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송어회를 먹었다. 설 당일에 밖에서 음식을 먹은 것은 처음이 아닌가 싶다. 송어의 송이 소나무 송(松)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왜 소나무 송자를 쓰는 것일까? 송어의 속살이 소나무의 붉은 속살 같다고 해서 그렇다. 겉 껍질은 거북등처럼 갈라진 검은색이고 속살은 송어처럼 붉은 소나무는 참 특별한 듯 하다.
소나무는 특별한 위상을 차지한다. 그런 점을 헤아리게 하는 단어가 의송산(宜松山)이란 말이다. 의송산이란 소나무가 잘 자라는 산을 말한다. 조선 시절 이런 곳은 당연히 금산(禁山)으로 지정되었었다. 금산이 곧 소나무를 베지 못하게 조치를 취한 산인 것은 아니지만 금산의 대종(大宗)을 이루던 것은 소나무다.
소나무, 하면 고산(孤山) 윤선도가 떠오른다. 고산의 후손인 윤위가 고산 윤선도의 보길도에서의 행적을 기록한 ‘보길도지(甫吉島誌)’에는 소나무 이야기가 빈번하다. 1616년 권세가 이이첨을 고발한 병진소로 인해 최북단인 함경북도 경원(慶源)으로 유배를 가게 된 고산은 1618년 최남단격인 경상남도 기장(機張)으로 이배(移配)되었다.
이동에만 1년이 걸렸다는 이 조치를 추위와 더위를 고루 겪게 하려는 의도라 말하는 이도 있다.(고미숙 지음 ‘윤선도 평전’ 98 페이지) 윤선도가 소나무를 가리켜 ‘ 너는 어찌 눈서리를 모르는가‘라고 말했지만, 그리고 우리는 습관적으로 소나무는 사시사철 푸르다고 말하지만 소나무에게도 위험 요소는 있다. 그것은 추위이라기보다 온난화일 것이다.
검을 현(玄)자를 써서 송현(松玄), 현송(玄松) 등의 아호를 사용하는 사람도 있다. 검을 현자와 바위 암자를 쓰는 현암서원(玄巖書院)도 있다. 현암(玄巖)과 현무암(玄武巖)의 차이는 무엇일까? 내 주된 관심거리는 소나무도 아니고 거북도 아닌 바위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 새해(음력 1월 초하루)가 간다. 송어회로 육의 양식은 물론 생각 거리까지 준 친구에게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