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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을 다독이는 관계 심리학 - 나르시시즘과 외로움
우즈훙 지음, 박나영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2년 1월
평점 :
‘내 안의 나와 터놓고 대화하기’라는 부제를 가진 ‘내 영혼을 다독이는 관계 심리학’은 나르시시즘의 의미를 새롭게 드러낸 책이다. 나르시시즘이란 1899년 독일의 정신과 의사 폴 네케가 만들어낸 말이다. 저자는 나르시시즘을 4 단계로 나누었다. 1. 자신감의 단계. 2. 오만함의 단계. 3. 의심병 단계. 4. 망상 단계다. 타인의 비판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은 나는 괜찮은 사람이라는 기본적 나르시시즘이 형성되지 않았다.
이런 사람들은 나는 부족한 사람이라는 내면의 메시지가 자아를 산산조각낼 수 있기에 타인의 비판을 수용하지 못한다. 저자는 세상이 아와 비아가 아닌 나와 나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면 상대에 대한 관점이 바뀌어 상호적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전능감은 환상이 아닌 활력의 원시적 표현이라고 말하며 전능한 나르시시즘과 이성이 조화롭게 결합된 자신의 인간성을 디자인하라고 조언한다.(전능감은 성장하면서 공격성, 성, 애착 등 다양한 활력 표현으로 진화한다.)
건강한 나르시시즘에서 배려가 나온다. 사람은 누구나 기본적 나르시시즘을 가지고 있다. 심리상담사를 찾아간 내담자 중 상담사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한다. 상담사의 이야기와 그들의 원래 이해가 충돌하기 때문이다. 나르시시즘에서 관계의 차원으로 나아가라. 내가 옳다는 나르시시즘은 관계를 깨트린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는 과도한 나르시시즘 및 편집증과 연결된다.
내면의 나르시시즘을 인식하고 마음속 두려움을 덜어낼 수 있다면 아름다운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다. 저자는 몰입하는 데 두려움을 갖는 사람을 염두에 두고 몰입의 최대 가치는 득실에 있지 않다는 말을 들려준다. 중요한 것은 자신을 불태우되 자신을 괴롭히지 않는 것이다. 진실이 존재하지 않으면 관계는 껍데기일뿐이다. 그러므로 완벽하지 않은 자신을 드러낼 용기와 마주 설 때 존재를 인정받을 수 있다. 자기 성장은 완벽함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진실한 모습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나르시시즘을 갖는 것은 비교적 쉽지만 자신감을 갖기는 매우 어렵다. 나르시시즘은 천성이고 진정한 자신감은 어떤 조건과 상관 없이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거만함과 자신감은 다르다. 자신감은 진실한 관계에서 나타난다. 인생은 나르시시즘에서 출발한다. 이후에는 끊임없이 나르시시즘을 깨는 과정이 필요하다. 네가 존재하기에 내가 존재한다는 설정이 관계의 본질이다.
저자는 한 방울의 은혜도 용솟음치는 샘물로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에 빠지는 지나친 예의를 경계한다. 주의할 것은 창의력을 측정하는 기준 중 하나는 모호함을 용인하는 능력이라는 점이다. 우리의 판단은 언제나 하나의 가설이다. 자신의 연역함을 너그럽게 받아주는 것처럼 상대방의 연약함도 배려해 주어야 한다. 그것만이 관계의 시스템에 윤활유가 된다.(감정에 상처를 입은 사람은 끈질기게 상대의 사과에 집착한다는 말을 기억하자.)
사랑을 얻으려면 자아는 때로 죽을 수 있어야 한다. 희생과는 차원이 다른 의미다. 자신을 높이고 내세우기보다 사랑하는 대상을 위해 양보한다는 의미다. 관계에서 사랑을 체험하지 못하면 사람들은 우열을 둘러싸고 다투고 높은 자리에서 통제감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나르시시즘과 권력 추구는 근본적으로 지배하려는 데서 오는 초조함을 반영한다.
저자는 모든 관계에는 보이지 않는 묘한 심리가 숨어 있다고 말한다. 상대가 너무 훌륭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우월감이 손상되지 않고 상대를 쉽게 통제할 수 있기 위해서다. 상대가 부족해야 나를 쉽게 떠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자신을 잘 보살펴야 건강한 나르시시즘과 진실한 자아가 형성된다. 저자는 그리스가 최초로 민주주의 과정을 시작한 이유 중 하나로 쉽게 떠날 수 있는 지리적 특성이 있었기 때문임을 말하며 자기만의 공간을 확보하라는 말을 던진다.
저자는 그리스 주변에 에개해와 많은 섬, 지중해 건너의 넓은 지역이 있었다고 말한다. 산악 지형인 그리스에서 자기 의지가 실현되지 않으면 삶의 터전을 옮길 수 있었고 그런 이유로 마련된 탈출 공간이 존재함으로 인해 자기 주장을 강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이 민주주의 발달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것이다.(206 페이지) 반면 이런 주장도 있다. 농업 기반이 제한된 그리스의 도시국가는 이집트의 파라오처럼 모든 사회 활동을 집중시킬 수 있는 권력과 부를 축적할 수 없었기에 작고 독립적인 도시국가를 발전시킬 수 있었고 이곳에서 정치적으로 성숙한 시민이 양성되었고 수준 높은 토론 문화가 생겨났다는 주장(정인경 지음 ‘모든 이의 과학사 강의’ 46, 47 페이지)도 있다.
저자는 사랑을 내세워 옳고 그름을 따지지 말 것을 주장한다. 사랑하기는 쉽지만 함께 지내기는 어렵다. 첫눈에 반하기는 쉬운 일이지만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