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물학과 지질학을 가르치는 도널드 프로세로의 책에서 두 가지 예를 만난다. 하나는 바람직하지 않은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바람직한 경우다. 전자의 예는 자기들의 삶을 더 낫게 해주는 바로 그 체계,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기꺼이 받아들이곤 하는 그 체계를 거부하는 사람들의 예다.('화석은 말한다' 39 페이지) 이와 관련해 프로세로는 "자연세계는 일괄 거래와 같다. 당신이 좋아하는 사실과 싫어하는 사실을 골라 가질 수 없다."는 말을 들려준다.

 

후자의 예는 위대한 발견은 꽤 우연히 이루어지지만 과학의 경우 세렌디피티(예기치 못한 발견)가 작동하려면 우연 속에 숨은 새롭고 예기치 못한 발견의 의미를 연구자가 알아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지구 격동의 이력서 암석 25' 273 페이지)

 

'화석은 말한다'에서 저자는 과학과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는 강한 믿음 체계를 가진 사람들 가운데에는 과학에 대해 두 길 보기를 하려는 이들이 많다는 말을 한다. 세계가 가진 대부분의 측면에 대해서는 자신의 믿음 체계가 설명한 바를 받아들이면서도 자기에게 필요하면 언제 어디에서나 과학적인 설명과 발전까지도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다.('화석은 말한다' 39 페이지)는 뜻이다. 돈 때문이든 여가선용 때문이든 신앙과 배치되는 '지질'에 근거한 해설을 한다고 말하던 사람이 있었다. 천문학의 이론들은 수용하면서 지질에 대해서는 복잡한 자세를 가진 독특한 경우였다.

 

책상 위에 철학 교수 제임스 스미스, 천문학자 제니퍼 와이즈먼 등 25인이 함께 쓴 '진화는 어떻게 내 생각을 바꾸었나?'란 책이 놓여 있다. 친구가 선물해준 책이다. 과학책 두 권을 추천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정인경 선생의 '내 생의 중력에 맞서'와 함께 알려준 책이었다. 이에 친구는 '진화는 어떻게 내 생각을 바꾸었나?'를 두 권 주문해 내게 한 권을 주었고 정인경 선생의 책은 한 권을 주문해 자신이 가졌다. 따로 읽고 함께 이야기 나누자는 말과 함께.

 

여담이지만 25인이 쓴 '진화는 어떻게 내 생각을 바꾸었는가?'는 24인이 쓴 출간 예정의 책인 '공공역사를 실천중입니다'를 연상하게 한다. 이런 컨셉의 책이 가진 장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나저나 전기한 복잡한 인물이 '진화는 어떻게 내 생각을 바꾸었나?'를 읽었다면 어땠을까? 아니 그는 확고한 믿음 때문에 그런 책을 읽을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을 것이다.

 

연구자는 우연 속에 숨은 새롭고 예기치 못한 발견의 의미를 알아볼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는 말을 공부하는 사람은 우연히 만난 책에서 새롭고 예기치 못한 단서를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말로 활용하고 싶다. 이는 누구보다 나에게 먼저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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