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보물창고, 도서관의 역사 - 두루마리부터 가상현실까지 도서관 이야기
모린 사와 지음, 빌 슬래빈 그림, 빈빈책방 편집부 옮김 / 빈빈책방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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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지혜의 전령사라면 도서관은 지혜의 보고(寶庫)다. 나무가 지혜의 전령사라는 말은 나무가 종이의 재료로 쓰이는 것을 염두에 둔 말이다. 그런가 하면 도서관은 지혜가 담긴 존재 즉 책이 사는 곳이다. 오늘날은 지식을 전하는 것이 책만이 아니고 지식을 전하는 곳이 도서관만이 아니다. 하지만 책은 지식 나아가 지혜의 대표적 매체고 도서관은 그런 존재안 책의 대표적 보관소이다.

 

영국 여성 저자 모린 사와의 ‘지혜의 보물 창고, 도서관의 역사’는 두루마리부터 가상현실에 이르는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저자는 도서관 사서로서 수상 경력도 있는 작가다. 책은 도서관 역사의 시작(1장), 암흑시대(2장), 황금기(3장), 새로운 세상으로(4장), 미래의 도서관 여행(5장) 등으로 구성되었다.

 

1장에서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보르시파 도서관 등이 눈길을 끈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고대 도서관들 중 가장 유명한 도서관이고 보르시파 도서관은 함무라비 왕이 세운 도서관이다. 진시황에 의해 불에 중국의 책들이 소개된다. 진시황은 과거를 모두 지워버리고 자신이 왕권을 잡은 첫 해를 기점으로 새로운 역사를 기록하겠다고 생각했다.

 

로마가 망한 후 유럽 문명은 전반적으로 시들해지기 시작했고 그리스, 로마 등 고대 사회가 꽃피운 지식은 대부분 사라졌다. 읽고 쓸 줄 아는 사람은 극히 적었고 학문은 더 이상 아무런 가치도 없었고 도서관을 비롯한 문화 시설들은 모습을 감추기 시작했다. 암흑시대가 온 것이다. 기독교 종교 지도자들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부터 전해져 내려온 이교도 문학을 보존하는 데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그들은 폐허가 된 도서관을 복구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대신 유럽 전역에 세워지기 시작한 교회와 수도원 안에 기독교를 위한 종교 도서관을 개설하기 시작했다. 새로 문을 연 수도원 도서관에 소장할 자료를 마련하기 위해 수도원 안에서 생활하는 수도사들은 수많은 원고를 손으로 직접 베껴 쓰는 고된 노동을 해야 했다.

 

책은 이렇게 학문과 문화가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던 중세 암흑시대를 견뎌낼 수 있었다. 당시 수도원에서 제작한 필사본은 ‘성경’을 비롯한 종교 관련 책이 대부분이었다. 수도원과 필경사는 암흑시대 책의 수호자였다. 필경사, 하면 필경사 바틀비를 연상하게 되지만 필경사는 수호자였다. 책이 언급하는 필경사의 실상은 흥미롭게 읽힌다. 저자는 최초의 인쇄술 발명자는 구텐베르크가 아니라 중국인이라고 말한다.

 

르네상스기의 사서들은 습기, 벌레, 경박하고 무식하고 지저분하고 교양 없는 사람들의 손이 닿지 않도록 책을 보호해야 하는 사람으로 정의되었다. 대부분의 휴머니스트들은 수도원을 감옥으로, 수도원의 책들을 포로들로 여기고 그것들을 자신들의 손으로 해방시키겠다는 생각으로 수도원으로부터 책을 사들이거나 빌렸고 때로는 훔치기까지 했다.

 

1895년 개화사상가 유길준은 ‘서유견문’에서 도서관을 다양한 책을 보관하고 읽게 하여 세상에 무지한 사람을 없애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미국 최초의 회원제 도서관은 1731년 프랭클린과 친구들이 세웠다. 이는 회원들이 낸 돈으로 운영된 도서관이었다. 북아메리카 도서관의 최초의 여성 직원은 1856년 채용된 A. B 한든이다.

 

당시 사람들은 도서관에서 낯부끄럽고 선정적인 내용의 문학작품들을 읽는 남자들이 여성 직원을 보면 난처해 할 것이라 생각했다. 앤드류 카네기와 벤저민 프랭클린을 비롯해서 책 읽기의 즐거움과 중요성을 널리 전하고자 했던 선구자들은 책은 모든 사람의 것이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당연한 말이지만 당시는 혁명적인 것이 아니었을지?

 

마지막 장인 5장은 미래의 도서관 여행이란 챕터다. 도서관의 디지털 프로젝트라는 글이 흥미롭게 읽힌다.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는 한 사람이 300 페이지의 책 한 권을 스캔하는 데 30분 정도가 걸린다. 따라서 한 사람이 하루에 자료를 100개씩 스캔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 속도로 일주일 내내 스캔을 한다고 해도 대영 도서관의 모든 소장 자료를 디지털화하는 데 거의 4천년 가까운 세월이 걸린다. 저자는 도서관의 가치는 미래에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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