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게너가 들려주는 대륙 이동 이야기 과학자가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34
좌용주 지음 / 자음과모음 / 201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좌용주 교수의 '베게너가 들려주는 대륙 이동 이야기'는 17세기 영국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경험론 철학자답게 그는 대륙의 해안선이 닮았다는 말을 했다. 1620년의 일이었다. 이와 관련해 지질학적 증거에 근거해 과학적 가설을 세운 사람은 알프레드 베게너다. 대륙의 해안선이 닮았다는 것은 옛날에 대륙이 하나로 뭉쳐 있었다는 의미다.

 

닮은 해안선은 1) 아프리카 서쪽 해안선과 남아메리카 동쪽 해안선, 2) 아프리카 북서쪽 해안선과 북아메리카 동쪽 해안선이다. 남극대륙과 호주 대륙도 닮았다. 예전에 붙어 있었다는 의미다. 지금의 대륙은 판게아라는 수퍼 대륙에서 떨어져 나와 지금의 위치에 자리잡았다. 이때는 대륙도 하나였고 바다도 하나였다.

 

판달라사라는 이름의 바다로 모든 대륙을 둘러싸는 무척 큰 바다다. 북의 로라시아 대륙과 남의 곤드와나 대륙 사이에 테티스라는 바다가 있었다. 후에 지중해가 되는 바다다. 판게아가 조금씩 갈라지기 시작한 것은 약 2억년전 정도의 일이다. 생물 화석도 대륙 분리의 증거가 된다. 오래전 지구 위에 살던 생물들이 죽어 땅에 묻히면 화석이 된다.

 

죽은 생물들 위에 점토나 모래 같은 물질이 두껍게 쌓여 퇴적층을 형성하고 단단하게 굳어 암석이 된다. 이 속에 생물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게 된다. 지금은 떨어져 있지만 과거에 붙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되는 대륙들에서는 같은 시기에 만들어진 같은 종류의 암석들이 분포하고 그것들에서 같은 종류의 화석들이 발견된다.

 

동물과 달리 스스로 이동할 수 없는 식물이 서로 다른 대륙에서 같이 나타난다. 지각과 맨틀 이야기를 하자. 지각은 가벼운 물질로 구성되었고 맨틀은 무거운 물질로 구성되었다. 가벼운 지각이 무거운 맨틀 위에 떠 있다. 지각의 두께가 두꺼울수록 지표 위에 솟구치는 높이와 맨틀에 잠기는 깊이가 증가한다. 가벼운 지각이 저절로 가라앉을 수 없다.

 

이를 지각평형설(isostasy)이라 한다. 높은 만큼 깊어야 균형이 잘 잡힌다는 뜻이다.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사이의 육교를 통해 동물들이 오고감으로써 두 대륙에 같은 종류의 동물들이 살았고 지금 대륙이 분리된 것은 육교가 가라앉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은 지각평형설에 위배된다. 대륙 이동의 증거들 가운데 기후 증거도 있다.

 

대륙과 기후도, 해양과 기후도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암석들은 과거 지구 기후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석탄은 높은 습도를, 사막의 모래로 이루어진 사암은 아주 건조했던 기후를, 소금과 석고는 온난하고 증발이 많았던 기후를, 빙하의 흔적은 지구의 아주 추웠던 기후를 말해준다. 빙하는 흘러가면서 조각난 돌들을 운반하고 두껍게 쌓기도 한다.

 

이렇게 쌓인 것을 빙하퇴적물이라 한다. 단단히 굳으면 빙하퇴적암이 된다. 19세기 중반, 후반에 걸쳐 인도, 호주,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의 여러 지역에서 많은 빙하퇴적암이 발견되었다. 빙하퇴적암만으로 예전에 빙하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빙하는 흘러가면서 아래의 암석과 마찰을 일으켜 그 표면에 날카로운 홈을 파놓는다.

 

빙하에 의한 마찰 흔적을 빙하찰흔이라 한다. 이 날카로운 홈들은 빙하가 흘렀다는 증거이자 빙하 유동의 방향을 알려주는 증거다. 흥미로운 점은 적도 부근에 빙하의 흔적이 있고 빙하찰흔의 방향이 바다에서 육지로 났다는 사실이다. 3억년전에 빙하기가 찾아왔다. 3억년전의 빙하 흔적은 대륙이 판게아를 이루었을 때 지구에 있었던 빙하기의 흔적이다.

 

빙하의 분포가 판게아의 남쪽에 모여 있고 빙하가 흐른 방향은 일정하게 남극을 중심으로 바깥으로 표시되어 있다. 이 빙하 흔적은 대륙이 떨어질 때 이동한 것이다. 빙하 흔적이 적도에 남은 것이 아니라 빙하 흔적이 남겨진 대륙이 적도 부근으로 이동한 것이다. 대륙 이동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영국의 한 지질학자가 굉장한 아이디어를 냈다.

 

대륙 아래의 맨틀이 움직인다는 것이다. 대륙이 저절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대륙을 이동시키는 힘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지구 내부에는 방사성 붕괴를 하는 원소들이 여럿 있다. 이 원소들이 오랜 기간 동안 방사성 붕괴를 했다면 지구 내부에는 상당히 많은 열이 모여 있을 것이다. 이 열이 대륙 아래 맨틀을 데웠다고 생각한 것이다.

 

영국의 지질학자 아서 홈즈는 지구 내부의 방사성원소가 열을 발생시키고 그 열이 맨틀을 가열시킬 것이라 생각했다. 가열된 맨틀은 물리적인 법칙에 의해 대류함으로써 뜨거워진 맨틀이 상승하고 옆으로 움직인다. 그런데 방사성 붕괴로 열을 받아 뜨거워진다 해도 기본적으로 고체인 맨틀이 어떻게 대류를 할까? 가열된 맨틀은 짧은 시간에는 고체로서의 성질을 가지지만 아주 오랜 시간으로 보면 서서히 운동할 수 있는 성질을 가지게 된다.

 

맨틀이 대류한다고 할 때 한 번 순환하는 데 1억 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이 정도의 시간이라면 맨틀은 충분히 대류할 수 있다. 커다란 대륙 아래로 가열된 맨틀이 상승한다. 이 흐름에 의해 대륙이 옆으로 갈라진다. 맨틀이 수평으로 흐를 때 대륙은 좌우로 이동하게 되는데 이때 대륙들 사이로 새로운 바다가 만들어진다. 옆으로 이동해간 대륙은 거기서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고 계속 두꺼워진다. 거기서 높은 산맥이 만들어진다.

 

이동해 간 대륙의 끝자락 바로 아래로 맨틀의 흐름은 하강한다. 거기에 깊은 골짜기인 해구가 만들어진다. 이것이 아서 홈즈의 생각이었다. 이를 맨틀 대류설이라 한다. 방사성 가열은 맨틀의 상승과 하강이라는 거대한 세포를 만든다. 대륙 아래에서 상승하고 퍼져나가는 대류 세포는 대륙을 분리시키고 대륙의 조각들은 양쪽으로 이동한다.

 

그 사이에 새로운 해저가 만들어진다. 대륙은 계속 이동하지만 맨틀 흐름의 하강이 생기는 장소에서 멈추게 된다. 가벼운 대륙 물질들이 무거운 맨틀 아래로 가라앉을 수 없기 때문에 그것들은 주변부에 쌓여 산맥을 형성하게 된다. 또는 대륙 주변부의 지표에는 지향사란 움푹 팬 지형이 생기고 거기서 퇴적물이 쌓인다. 이 지향사의 퇴적물은 계속 옆에서 밀어붙이는 힘에 의해 솟구쳐 올라 산맥이 될 수 있다.

 

홈즈의 이런 생각은 왜 산맥들이 생기고, 그것들은 왜 대륙 주변부에 주로 나타나는가, 하는 의문을 한 번에 풀 수 있게 했다. 해저를 자세히 알게 된 것은 그리 오래지 않다. 해저에는 들판도 있고 산도 있고 산맥도 있고 골짜기도 있다. 편평하기만 한 땅이 아니라는 뜻이다. 과학자들은 바다 한가운데 해령이 있고 끝자락에 해구가 있다는 사실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맨틀 대류설을 떠올린 과학자들은 맨틀이 솟아오르는 장소에 해령처럼 솟아오르는 지역이 생기고 맨틀이 가라앉는 장소에 해구처럼 깊은 골짜기가 생긴다고 추측했다. 상승한 맨틀은 옆으로 퍼져나간다. 왼쪽 옆으로 움직이는 맨틀은 시간이 갈수록 차가워지고 무거워진다. 이 맨틀이 드디어 대륙을 만나게 되면 더 이상 옆으로 갈 수가 없게 된다.

 

그때 차갑고 무거워진 맨틀은 아래로 흘러 내려간다. 그곳에 깊은 골짜기인 해구가 만들어진다. 맨틀은 해령에서 올라가서 옆으로 이동하다가 해구에서 다시 내려간다. 깊은 곳에서 옆으로 움직이던 맨틀은 해령 바로 아랫 부분에 와서 다시 솟아오른다. 전체가 하나의 순환을 이루는 것이다. 맨틀 위 대륙 지각이 맨틀과 함께 움직인다.

 

대륙 지각은 옆으로 이동하는 맨틀을 타고 함께 이동한다. 후에 만들어진 해저 지각도 움직여 이동한다. 즉 해저가 갈라지는 것이다. 해저 지각의 중심부가 계속 갈라지면 빈 공간이 생긴다. 그러면 그곳을 계속 올라오는 맨틀 물질의 일부가 채운다. 이 물질을 마그마라고 한다. 이 마그마로부터 만들어지는 해저의 암석이 현무암이다.

 

해저 지각은 대부분 현무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맨틀로부터 온 물질이다. 맨틀이 대류하면서 해저가 갈라지는 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한 사람은 미국의 지질학자였던 헤스와 디츠이다. 이들에 의해 발표된 해저 지각이 갈라지고 이동한다는 이론을 해저확장설이라 한다. 이로써 대륙이동설이 부활하게 되었다. 지구의 자전축과 자기장의 축이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진짜 북쪽인 진북과 나침판이 가리키는 북쪽인 자북 사이에는 차이가 생긴다. 이 차이를 편각이라 한다.

 

대한민국의 경우 지역에 따라 조금 다르지만 자북이 진북보다 서쪽으로 6도에서 7도 정도 떨어져 있다. 맨틀 대류가 상승하는 곳에서 해령이 생기고 해령에서는 마그마가 분출하여 새로운 해저 지각이 만들어진다. 마그마는 해저에 분출하여 식으면서 현무암의 암석을 만든다. 해령에서 만들어진 현무암의 해저 지각은 그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맨틀이 양 옆으로 이동함에 따라 해저 지각도 갈라져 옆으로 이동한다. 재미있는 현상은 약 2억 년보다 오래된 해저 지각은 지구상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왜 그럴까? 해령에서 만들어진 해저 지각이 옆으로 이동하다가 도착하는 마지막 장소는 지구에서 가장 깊은 골짜기인 해구이다.

 

해저 지각은 해구에서 맨틀 아래로 기어 내려간다. 해구에서는 맨틀 흐름이 아래로 내려가기 때문이다. 해저 지각은 맨틀 대류가 상승하는 해령에서 탄생하고 수평운동으로 움직이는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이동하다 해구에서 맨틀로 되돌아간다. 이것을 맨틀 대류의 순환이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