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도널드 위니콧이 말한 정신세계와 외부 세계가 만나 변화가 일어나는 과도(過渡) 공간이다.(레진 드탕벨 지음 ‘우리의 고통을 이해하는 책들’ 80 페이지) 책 한 권을 읽고 다음 책을 손에 들기까지 많지는 않지만 책들로 들어찬 내 방에서 시간을 보내면 완전히 책에서 떠나는 것도 아니고 몰입해 읽는 것도 아닌 중간 상태에 처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이 상태 역시 일종의 과도(過渡) 또는 이행(移行) 상태라 할 수 있다.

 

인류학자/ 영장류학자 세라 블래퍼 허디의 신간 ‘어머니,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읽어야겠다.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가 어떻게 인류로 진화했는지에 대한 틀에 박힌 고정관념을 뒤흔드는 논의를 펼쳤다고 한다. 어떤 분야 이상으로 새로운 주장을 담은 내용들로 북적(book積)이는 분야가 인류학/ 고고학 분야인 듯 하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내게는 아직 지질보다 인류학/ 고고학 분야가 더 재미 있다.

 

올해 1. ‘나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발레리 트루에), 2.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리사 펠드먼 배럿), 3. ‘인류, 이주, 생존’(소니아 샤), 4. ‘역사에 질문하는 뼈 한 조각’(마들렌 뵈메) 등 네 여성 저자가 쓴 책을 흥미 있게 읽었는데 이제 세라 블래퍼 허디의 책을 올해의 대미를 장식하듯 읽어야겠다. 이런 읽기도 어떤 상태로 나아가기 위한 중간 단계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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