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심리학자 로빈 던바의 '던바의 수'에 소수에게만 허락된 우유라는 챕터가 있다.(던바의 수는 150명으로 그 수를 넘으면 진정한 인맥을 형성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상희 교수는 '인류의 기원'에서 우유를 소화시키지 못하는 유당불내증(乳糖不耐症)이 문제가 아니라 어른이 되어서도 우유를 마실 수 있는 유당분해효소 지속증이 문제라고 말했다. 

 

심리학자 앤드루 슈툴먼은 ‘사이언스 블라인드’에서 우유는 19세기에 소크라테스의 헴록(hemlock; 독미나리)이었다고 말한다. 루이 파스퇴르(1822 - 1895)에 의해 저온살균처리법이 발명되기 전까지 우유를 마신 아기들이 모유를 먹은 아기들에 비해 사망률이 몇 배 높았다.

 

프랑수아 자콥(1920 - 2013)은 파스퇴르에게 한 분야에서 다른 분야로 건너뛰게 만든, 기병대의 기습과도 같은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것은 화학에서 결정학으로, 이어서 생물계에서 가장 덜 알려진 분야의 연구로의 전환이다. 자콥은 파스퇴르가 없었다 해도 전염병에서 세균의 역할을 틀림없이 알아냈겠지만 아마도 크게 다른 조건에서였을 것이라 말한다.

 

자콥은 마찬가지로 아인슈타인이 없었다면 상대성 이론으로 알려진 그 무엇과 완전히 똑같은 것은 없었을 것이라 말한다. 그리고 다윈이 없었다면 진화론과 유사한 무엇이 생겨났을망정 같은 이론은 아니었을 것이라 말한다. 자콥은 조지 오웰의 경구를 인용해 예술과 마찬가지로 이 모든 작품들 가운데서도 일부는 더 독특한 것이라 말한다.(‘파리, 생쥐, 그리고 인간’ 196, 198 페이지)

 

‘파리, 생쥐, 그리고 인간’의 번역서가 나온 것이 1999년이니 적어도 20년 이상이 되었다. 그 사이 과학론에 분명 변화가 있었겠지만 자콥의 저 말은 그대로 유효하지 않을까 싶다. 독특함, 그것이 핵심이리라. 산업조직심리학자 케이트 머피가 이런 말을 했다. 

 

"누군가 당신의 관점을 두고 '독창적이다'라고 말했다고 하자. 당신이 남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것을 단점이라 생각하는 유형의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당신의 고유한 관점을 칭찬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의 말을 괴짜처럼 보인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기 쉬울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자신의 취약성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 그 말의 의미를 더 낣은 관점에서 바라보게 될 것이고 상대의 진의를 섣불리 단정지으려 하지도 않을 것이다."('좋은 관계는 듣기에서 시작된다' 171 페이지) 

 

나는 어떤가? 나는 독창적이라는 말이 설령 괴짜라는 의미로 전해진 것이라 해도 좋게 들을 것이다. 김상환 교수는 창의적인 상상력은 천부적인 재능이지만 평범한 인간에게 창의성은 학습을 통해 획득해야 할 어떤 것이라는 말을 했다.('이야기의 끈' 235 페이지) 김상환 교수는 새로운 것을 기괴하거나 일탈하는 것과 혼동하지 말 것을 주문한다. 새로운 것은 이전의 것과 다르되 모범이 될 만한 것이면 된다.('이야기의 끈' 237 페이지) 

 

나는 새로움에 대해 생각할 때면 일본의 이론 물리학자 무라야마 히토시의 말이 생각난다. 우주 생성 초기에 물질과 반물질의 비율은 1;1이었으나 중성미자와 반중성미자의 경우에만 10억개 중 하나의 비율로 차이가 남으로써 (다른 물질과 반물질은 소멸했지만) 그렇게 차이나는 하나가 악간의 물질로 남아 별과 은하를 만들고 우리를 만든 것이라 한다.('왜, 우리는 우주에 존재하는가' 104, 105 페이지) 

 

새로움은 이런 미세한 다름에서 비롯되는 결과가 아닐까? 이렇게 말하면 새로움을 별 것 아닌 것으로 환원해 말한다고 하겠지만 차이는 아주 작은 데서부터 싹트는 것이 아닌지? 문제는 이런 자연과학적인 의미가 아닌 내가 얼마나 일상에서 새로움과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