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학과 기독교 신앙 스펙트럼 : 과학과 신앙 4
한국교회탐구센터 지음 / IVP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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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P의 스펙트럼; 과학과 신앙 시리즈의 한 권이다. 머리말, 인터뷰, 특집, 성경 속 과학의 수수께끼, 북 리뷰로 구성된 책이다. 지질과 기독교 (신앙)의 관계를 다룬 책이다. 인터뷰는 스펙트럼 편집위원인 정지영이 창조과학자에서 회심한 물리학 교수 출신의 창조론자 양승훈과 대화한 내용이다.

 

창조과학은 홍수 지질학의 뒷받침을 받는 젊은 지구론이다. 홍수 지질학은 창세기 6-8장에 나오는 “전지구적 홍수” 내용을 근거로 지구의 지질학적 특징을 해석하고 조화시키려는 학문이다. 젊은 지구론 진영에서 주장하는 지구의 나이는 6000년이다.

 

양승훈은 창조과학 진영을 정서적으로 이단과 비슷한 면을 지닌 매우 전투적이고 선명성이 강한 그룹으로 정의한다. 자기 단체와 다른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만나지 못하게 하는 등 정보를 차단하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양승훈은 성경에 대한 문자적 해석에는 강력한 드라이브가 있다고 전제한 뒤 성경을 있는 그대로 읽는 것도 하나의 해석이라고 덧붙인다.(이 부분은 대안인 셈인데 자세한 설명이 없어 아쉽다.)

 

양승훈은 생물학이나 지질학은 데이터들간의 연결에서 건너뛰는 부분이 많다는 말을 한다.(35 페이지) 논리적 비약이 많다는 것으로 물리학이라면 그곳에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멈출 것이라고 한다고 말하는 그가 추천하는 책은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책들이다.

 

양승훈은 진행적 창조론, 진화 창조론 등을 구분해 설명한다. 전자는 창조주가 생물종의 발달 과정에 특별한 능력으로 개입했다고 보는 입장이고, 후자는 창조주가 자연선택에 개입해 진화를 인도한다고 보는 입장이다.(이 부분은 특별히 감안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기독교인이지만 현대 지질학과 진화론을 믿는 것과 기독교인으로 사는 것은 모순적인 것이 결코 아니며 그 둘은 오히려 공존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전자공학, 사학, 과학사 전공의 기독교인문학 연구소 연구원인 박희주의 글에서는 중세 사상가들이 태양빛이 지상의 생명을 성장시킬뿐 아니라 지면을 파고들어 화석을 탄생시키고 성장시킨다고 믿었다는 내용이 눈길을 끈다. 박희주는 방주(方舟)에서 나온 동물과 사람이 노아 홍수 이후 지금까지 길지 않은 시간에 어떻게 바다 저편의 아득히 먼 대륙을 다시 채울 수 있었는지 자연스럽게 의문에 제기되었다는 점을 지적한다.(55 페이지)

 

박희주에 의하면 대홍수가 끝나고 물이 지하의 심연으로 급속히 빠져 들어가면서 급류에 깎여 계곡이 형성되었다는 알렉산더 캣코트의 이론은 단시간의 급류가 부드러운 퇴적암 계곡의 형성을 설명하는 대는 적절할지 몰라도 단단한 화강암으로 구성된 계곡에 적용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에 의해 난관에 봉착했다.(67 페이지)

 

박희주의 글에서 주목할 부분은 지질학의 역사다. 16, 17세기에 지구에 대한 연구는 대부분 암석에 관한 것이었고(56 페이지) 기독교 우주관의 틀 속에서 추구되던 지구 연구가 경험적이고 실용적인 방향으로 선회한 것은 18세기였다.(63 페이지) 광물자원 탐사가 활발해진 결과다. 19세기에 들어 지구와 관련된 지식의 폭발적 증가로 지질학은 독자적인 학문으로 확립되었다.(72 페이지)

 

17, 18세기에 지질학은 일반인들도 따라갈 만한 학문이었지만 독자적 학문으로 확립된 19세기에 들어서서는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내용의 학문이 되었다.(71, 72 페이지) 박희주는 성경과 지질학을 조화시키려 한 약 300년의 시도는 결국 지질학계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실패로 끝났다고 말한다.

 

“믿음이 좋은 크리스천 지질학자”(41 페이지)인 지질학 박사 이문원 교수는 고지자기학이 대륙이동설 등 지질학의 여러 분야를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다.(88 페이지) 물론 대륙이동의 원동력은 아직 완전하게 설명할 수 없는 상태이며 관련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90 페이지)

 

1980년대 들어 맨틀 하부까지 전체 지구를 얇게 쪼개 열적 구조를 연구하는 컴퓨터 단층촬영 결과 섭씨 6000도의 핵 부분에서 지표로 흘러나오는 거대한 열 흐름의 기둥(플룸 또는 열기둥)을 발견했다.(95 페이지) 생물 대멸종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수퍼플룸이다. 판구조론과 플룸구조론이 현대 지질학의 주요 두 흐름이다.

 

지질학 박사 조석주는 45억년이라는 지구의 나이는 현재 우리에게 알려진 모든 과학의 영역을 동원해 얻은 수치이며 최소한 지난 반세기 이상 큰 수정 없이 유지되고 있다고 말한다.(123 페이지) 조석주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있었던 방사선과 방사성동위원소의 발견이 오늘날 에너지의 이용과 핵물리학을 꽃피우고 지구와 태양계의 연령을 계산하는 데 사용된 것 같이 미래에 아직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과학 연구 결과가 지구의 나이를 오늘날 과학에서 생각하는 바와 다르게 제시할 수 있다면 과학자들은 지난 수세기 동안 그래 왔던 것처럼 새 가설을 검증하고 이를 기존의 이론과 비교해 새 가설을 받아들이고 기존 이론을 폐기할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 말한다.(123 페이지)

 

종교사회학 교수 정지영은 진화론은 그 자체로 무신론을 지지하지도 않고 유신론을 지지하지도 않는다고 말한다. 정지영에 의하면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성경무오설을 받아들이기 때문에 성경에 뭔가 과학적으로 틀린 내용이 있다고 생각하기 어렵다. 하지만 성경은 과학책이 아니기 때문에 성경 내용을 일일이 과학적으로 입증하려고하기보다 성경이 구속사(救贖史)적 메시지를 중시한다고 해서 성경에 오류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143 페이지)

 

리뷰에서는 존 월튼의 ‘창세기 1장의 잃어버린 세계 ’와 김경렬 외 지음 ‘지구인도 모르는 지구’, 신재식 외 지음 ‘종교전쟁’, 랠프 스티얼리, 캐럴 힐 등이 지은 ‘그랜드 캐니언, 오래된 지구의 기념비(부제; 노아 홍수가 그랜드캐니언을 설명할 수 있을까?)’, 존 H. 월튼의 ‘창세기 1장의 잃어버린 세계’, 양승훈의 ‘그랜드 캐니언 정말 노아 홍수 때 생겼을까?’, 데이비스 영 등이 지은 ‘성경, 바위, 시간’등이 다루어졌다.

 

이학 박사인 진명식은 서평에서 ‘그랜드캐니언, 오래된 지구의 기념비’를 열한 명의 지질학자인 저자들이 수십년간 그랜드 캐니언의 주요 탐방지를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각자의 전공 분야에 따라 수많은 사진과 그림을 곁들여 아주 간결하고 쉽게 비교하고 설명한 책으로 소개한다.

 

진명식은 자신은 아직 그랜드 캐니언에 가보지 못했지만 책을 읽고 그랜드 캐니언을 다녀온 사람들보다 더 정확히 그곳의 규모, 생성 과정, 생성 연대 등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한다.(199 페이지)

 

진명식에 의하면 현대 과학으로 발전한 암석연대 측정법으로 측정한 연대가 믿을만하며 측정 방법에 따라 여러 가지 연대가 나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지구 나이만큼이나 오래된 지구의 암석 나이를 정확하게 밝힐 수 없는 것은 그간 암석들이 너무 많은 지각 변동과 변화를 겪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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