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기쁨 - 세상을 구할 과학자의 8가지 생각법
짐 알칼릴리 지음, 김성훈 옮김 / 윌북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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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이란 바라보는 사람의 눈 속에 있다는 말이 과학에도 적용된다(14 페이지)고 주장하는 짐 알칼릴리의 책 ‘과학의 기쁨’은 과학을 대하는 우리의 시각을 정교하게 해주는 의미 있는 책이다. 양자물리학자이자 BBC 과학 커뮤니케이터인 저자는 자신의 이전 책인 ‘어떻게 물리학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를 비전문가를 위해 쓴 책으로 설명한다. 책은 모두 8부로 구성되었다. 서문에서 저자는 꼭 전문가의 수준에 도달할 필요는 없고 그저 자기에게 필요한 것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한다.(15 페이지) 서문의 결론 부분에서 우리는 과학은 우리가 세상을 더욱 깊게 바라볼 수 있게 하고 우리를 더 풍요롭게 하고 깨우침을 주는 학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려면 우리는 과학에 대해 자기에게 필요한 것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은 노력해야 한다는 말을 할 수 있다.


’들어가며‘에서도 과학에 대한 정의가 등장한다. 예컨대 과학은 생각하는 방식이자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27 페이지) 저자는 과학적 방법론을 다른 이데올로기와 구분해주는 몇 가지 특성에 대해 논한다. 1) 반증가능성, 2) 반복성, 3) 불확실성의 중요성, 4) 실수를 인정하는 것의 가치 등이 그것들이다. 과학적 방법론의 또 다른 특성은 자기수정적(self  - correcting)이라는 점이다.(34 페이지) 종합하면 과학의 작동 방식은 자기수정적이고, 이미 사실로 확인된 확고한 토대 위에서 구축되고, 정밀조사와 반증 과정을 거치고, 재현성이 담보되어야 한다.(39 페이지) 


’들어가며‘에서 우리는 중성미자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2011년 한 실험에서 중성미자가 빛보다 빠르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우주의 그 무엇도 빛보다 빠르지 못하다는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에 어긋나는 예이다. 그런데 중성미자 실험을 수행했던 연구진이 광학케이블 하나가 시간 측정 장치에 부적절하게 부착된 결과임을 알아내고 그 부분을 고쳤더니 중성미자가 빛보다 빠른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32 페이지) 저자는 현실세계의 과학이 전적으로 가치중립적이지는 못하더라도 건강한 과학적 과정을 통해 얻은 지식은 가치중립적이라는 데 모두가 동의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42 페이지) 


1부 진실이거나 진실이 아니거나에서 저자는 탈진실 시대에 대해 말한다. 앞 부분에서 과학에 대해 자기에게 필요한 것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은 노력해야 한다는 말을 했는데 이와 관련지어 말할 수 있는 바가 저자에 의해 제시되었다. 이는 저자의 이런 말에서 연유한다. 즉 많은 사람이 과학의 성공에 눈이 멀어 과학이라는 포장지만 쓰고 나오면 그 출처나 위조 여부를 따지지도 않고 기사나 광고를 다 믿어버린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출처도 따져야 하고 충분한 생각도 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신중하게 증거를 기반으로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이 필요하다.(44 페이지) 


저자에 의하면 과학은 정치와 달리 이데올로기나 신념체계가 아니라 하나의 과정(46 페이지)이다. 과학적 방법론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품고 질문을 던지고 관찰하고 실험하고 추론하려는 의지의 결합체(47 페이지)이다. 저자도 말했지만 지금은 탈진실 시대다. 특정 이데올로기적 신념에 동기를 둔 노골적인 거짓 주장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나 신뢰할 만한 증거가 뒷받침하는 지식을 압도하는 세상을 말한다. 부정(否定)의 몇 가지 유형이 눈에 띈다. 1) 사실을 받아들이거나 믿기를 거부하는 말 그대로의 부정(literal denial), 2) 사실 자체는 받아들이지만 개인의 이데올로기나 문화, 정치적 신념, 종교에 맞추어 다르게 해석하는 해석적 부정(interpretive denial), 3) 기후 변화를 막는 행동에 나서려면 생활 방식을 바꾸어야 하는데 그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수도 있기에 기후 변화 주장을 부정하는 것 같은 함축적 부정(implications denial) 등이다. 


무엇인가에 대한 특정 진술이 신념, 감정, 행동, 사회적 상호작용, 의사결정, 우리가 접하고 논란을 벌이는 온갖 주제와 복잡하게 얽히면 단순한 흑백논리로는 접근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해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진술이 참이 아니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 진술은 그 자체만으로 모든 상황에서 전적으로 타당하지는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61, 62 페이지) 


사회적 구성주의라는 말에 대해 알아보자. 이는 진리가 사회적 과정을 통해 구성된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 말의 의미는 무엇이 진실인가에 대한 우리의 지각도 주관적이란 것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을 너무 깊이 끌고 들어가면 결국 사회 전체가 동의하기로 결정하면 무엇이든 진리가 될 수 있다는 위험한 생각으로 빠져들 수 있다.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기로 결정하는가와 상관없이 참인 우주에 관한 사실은 존재한다.(65 페이지) 과학자처럼 생각한다는 것은 주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법을 배운다는 의미다. 각각의 주제를 구성 요소로 분해해서 각도를 달리하면서 보기도 하고, 한 발 뒤로 물러나 더 폭넓은 관점에서 바라보기도 하는 것이다.(69 페이지) 


2부 오컴의 면도날이 무뎌질 때에서 우리는 가장 단순한 설명이 반드시 올바른 설명은 아니며 올바른 설명이 처음에 생각했던 것처럼 단순한 설명이 아닌 경우도 많다(76, 77 페이지)는 저자의 설명을 접하게 된다. 단순성은 우리가 항상 추구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최대한 단순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너무 단순해져도 안 된다. 연구실 실험과 세상의 차이에 대해 우리는 무엇이라 말할까? 인간의 행동을 연구할 때는 인위적이고 이상적인 환경을 만들어 특별하게 통제된 조건 아래에서 실험을 수행해서는 안 된다. 실제 세상은 어지럽게 뒤엉켜 있고 너무 복잡해서 단순화하기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80 페이지) 


과학자들은 오컴의 면도날의 유혹을 경계해야 한다. 오컴의 면도날은 단순한 설명이 복잡한 설명보다 올바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저자는 조금만 더 깊이 파고 들어갈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면 그만큼 보상을 받게 되며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도 풍부해지면서 인생관도 더욱 풍부해질 것이라 말한다.(86 페이지) 


3부 미스터리는 인정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에서 저자는 우주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는 것이 무지의 상태로 남아 있는 것보다 항상 낫다고 말한다.(95 페이지) 4부 이해가 안 된다고 포기할 필요는 없다에서 저자는 어떤 주제에 대해 심오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헌신적으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그것을 얻은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설명한다.(105 페이지) 5부 의견이 아닌 증거에 집중하라에서 저자는 건강한 증거는 객관적이고, 편향이 없고, 확실하고 신뢰할 수 있는 토대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고 말한다. 과학적 믿음과 일상의 믿음은 의미가 다르다. 과학적 믿음은 이데올로기, 희망사항, 맹목적 믿음을 기반으로 삼지 않으며 그래서도 안 된다.(129 페이지) 


다른 전문가가 그렇듯 과학자도 자기가 하는 말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말하는 것이라 믿을 수 있다. 그들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그런 전문 지식을 쌓기 위해 여러 해를 투자해서 공부하고 연구했기 때문이다.(130, 131 페이지) 새로운 아이디어나 타인의 관점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하지만 합리성을 잃을 정도로 그래서는 안 된다.(132 페이지) 6부 타인의 관점을 평가하기 전에 해야 할 일에서 저자는 자연과학은 확증편향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경계를 늦추어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이 자체가 확증편향의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 말한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혼동하지 않는 것이다. 교회의 수와 범죄 건수 사이에는 강한 양의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하지만 둘은 인과관계는 아니다. 둘 다 인구라는 매개변수와 관련되어 있다. 인구가 많아서 교회도 많고 범죄 건수도 많은 것이다. 7부 생각 바꾸기를 두려워 하지 말라에서 저자는 과학에서는 의심과 불확실성도 중요하지만 확실성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것이 없다면 결코 진보가 이루어질 수 없다.(159 페이지) 진보는 의심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성의 수준을 점차 줄여나가는 신중하고 정당한 단계를 거쳐 결론을 확립함으로써 이루어진다.(160 페이지) 


하지만 불확실성은 모든 이론, 관찰, 측정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 과학에서 불확실성은 아는 것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아는 것이 있다는 의미다. 과학에서 불확실성은 무지가 아니라 확실성의 결여를 뜻한다. 불확실성은 의심의 여지를 남기고 그것은 우리에게 자유를 준다.(161 페이지) 과학에서는 항상 새로운 증거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그에 따라 생각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163 페이지) 


저자는 일관성은 상상력이 없는 자들을 위한 마지막 도피처라는 오스카 와일드의 말을 인용한다. 일관성과 확실성에 대한 욕망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 8부 우리가 원하는 현실을 만들기 위해에서 저자는 이 세상은 모든 가능한 결과가 다중우주 안에서 현실화될 수 있는 양자물리학의 세계가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현실은 아원자입자의 세계와 다른 바 우리에게는 하나의 현실만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171 페이지) 


저자는 우리 모두는 좀더 과학적으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며 이것이야말로 현실세계가 우리에게 던지는 도전을 더욱 잘 이해하고 견뎌내는 방법이며 인생에서 더 나은 결정을 내리는 방법이라고 말한다.(180 페이지) 마무리하며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과학을 응용햐는 것 역시 과학이라는 말이다.(183 페이지) 과학은 지식의 창조이고 기술은 그런 지식의 응용이라는 말로 담을 수 없는 새 정의인 셈이다. 


저자는 아인슈타인의 방정식과 과학 지식이 인류에게 악행(히로시마, 나가사키의 원자폭탄 투하)의 잠재력을 부여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과학적 지식 자체가 사악하다거나 그 지식을 몰라야 더 나은 세상이 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말한다.(184 페이지) 과학이 없었다면 나날이 늘어나는 전 세계 인구를 먹여살릴 수도 없고, 더 행복하게 장수할 수도 없고, 집 안에 조명과 난방을 들일 수도 없었을 것이며 서로 소통하고 세계 여행을 하고 우주로 나갈 수도 없었을 것이다. 과학은 제한된 감각을 넘어, 두려움과 불안을 넘어, 무지와 약점을 넘어,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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