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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평화의 길을 걷다 1
(사)경기DMZ생태관광협회 지음 / SUN(도서출판썬) / 2023년 7월
평점 :
사단법인 경기 DMZ 생태관광협회의 ‘DMZ 평화의 길을 걷다 1‘은 1차 대장정 염하강 철책길에서 16차 대장정 누에길까지의 여정을 담은 책이다. 이 책에 12개의 경기평화누리길 코스와 4개의 강원평화누리길 코스가 담겼으니 2권은 강원의 5코스 만상동길에서 20코스 화진포 석호(潟湖)둘레길까지의 16 코스를 담은 책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DMZ는 슬픈 분단의 현장인 한편 생태의 보고(寶庫)로 손꼽히는 곳이다.
1코스 염하(鹽河)강 철책길의 염하는 김포와 강화 사이의 물길이다. 염하를 따라 철책선이 길게 설치된 길을 걷다 보면 한반도가 분단된 나라임을 실감할 수 있다. 덕포진은 병인양요(1866년)와 신미양요(1871년)가 일어난 역사적 장소다. 2코스 조강(祖江)철책길의 조강은 예성강, 한강, 임진강이 만나 서해로 흘러가는 곳이다. 이 코스에 문수산성이 포함되어 있다.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과 치열하게 맞서 싸운 곳이다.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군은 왕실 관련 서적을 보관하던 외규장각 도서를 약탈해갔다. 3코스는 한강철책길이다. 애기봉 입구에서 전류리 포구에 이르는 길이다. 애기봉(愛妓峰)은 민간인 통제구역으로 해병대가 관할한다. 조강 기슭 한가운데에 솟아있는 높이 154미터의 봉우리다. 북한 개풍군과 불과 1.41km 떨어져 있다. 조강은 한국전쟁 이후 정전협정에 따라 민간 선박의 자유로운 항해를 보장하는 중립수역으로 지정되었으나 군사적 충돌 방지를 위해 출입을 엄격하게 제한한 이래 지금은 세계적 멸종위기종의 서식지이자 번식지가 되었다.
4코스는 행주나루길이다. 행주산성에서 고수부지길, 법원연수원 후문, 호수공원까지의 코스다. 행주산성 아래로 흐르는 한강을 행호(杏湖)라 한다. DMZ 평화누리길이 만들어진 것은 2010년이다. 서부전선 김포에서 중부전선 연천까지 이르는 182km의 길이다. 비무장지대라는 말이 들어갔지만 실제 비무장지대는 남이든 북이든 군인도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곳이다. 민간인 출입통제선 가까운 제방길, 농로, 마을길, 숲길, 때로는 대로변을 연결하여 만든 길이 DMZ 평화누리길이다. 민간인 통제구역인 한강 하구 철조망이 철거된 것은 2012년이다.
빼놓을 수 없는 코스의 하나가 람사르 습지이자 기수역인 장항습지다. 5코스는 킨텍스길이다. 고양 평화누리길은 도시와 농촌, 인공과 자연이 어우러진 멋진 곳이다. 6코스는 출판도시길이다. 동패지하차도에서 오두산 전망대까지의 길이다. 코스의 하나인 삼학산과 관련된 인물이 구봉 송익필(1534 ? 1599)이다. 외조모가 노비 출신이어서 관직에 나아가지 못했지만 성리학에 통달하여 율곡 이이, 우계 성혼 등과 가깝게 지냈다. 사계(沙溪) 김장생(金長生), 설촌(雪村) 정엽(鄭曄) 등을 길러낸 인물이기도 하다.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 이순신에게 거북선 전술 등을 알려준 조선 최고의 도인으로 알려진 분이다.
파주출판단지는 파주시 문발동 일대에 조성된 국가문화산업단지다. 7코스는 헤이리길이다. 국립파주박물관, 프로방스, 오금교, 내포리 쉼터, 반구정에 이르는 길이다. DMZ는 완충지대(군사적)이자 점이지대(漸移地帶; 생태적)이다. 반구정(伴鷗亭)은 갈매기를 벗 삼는 정자라는 의미다. 황희 정승이 관직에서 물러나 여생을 보낸 곳이다. 정자 안에 미수 허목 선생이 쓴 반구정(伴鷗亭記)가 걸려있다.
8코스는 반구정길이다. 반구정에서 임진강역, 장산전망대, 화석정, 율곡습지공원, 율곡선생 묘역에 이르는 길이다. 화석정은 원래 야은 길재가 조선이 개국되자 낙향해 후학을 양성하던 곳으로 폐허가 되었다가 율곡의 5대조인 이명신이 다시 세웠고 율곡 때에 중수되었다. 지금의 화석정은 1966년 파주 유림들이 성금을 모아 복원한 것이다. 9코스는 율곡길이다. 율곡습지공원, 파평면 사무소, 적벽산책로, 자장리마을회관, 황포돛배, 장남교, 경순왕릉에 이르는 길이다. 10코스는 고랑포길이다. 장남교, 장남면사무소, 사미천 징검다리, 학곡리 고인돌, 숭의전에 이르는 길이다.
경순왕은 파주 석왕사(신라 고찰의 하나)에 자주 왕래했다. 필자(김경순)는 경순왕이 평소에 많이 거주했던 석왕사 인근의 현 고랑포리에 모셔지게 된 것이라는 말이 설득력이 있다고 말한다.(137 페이지) 11코스는 임진적벽길이다. 숭의전, 임진강주상절리, 임진물새롬랜드, 허브빌리지, 군남홍수조절지에 이르는 길이다. 적벽(赤壁)의 유래와 의미에 대해 썼다면 좋았을 텐데 그렇지 않아 아쉽다. 임진강주상절리는 두 차례 용암이 흘러온 흔적을 지니고 있다.
12코스는 통일이음길이다. 군남홍수조절지, 로하스파크, 신망리역, 도신리 방아다리. 신탄리역, 역고드름에 이르는 길이다. 역고드름이라는 말은 한자로 승빙(乘氷)이라 한다.(172 페이지) 13코스는 금강산길이다. 역고드름, 백마고지역, 노동당사, 소이산 전망대, 대위리 검문소에 이르는 길이다.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관전리의 노동당사는 1946년 조선노동당이 철원군 당사로 지은 건물이다. 소련식 건축양식에 따라 지은 이 건물에서 한국전쟁 당시 수많은 반공인사들이 취조받고 고문을 당하고 죽임을 당한 곳이다. 당시의 총탄 자국이 선명하다. 14코스는 두루미 머무는 길이다. 온전(?)히 철원만의 영역인 코스다. 한탄강 용암대지를 만든 용암이 120km를 이어온 것은 점성이 낮아서였다.
용암 글(지구과학 전공 안락규의 글) 가운데 용암의 윗 부분과 아랫 부분은 빨리 식는 데 비해 가운데 부분은 덜 굳어서 유동성이 있는 상태인 까닭에 중력에 의해 미끄러지듯 하류로 움직이는 관계로 모양이 휘거나 뉘어지는 등 다양하게 나타난다는 내용이 있다. 흥미롭다. 가운데 부분이 더 가는<세; 細> 현상이 설명 가능하다. 휘거나 뉘어지니 윗 부분 및 아랫 부분에 비해 가늘 수 밖에 없다. 안토니오 가우디는 인간에겐 창조란 없고 새롭게 발견할뿐이란 말을 했다.
전기한 안락규의 글에 소이산에서 오리산까지 삼십리라는 내용이 있다. 조선 후기 사대부들의 로망은 금강산 유람이었다. 한양도성 흥인지문을 나서 의정부 축석령, 포천, 철원을 거쳐 단발령을 넘으면 대금강에 이른다. 선조들은 금강산 가는 길에 한탄강 주변의 풍광 좋은 곳을 찾아 시문을 짓고 산수를 화폭에 담으며 풍류를 즐겼다. 대표적인 사람이 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이다. 정선의 화적연도, 삼부연도, 정자연도 등이 그런 산수화다.
주상절리 절벽을 가장 잘 표현한 그림이 정자연도다. 철원 갈말읍 정연리, 한탄강 강가에 있던 정자에 앉아 멋진 풍경을 화폭에 담았다. 정자가 있던 곳 가까이에 금강산 가던 전기 철도 교량만이 우두커니 홀로 남아 있다. 15코스는 화강길이다. 해방 전까지만 해도 철원은 강원도에서 춘천 다음으로 큰 도시였고 경원선과 금강산선이 갈라지던 요지였다.
남대천은 김화군 수리봉에서 발원하여 철원군 일대를 지나 한탄강으로 흘러드는 하천이다. 남대천은 현재 원래 이름인 화강(花江)으로 불린다. 16코스는 누에길이다. 뽕나무가 많고 누에를 기르는 잠사(蠶舍)가 많았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잠곡저수지가 포함된 누에길의 잠곡은 蠶谷이다. 우리가 배운 태백산맥, 소백산맥 등의 이름은 일제 강점기 일본 지질학자 고토 분지로가 14개월 강 한반도를 둘러보고 광맥을 따라 그어놓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