학자는 화석을 이용해 상대적 시대를 알 수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보여 주었다. 한 번 멸종된 생물이 먼 훗날 다시 나타나는 경우는 없다. 이런 생물 진화의 비가역성을 바탕으로 화석을 연구하면 암석 속에 들어 있는 상대적 시간을 알아낼 수 있다. 예전 쓰이던 제3기는 현재 고진기(paleogene)와 신진기(neogene)로 나뉘었다. 현재 지구에서 일어나는 자연현상을 이해하면 과거에 지구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다는 이론은 제임스 허턴에 의해 제안된 동일과정설이다.
이 설을 바탕으로 지구를 연구했던 찰스 라이엘 같은 학자들은 지구가 무한히 오래전에 탄생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중력 에너지 외에 지구 내부에서 방사성 물질의 붕괴로 열이 발생한다. 방사성 물질의 붕괴(에 의한 열 발생)는 캘빈의 지구냉각설을 강력하게 부정한다. 러더퍼드는 방사성 원소는 외부의 온도와 압력 변화와 관계 없이 일정 속도로 붕괴하며 그 붕괴속도는 원래 존재했던 방사성 원소의 원자 수에 비례한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납은 변성작용을 받으면 쉽게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 납은 우라늄의 최종 붕괴 산물이다.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지질시대 이름은 모두 유럽에서 명명되었다. 19세기의 지질학자들은 각 지질시대의 암석은 전 지구적 조산운동 또는 지각변동에 의해 구분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는 당시 학계의 천변지이적 사고관의 반영이었다.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전 지구적 조산운동은 없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따라서 조산운동에 의한 시대 구분은 의미가 없음을 알게 되었다. 한 곳에서 조산운동이 일어나면 지구상 어딘가에서는 퇴적작용이 일어난다는 점이 중요하다. 지질학의 중요 분야인 층서학은 퇴적암에 기록되어 있는 환경과 생물의 공간적 분포와 시간적 관계를 다루는 분야로 지구 역사 편찬의 이론적 바탕을 제공해 준다. 멀리 떨어져 있는 지층들의 동시성을 비교하는 일을 대비(對比; corelation)라고 한다. 퇴적암의 층서를 대비할 때는 비교하는 특성에 따라 다음 세 가지 층서단위로 나눌 수 있다. 암석, 생물, 시간이다.
암석층서 단위의 기본은 층(層)이다. 한 종류 또는 두 종류 이상의 암석의 조합으로 이루어지며 구성 암석의 특징에 의해 상하위의 층과 구별되고, 두께가 지질도에 표시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두꺼워야 한다. 2004년 에디아카라기가 새로운 지질시대로 공인받았다. 에디아카라기는 선캄브리아기의 마지막 기이며 캄브리아기 직전 시대다. 지구상에 맨 처음 출현한 생물이 삼엽충처럼 복잡한 생물이라는 사실에 진화론의 주창자 다윈은 무척 곤혹스러워 했다. 다윈은 1859년 발간된 종의 기원에서 캄브리아기 지층에서 삼엽충처럼 형태적으로 복잡한 동물이 갑자기 출현한 것은 캄브리아기 이전 암석이 보존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20세기 초 미국의 생물학자 찰스 월코트는 캄브리아기 이전의 암석이 없는 시간을 리팔리안 시대로 부르자고 제안했다. 그 배경에는 캄브리아기 직전의 지층들이 침식작용에 의해 모두 없어졌다는 생각이 자리한다. 우리나라에도 캄브리아기 지층 아래에 뚜렷한 부정합이 있는데 이 부정합면을 경계로 위아래 지층이 무려 15억년 차이가 난다. 에디아카라 동물군은 골격이 없는 생물로 생물 자체가 화석으로 보존된 것이 아니라 생물의 인상(印象)이 남겨진 것이다. 크기가 크고 기묘하고 복잡한 모습을 하고 있다. “골격이 없고 부드러운 육질로만 이루어진 생물이 어떻게 그처럼 정교하게 화석으로 남겨졌을까?”
캄브리아기 지층에 화석이 많은 배경에는 캄브리아기 시작 직전에 생물들이 골격을 가지게 되면서 생물들의 유해가 화석으로 많이 남겨졌기 때문이다. 캄브리아기는 삼엽충의 시대라 불린다. 캄브리아기란 명칭을 처음 쓴 사람은 아담 세지윅이다. 세지윅은 신학과 수학을 공부한 사람인데 19세기 초는 지질학이 하나의 독립된 분야로 자리 잡기 이전이어서 케임브리지 대학의 우드워드 지질학 석좌교수로 임명될 수 있었다. 세지윅은 교수로 임명된 후 열심히 노력해 지질학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당시 우드워드 지질학 교수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미혼이어야 했다. 세지윅은 1873년 타계할 때까지 55년간 그 자리를 지켰다. 일생 결혼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우드워드 지질학과는 영국의 지질학자 존 우드워드 (John Woodward)가 설립한 학과다. 다윈이 세지윅으로부터 야외조사 방법과 표본 채집 기법을 배워 비글호 항해에 도움을 받은 것은 유명하다.
지질시대의 경계는 화석 기록으로 남겨진 동물계의 내용이 크게 바뀌는 층준(層準)에서 결정된다. 고생대와 중생대 경계, 중생대와 신생대 경계에서 동물계의 내용이 바뀌는 양상은 매우 뚜렷하다. 고생대가 끝날 무렵 삼엽충과 방추층 등이 멸종했고 중생대 말에는 공룡과 암모나이트가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삼엽충은 캄브리아기의 얕은 바다에 살면서 크게 번성했지만 오르도비스기 이후 급격히 쇠퇴했다. 책의 표지에 GSSP란 개념이 나온다. Global Boundary Stratotype Section and Point의 약자로 국제표준층서구역을 의미한다. 황금 못(nail)이라 불리기도 한다.
모든 생물은 지구 탄생 이후 40억년 동안 바다에서 살았다. 육상 식물 화석이 흔하게 발견된 시기가 실루리아기다. 실루리아란 웨일즈의 부족 이름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데본기는 어류의 시대로 불린다. 어류가 지구상에 처음 출현한 것은 캄브리아기이지만 데본기에 이르러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데본기에 척추동물의 육상 진출이 일어났다. 석탄기 퇴적층에는 석탄이 많이 들어 있다. 현재 지구에 매장되어 있는 석탄의 대부분은 석탄 - 페름기에 생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석탄은 옛날의 울창한 수풀을 의미한다. 식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게 50 퍼센트 이상, 부피 70 퍼센트 이상이다. 나무의 주성분은 리그닌과 셀룰로스다. 석탄기는 리그닌이나 셀룰로스를 분해할 세균이 출현하기 이전이었다.
석탄기는 빙하시기이기도 했다. 고생대에 두 번의 빙하시대가 있었다. 오르도비스 말엽과 석탄 - 페름기다. 석탄기의 원어인 carboniferous는 '석탄을 포함한'이란 의미다. 오르도비스기 말, 데본기 후기, 페름기 말, 트라이아스기 말, 백악기 말 등 다섯 번의 생물 대멸종 중 가장 규모가 컸던 것이 페름기 말 멸종이다. 생물종의 96 퍼센트가 사라진 멸종이었다. 바다나리, 완족동물, 암모나이트 등이 살아 남았다. 트라이아스기 초기의 지층에서 조간대(潮間帶) 환경에서 형성되는 스트로마톨라이트가 많아졌다. 밀물 때 잠기고 썰물 때 노출되는 지역이 조간대다. 스트로마톨라이트를 만드는 생물이 남세균인데 페름기 말 대멸종기에 남세균을 먹어치우는 동물들이 멸종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트라이아스기는 붉은색 퇴적암이 넓게 분포하는 독일 남부 지역의 아래쪽이 붉은색 사암/ 이암층, 가운데는 석회암층, 위는 회색 사암/ 이암/ 돌로스톤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공룡은 생물 분류 체계에 없는 용어다. 공룡은 중생대에 살았던 곧추선 다리를 가진 파충류를 의미한다. 익룡, 어룡, 수장룡은 공룡이 아니다. 중생대, 육상, 곧추선 다리, 파충류라는 네 조건을 모두 만족시켜야 공룡이다. 공룡은 트라이아스기에 번성했고 쥐라기에 다양해졌고 백악기에 크게 번성했다가 백악기가 끝날 무렵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최근 중국에서 털이 달린 다양한 모습의 공룡 화석이 발견된 이래 새가 공룡으로부터 진화했다는 이론이 확립되었다. 엄밀하게 말하면 공룡은 멸종한 것이 아니라 새의 모습으로 탈바꿈해 더욱 번성한 것이다. 백악기는 중생대를 마감하는 시대로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는 전형적으로 중생대 생물군에서 현대적 생물군으로 옮겨가는 중간 과정에 해당한다.
중생대에 번성했던 식물은 대부분 소철, 은행, 구과류 등 겉씨식물이었기 때문에 당시 수풀은 지금의 수풀에 비하면 무척 단조로웠다. 이처럼 단조로웠던 중생대 육상식물계에 일어났던 큰 변혁은 속씨식물의 등장이었다. 속씨식물은 꽃을 피우는 식물이다. 백악기 말의 대멸종 사건은 공룡 멸종으로 유명하다. 더욱 유명한 것은 소행성 충돌로 인한 멸종이라는 배경이다. 고진기(paleogene)는 신생대의 첫 번째 지질시대다. 중생대의 바다를 지배했던 암모나이트와 파충류들이 사라지고 연체동물과 어류들이 번성하면서 고진기의 바다는 오늘날과 비슷한 모습이 되었다. 신생대를 고진기, 신진기(neogene)가 아니라 제3기와 제4기로 구분하자는 주장도 있다.
신진기는 신생대의 두 번째 지질시대로 지구 생태계가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된 시대다. 고진기에서 신진기로 넘어갈 때 생물의 대량멸종은 일어나지 않았으나 전 지구적으로 기온이 하강하면서 육지는 춥고 건조해졌다. 이에 따라 식생에 큰 변화가 일어나 이전에는 없었던 초원 환경이 생겨났다. 오늘날 지구에는 사바나, 스텝, 툰드라 같은 초원이 넓게 분포하지만 신진기 이전에는 초원 환경이 드물었다. 제4기(quaternary) 하면 생각나는 단어가 빙하시대다. 이 기는 지구 역사에서 마지막 기로 258만년 전 이후 지금까지의 기간을 말한다. 제4기는 플라이스토세와 홀로세로 나뉜다. 홀로세는 1만 1700년 전 이후 지금까지의 기간이다.
플라이스토세에 빙기와 간빙기가 수십번 반복되었으며 홀로세는 플라이스토세의 마지막 빙기가 끝난 후에 시작된 간빙기에 해당한다. 지금 우리는 따뜻한 홀로세에 살고 있기 때문에 빙하시대를 우리와 전혀 상관없는 시대라고 생각하겠지만 우리는 빙하시대의 끝자락에 살고 있다. 플라이스토세를 빙하시대라고 하니까 플라이스토세가 시작하면서 지구에 빙하가 생겨났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중생대 이후 지구에 빙하가 처음 생성된 때는 3000만년전 무렵이었다. 그 배경에 약 4000만년전 일어난 남극대륙과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의 분리가 있다. 남극대륙이 남극지방에 고립되면서 대륙을 감싸며 도는 남극 순환대류가 생겨났고 이것이 저위도에서 올라오는 따뜻한 해류를 차단해 남극대륙이 냉각되어 빙하가 생겨났다. 45억년 지구 역사에서 빙하가 있었던 기간은 모두 합해도 5억년이 안 된다.
캄브리아기; 5억 3880만년전 ~ 4억 8685만년전.
오르도비스기; 4억 8685만년전 ~ 4억 4307만년전.
실루리아기; 4억 4307만년전 ~ 4억 1900만년전.
데본기; 4억 1900만년전 ~ 3억 5930만년전.
석탄기; 3억 5930만년전 ~ 2억 9889만년전.
페름기; 2억 9889만년전 ~ 2억 5190만년전.
트라이아스기; 2억 5190만년전 ~ 2억 136만년전.
쥐라기; 2억 136만년전 ~ 1억 4310만년전.
백악기; 1억 4310만년전 ~ 6600만년전.
고진기; 6600만년전 ~ 2304만년전.
신진기; 2304만년전 ~ 258만년전.
제4기; 258만년전 ~ 현재.
한반도의 암석은 화성암, 퇴적암, 변성암이 대략 1/3을 차지하며 고루 분포한다. 중생대 이전에 북부지괴와 남부지괴는 중한랜드에 속했으며 중부지괴는 남중랜드에 속했다. 세 지괴는 중생대 초에 중한랜드와 남중랜드가 충돌하면서 합쳐져 오늘날 한반도의 모태를 이루었다. 오랜 암석이 분포하는 지역을 육괴(陸塊)라 한다. 얕은 바다에서 쌓인 탄산염암 ~ 규질쇄설암 혼합층인 하부 고생대(캄브리아~오르도비스기)층은 조선누층군이라 불린다. 중부 고생대층에는 상서리층군(오르도비스기), 곡산층군(실루리아기), 임진층군(데본기), 태안층(데본기) 등이 있다. 이들은 강, 호수, 얕은 바다, 깊은 바다 등 다양한 환경에서 쌓인 것으로 알려졌다.
평안누층군은 조선누층군 위에 거의 평행부정합 관계로 놓여 있다. 이 부정합은 약 1억 4000만년의 기간에 해당하는 고생대 대결층(大缺層)에 해당한다. 중생대에 격렬한 조산운동이 일어난 것은 중한랜드와 남중랜드의 충돌 때문이었다. 첫 번째 조산운동은 트라이아스기 송림조산운동으로 변형작용과 함께 화강암이 관입했고 소규모 퇴적분지들이 곳곳에 만들어져 대동누층군이 쌓였다. 대동누층군은 육성퇴적층으로 평안남도와 황해도, 경기도, 충청남도, 강원도 일대에 분포한다. 쥐라기에 대보조산운동이 일어났으며 이때 한반도 곳곳에 화강암이 생성되었다. 이 두 번의 조산운동으로 중생대 이전의 암석들은 강한 변형과 변성작용을 겪었다. 쥐라기 후반과 백악기에 한반도 곳곳에 크고 작은 육성 퇴적분지들이 형성되었고 이 퇴적분지에 묘곡층, 경상누층군이 쌓였다.
백악기에는 쇄설성 퇴적암, 화산쇄설암, 화산암으로 이루어진 육성퇴적층이 두껍게 쌓였다. 백악기에 남부 중심으로 활발했던 화성활동은 고진기로 이어졌다. 신진기에 접어들어 일본열도가 아시아 대륙으로부터 떨어져 나간 자리에 동해가 탄생했고 이때 바다 주변에 쌓인 신진기 퇴적층이 동해 연안을 따라 소규모로 드러나 있다. 동아시아가 트라이아스기에 일어났던 중한랜드와 남중랜드의 충돌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학계에서 잘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한반도 형성과정과 관련해 세 가지 지체구조 모델이 경쟁하고 있다. 저자는 만입쐐기 모델을 기본으로 해 임진강대(황해도와 강원도 북부)를 따라 기본적으로 남중랜드가 중한랜드 아래로 섭입했다는 가설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