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여전히 공룡시대에 산다 - 가장 거대하고 매혹적인 진화와 멸종의 역사 서가명강 시리즈 31
이융남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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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전히 공룡시대에 산다’. ‘공룡학자 이융남 박사의 공룡대탐험’ 이후 23년만에 나온 책이다. “오랫동안 나의 책을 기다려준 독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빚을 갚는 것 같아 기쁘다.”고 말하는 저자. 내가 공룡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질해설이 계기가 되었다. 늦은 입문(?)인 셈이다. 물론 내가 맡고 있는 한탄강 영역은 공룡과 직접 연관이 없다. 하지만 중생대가 하나의 연결점이 되었다.

 

연천에 중생대 지질공원인 동막리 응회암이 있고 좌상바위가 있다. 그리고 재인폭포 주변에 8000년전 생성된 응회암이 있다. 공룡 화석 중 가장 오래된 것은 2억 3000만년전인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후기의 것이다.(234 페이지) 공룡은 6600만년전인 백악기 소행성 충돌 등이 원인이 되어 멸종했다. 공룡이 처음 출현한 당시 지구의 산소 농도는 오늘날보다 훨씬 낮았다. 고생대 말 페름기의 시베리아에서의 화산 대폭발로 인한 결과다.

 

공룡은 산소를 더 효과적으로 흡입하기 위해 목뼈와 앞쪽 등척추 속에 기공을 발달시켰다. 이런 특징은 후에 조류로 진화하며 기낭이라는 매우 독특한 호흡 시스템으로 발전했다. 기낭은 뼈의 무게를 줄여 몸무게를 가볍게 했다.(255 페이지) 기낭은 새의 가슴과 배에 있는 폐와 통하는 주머니다. 새나 공룡은 숨을 들이 쉴 때 산소가 폐뿐 아니라 기낭에도 채워진다. 숨을 내쉴 때 폐에서 공기가 나가면 기낭의 산소가 폐로 흘러든다. 숨을 내쉴 때도 폐로 산소가 들어가는 구조다. 공룡은 처음 출현했을 때부터 새의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254 페이지)

 

악어와 같은 원시적 파충류와 달리 공룡은 다리가 곧게 뻗어 직립을 했고 앞발을 사용할 수 있었다. 인류는 직립함에 따라 앞발이 손이 되었고 공룡은 직립함에 따라 앞발이 날개가 되었다. 새는 깃털이 있고 날개가 있고 두 발로 걸어다니고 항온동물이며 알을 낳는 척추동물이다.(222 페이지) 새에게서 강조되는 것은 깃털이다. 그것은 깃털이 오직 새에게만 있는 특징이었기 때문이다.(224 페이지)

 

그러나 공룡에게도 깃털이 있었다. 지금까지 중생대 공룡으로부터 확인된 깃털 종류는 아홉 가지다. 공룡은 새보다 더 다양한 깃털을 실험적으로 발달시켰다. 공룡의 초기 깃털은 체온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 비행과 무관한 것이었다. 공룡은 하늘을 날면서 비행 깃털을 완성시킨 것이 아니라 하늘을 날기 전에 이미 활공을 더 잘하기 위해 비행 깃털을 발달시켰다.(262, 263 페이지)

 

새에게는 차골(叉骨; furcula; little fork)도 중요하다. 이것이 있어야 날갯짓을 잘 할 수 있기 때문이다.(237 페이지) 양쪽으로 떨어져 있는 사람의 쇄골과 달리 V자 형태로 가운데가 붙어 있는 새의 뼈가 차골이다. 공룡과 새의 관계에 결정적으로 다시 불을 지핀 사람이 예일대학교의 존 오스트롬 교수다. 그는 조류와 공룡의 골격 공통점이 100가지가 넘고 조류의 골격학적 특징이 공룡의 진화와 함께 오랜 시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진화했음을 밝혔다.(240, 241 페이지)

 

공룡에게는 어떤 감각이 발달했을까? 티라노사우루스의 경우 후구(olfactory)라 하는 냄새를 맡는 기관이다. 이 때문에 어떤 학자들은 티라노사우르스가 사냥 대신 시체를 먹는 청소부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물론 설득력이 낮은 말이다. 티라노사우르스의 다른 골격학적 특징은 활동적으로 사냥하는 포식자의 특징을 매우 많이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209 페이지) 티라노사우루스처럼 육지에서 주로 서식할 때는 후각이 매우 발달해야 한다.

 

하늘을 날기 시작하면서부터는 후각보다 더 필요한 감각이 시각이다. 먹잇감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새의 머리뼈 중 가장 큰 부분이 눈구멍이고 시력도 인간에 비해 열 배는 좋다. 공룡에서 새로 갈수록 전뇌 부분이 점점 커지고 뼈의 숫자도 줄어든다.(253, 254 페이지) 맨 처음 하늘을 날았던 동물은 새도 아니고 박쥐도 아닌, 공룡과 엄연히 다른 파충류 그룹인 익룡이었다.(223 페이지)

 

중생대에 번성했던 다양한 원시조류들은 공룡과 함께 번성하다가 백악기 말 현대적인 새로 진화했다. 이 현대 새들은 신생대에 들어와 수와 종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275 페이지) 공룡은 변온동물인 파충류에서 항온동물인 새로 전이되는 과정에 있던 동물이다.(274 페이지)

 

공룡을 다루는 학문은 지질학과 생물학이 합쳐진 분야인 고생물학이다. 공룡을 포함한 모든 화석은 지질시대의 지층속에서 발견되기에 고생물학이 담당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서점가의 공룡 책들의 대다수는 유아용 그림책이 차지한다. 교양서적으로서 청소년들이나 일반인들이 읽을 수 있는 공룡 책은 극히 드물다.(13 페이지)

 

고생물학은 공룡이 망치고 천문학은 블랙홀이 망친다는 말이 있다. 대중의 관심을 많이 받는 분야이기에 생겨난 역설적 표현이라고 저자는 말한다.(284 페이지) 하지만 이는 제대로 된 경로를 통해 공룡에 대해 알아야 하고 공룡만이 아닌 고생물학의 다른 부분을 두루 익히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로 들린다.

 

저자는 통일이 되면 모두 판상으로 쪼개지는 셰일에 골격과 함께 깃털 자국이 난 중요 새 화석지인 신의주를 가장 먼저 가보고 싶다고 말한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며 어디를 골라야 하는가?란 생각을 했다. 한탄강지질공원(용암대지)의 시발점인 오리산이 있는 평강군(지질학)일까? 비경을 간직한 DMZ(생태학)일까? 새 화석지인 신의주(고생물학)일까? 숭의전과 연관이 있는 고려의 수도 개성(역사학)일까? 가까운 곳부터 가야 할 것이다.

 

저자는 매년 몽골로 공룡 탐사를 갈 때마다 테리지노사우르스를 발견하는 행운이 오기를 기원하기에 탐사를 준비하는 순간부터 즐겁고 설렌다고 말한다. 저자는 자신이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고생스럽더라도 야외에 나가는 것을 좋아하는지? 자연 현상과 물체의 특징을 빠르게 간파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여러 역경을 이겨낼 끈기가 있는지? 관찰한 것을 글로 잘 표현할 수 있는지? 등을 묻는다.

 

공룡학자는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한 것 같지만 굉장히 힘든 직업이라며 저자는 좋아할 뿐 아니라 잘 할 자신이 있을 때 공룡학자를 직업으로 선택하라고 말한다. 책에는 중요한 화석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라는 말은 화석에 기초해 만들어진 시대 구분이다. 화석이란 생물 화석이란 말이니 생물의 생과 고/ 중/ 신생대의 생은 같은 것이다. 우리가 고생대와 중생대를 따로 구분하는 이유는 화석 기록이 너무도 다르기 때문이다.

 

화석이 퇴적암과 관련이 있다면 방사성동위원소는 퇴적암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방사성 동위원소는 마그마에서 광물이 만들어질 때 방사성 원소가 생성되고 마그마가 식어 암석이 되기 시작하면서 붕괴되기 시작한다. 화석은 그 자체로 자연의 귀한 선물이다. 단단한 부분이 있는 생명체가 죽은 후 최대한 빠르게 땅에 묻혀야 한다.

 

뼈를 추스르는 일도 힘든 과정이다. 단단한 지층 속 뼈는 떼어내기 어렵고 너무 부드러운 지층 속 뼈는 훼손되기 쉽다. 삶이란 이런 것이리라. 공룡 알의 생존조건은 자연의 오묘함과 관계되지만 삶의 어려운 조건과도 관계되는 이야기다. 책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밀도와 다양성 면에서 공룡 발자국 산출지수가 세계 최고다. 이는 발자국이 잘 찍히는 호숫가 퇴적층이 많고 발자국이 만들어진 후 지각변동에 의해 암석이 단단해져 발자국이 원 형태를 유지한 채 잘 보존되었기 때문이다.

 

책을 통해 한반도의 형성 상황을 알 수 있었던 것이 내게는 공룡에 대한 지식 증가 만큼 의미 있었다. 중생대가 시작된 2억 5천만년전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가 붙어있던 남중국과 북한, 강원도, 경상도가 붙어 있던 북중국이 충돌해 하나의 땅덩어리가 되는 과정에서 한반도가 형성되었다는 것이다.(90 페이지)

 

큰 지각 변동과 같은 이런 사례는 또 있다. 2300만년 전부터 일본이 우리나라에서 서서히 떨어져 나가기 시작하면서 동해가 생기고 일본 열도가 분리되었다는 것이다.(135 페이지) IT 업계처럼 매우 빠르게 진화한다는 공룡 연구(285 페이지) 사례는 무엇일까? 고속스캐닝 엑스선 형광법을 이용해 비파괴로 화석 성분을 분석하면 시조새의 깃털과 뼈가 어떤 광물로 치환되었는지 등을 정확하게 볼 수 있고(202 페이지) 주로 광물학에서 사용하는 후방산란 전자회절 패턴 분석기는 주사전자현미경에 부착해 사용하는 기기다.

 

이는 각 광물 입자의 결정 방향을 색깔로 표시해주는 것으로 방해석으로 이루어진 공룡 알 껍데기가 어떻게 배열되었는지 알 수 있다. 붉은 색이 많으면 성장 축으로 곧게 자란다는 것을, 알록달록하면 결정이 곧게 자라지 않고 비스듬히 자란다는 것을 의미한다.(203 페이지)

 

공룡 화석은 발자국에 비해 뼈 화석이 그렇게 많이 발견되지 않았다.(111 페이지)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공룡 뼈 화석은 머리에서 꼬리 끝까지 완벽하게 보존된 것이 하나도 없었다. 2008년 6월 경기 화성에서 발견된 공룡 골격 화석은 그런 선입견을 뒤집기에 충분했다.(115 페이지)

 

드넓은 백악기층이 분포하는 경상도와 전라남도, 충청남도 지역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이 작은 경기도의 백악기 분지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가장 큰 공룡알 화석지와 새로운 공룡 화석을 발견한 것이다.(117 페이지) 최근 우리나라의 다섯 번째 세계지질공원이 된 전북서해안 지질공원은 위도의 공룡알 화석지가 포함되었다.(133 페이지)

 

탐사의 극한 어려움을 이야기한 저자의 책을 읽으며 갈라파고스를 다녀온 후쿠오카 신이치의 ‘생명해류’를 떠올렸다. 사막 및 육지의 오지 VS 태평양 한복판이라는 구도가 선명하다. 다윈이 공통으로 중요하게 다루어졌다는 점까지 두루 흥미로운 이야기를 자연과학 책들로부터 얻는 즐거움이 크다. 오랜 연구와 탐사, 글쓰기의 내공이 어우러진 귀한 책을 편안하게 앉아 읽을 수 있게 해준 저자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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