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을 때
리베카 울리스 지음, 강병철 옮김 / 서울의학서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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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과 주요정동장애는 대표적 정신질환이다. 매우 심각하며 사람을 무력하게 만드는 질병들이다.(93 페이지) 조현병은 정신분열증의 대체어다. 정신분열증은 인격이 분열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인격분열을 해리성 정체성 장애 또는 다중인격장애(과거 이름)라 한다. 아무런 치료도 하지 않을 경우 조현병의 재발률은 약 70%에 달한다.(83 페이지)

 

정신병과 정신질환은 다른 개념이다. 정신병은 조현병, 주요정동장애 등의 정신질환를 앓는 사람이 보이는 증상을 뜻한다.(40 페이지) 정신병적 증상은 환각, 망상, 와해된 언어 등이다. 문장 하나하나는 문법적으로 정확할지언정 전체적 문맥은 전혀 이치에 닿지 않는 것을 말한다.

 

주요정동(情動)장애는 기분의 장애다. 조증, 울증, 조울증을 이른다. 리베카 울리스의 ‘사랑하는 사람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을 때’는 정신질환의 배경, 양상, 증세 등이 다르고 상황은 다양함을 알게 한다. 가족치료 전문가인 저자는 분노와 절망은 환자가 아닌 병을 향해야 마땅하다고 말한다. 물론 이렇게 되기까지 시간과 교육과 경험이 필요하다.(54 페이지)

 

이 책은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과 그의 가족이 감수하는 고통이 현실감 있게 설명, 제시된 책이다. 사람들은 정신질환에 대해 오해한다.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폭력적이지는 않다. 다만 자살률이 높다는 것은 사실이다.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들의 행동 가운데 일반인들이 가장 두려워하지만 가능성이 가장 낮은 것이 폭력이다.(166 페이지)

 

우리는 놀라운 기술과 상대적으로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 모르는 것이 훨씬 많다. 조현병과 주요정동장애는 유전적 요인이 가장 중요하다.(58 페이지) 환경보다 생물학적 요소가 결정적이다. 조현병과 주요정동장애는 완치되는 병이 아니다.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은 나쁘지도 사악하지도 않다. 나약하지도 않다. 특별히 창의적이지도 않다.

 

약물치료가 최선의 치료다.(68 페이지) 약물에 대한 결정이 특히 어려운 것은 부작용은 바로 느껴지는 반면 치료 효과는 한참 지나서야 나타나기 때문이다.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에게 약을 처방하는 것은 정확한 과학과는 거리가 멀다. 모 아니면 도 식의 처방이 이루어진다. 맞는 약을 찾을 때까지 몇 번이고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는 의미다.

 

환자는 정신질환을 인정하는 셈이 되기에 약물 복용을 기피한다, 현재 세계 많은 지역에서 환자 자신 또는 타인에게 위험하다고 판단되지 않는 한 본인의 의지에 반하여 성인 환자에게 억지로 약을 투여하거나 치료 받게 하는 것은 불법이다.(74 페이지) 저자는 환자와 논리를 따지며 논쟁하지 말라고 말한다. 치료를 잘 받으러 다니는 것을 칭찬하고 격려하고 좋은 결과를 바라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74 페이지)

 

가족과 친구들은 끊임없이 기대수준을 낮추고 인내심을 발휘해야 한다. 때로는 몇 주씩 걸릴지라도 작은 성취에 집중할 때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과 가족의 삶이 훨씬 나아진다.(78 페이지) 실력 없고 무관심하다고 생각하는 치료자보다 자신이 신뢰하는 의사나 치료사의 말에 귀 기울이고 충고를 받아들이게 마련이다.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은 작은 변화도 힘들어 한다. 당연해 보이는 일도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에게는 말할 수 없이 어려운 과제일 수 있다.(103 페이지)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은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 때문에 화가 나는지 명료하게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말의 내용보다 행동이나 감정을 관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124 페이지)

 

가족은 어떤가?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과 한 집에 사는 것은 엄청난 긴장을 견뎌야 하는 일이다.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상황은 이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나빠진다.(97 페이지) 그러나 아무리 작더라도 긍정적 변화를 소중히 여기고 노력해야 한다.(93 페이지) 환자가 정신질환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데는 자신을 믿어주고 보람된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과 확신을 버리지 않는 주위 사람들의 존재가 가장 중요하다.(90 페이지)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도 새로운 기술을 익히면서 스스로 실수해볼 기회를 존중받아야 한다.(119 페이지) 병식(病識)이 있을 경우 예후가 좋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병식을 갖지 못하는 것 자체가 정신질환의 증상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333 페이지)

 

저자는 환자 가족들이 환자에 적절히 대처하는 기술을 익히는 등 꾸준히 공부하라고 말한다. 정신질환과 치료에 대해 배우고 사람과 질병을 분리해서 바라보는 태도를 익혀야 한다.(131 페이지) 환자를 감정적으로 대하지 말아야 한다. 긍정적인 피드백이 중요하다. 비록 느리지만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주기 때문이다.(104 페이지)

 

교육이야말로 정신질환이라는 혼란스럽고 복잡한 질병에 맞서 살아남는 데 가장 중요한 방법이다.(198 페이지) 어떤 상황을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려면 시간과 인내는 물론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자신이 처한 상황을 다른 사람과 상의하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어느 누구도 교육과 도움없이 복잡한 질병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207 페이지)

 

보호자의 삶이 건강해야 궁극적으로 환자에게도 도움이 된다.(100 페이지)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고통받는 이가 정신질환 자체가 아니라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이란 사실을 끊임없이 상기하는 일이다.(101 페이지) 증상은 사람이 아니라 병 때문에 생긴다. 망상이나 환각의 내용이 가족을 향하는 것은 가족에 대한 환자의 감정 및 생각과 거의 무관하다.(102 페이지)

 

가족의 기대와 당사자의 기대는 크게 다를 수 있다. 가장 성공적인 계획은 양자를 조화시키는 것이다. 선의에서라도 옛일을 상기시키면 상처가 된다. 기운을 북돋우려면 오늘 한 일을 이야기해야 한다.(108 페이지) 일정이 체계적이지 않으면 무질서한 혼돈의 바다에서 길을 잃고 표류하게 된다.(112 페이지)

 

가족이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조용하고 일관성이 있으며 예측 가능하고 체계적인 외부 현실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과 보호자는 서로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113 페이지) 가족은 무엇보다 한계와 역량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양가감정과 심란함을 피하기 어렵다.(132 페이지)

 

세 가지 중요한 요소 즉 1) 상대방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 2) 나의 감정이 어땠는지, 3) 앞으로 어떻게 행동하면 나의 기분이 어떨 것인지를 의사소통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126 페이지) 아무도 방해하지 않고 자신의 일을 잘 해나간다면 굳이 증상을 없애려고 할 필요는 없다.(140 페이지)

 

망상이나 환각을 현실로 확신하는 정도는 저마다 다르다.(141 페이지) 스트레스의 원인도 사람마다 다르다.(155 페이지) 망상이나 환각이 현실이 아니라는 논쟁은 절대로 피해야 한다.(142 페이지) 행동의 옳고 그름을 따지지 말고 최대한 차분하게 결과만을 지적해야 한다.(164 페이지)

 

와해된 언어에 마주쳤을 경우 그의 마음이 나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된다. 존중하고 배려한다는 사실을 전달하는 데 주력하는 것이 최선이다.(146 페이지) 조현병, 주요 우울증, 조현성 정동장애, 양극성 장애 등은 뚜렷한 이유 없이 호전과 악화를 반복한다.(151 페이지) 중증 정신질환과 물질남용 문제를 동시에 지닌 사람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171 페이지)

 

정신질환 또는 약물 및 알콜 남용 문제 가운데 한 가지라고 겪고 있다고 쉽게 인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물며 두 가지 심각한 문제는 어떻겠는가? 진행성이란 말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심해진다는 뜻이다. 내성(耐性)이 생기는 것이다. 질병에 걸렸다는 말은 뇌에 생리적 변화가 생겼다는 말이다. 정신질환에 있어 가장 두려우면서 거의 논의되지 않는 것이 자살이다.(175 페이지)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들의 자살률은 전체 인구 자살률의 12배에 달한다. 이야기를 꺼내면 오히려 자살할 가능성이 더 커질까 보아 주저하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자살은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선택과 책임은 자살한 사람의 몫이다.(178 페이지)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이 더이상 시달리지 않는다는 데 안도감을 느끼는 것은 극히 정상적인 감정이다. 모든 사람의 길고 고통스러운 싸움이 드디어 끝난 것이다. 비극적인 삶이요 비극적인 종말이다.(178 페이지)

 

고통과 괴로움을 딛고 희망찬 세계관을 갖기란 믿을 수 없을 만큼 어렵다. 저자는 가족이 죽기를 바라면서 기분이 좋을 사람은 없겠지만 죄책감을 느끼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끝나기를 바라는 것이 차라리 자연스럽다.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고통을 겪고 무력감에 빠진 나머지 자신과 사랑하는 가족의 고통이 그만 끝나기를 바라게 되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말기 환자의 가족이 안락사를 원하는 것과 비슷하다. 중요한 것은 이런 심리의 기저에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는 사실이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187 페이지)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라. 어떤 방법이 가장 효과적인지는 실수를 겪어보아야만 알 수 있다. 실수를 하지 않았다면 모든 가능성을 탐구해보지 않은 것이라 말한다.(189 페이지) 죄책감의 논리적 근거는 없다.(206 페이지) 저자는 애도(哀悼)를 말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거나 가족과 사별했을 때만 애도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전에 알던 정상적인 그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에 하는 것이다. 부정, 분노, 슬픔이 애도의 감정이다. 이전의 그는 여기 없지만 증상이 조금 가라앉으면 부분적으로나마 돌아온 것처럼 보인다. 필연적으로 다시 희망을 갖게 되지만 증상이 나빠지면 비참하게 곤두박질친다. 애도과정은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191 페이지)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은 종종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는 것 같지만 정서적인 분위기 변화는 쉽게 감지한다. 보호자의 기분과 전반적인 상태에 매우 민감하다. 그리고 많은 경우 자신의 병 때문에 가족들의 삶이 크게 변한 데 대해 죄책감을 갖는다.(195 페이지)

 

장거리 달리기를 견디는 능력이 사람마다 다른 것처럼 정신질환을 앓는 가족에게 할애할 수 있는 시간과 노력, 경제적 능력 및 함께 지낼 수 있는 이력 또한 저마다 다르다. 한계를 존중해야 한다.(197 페이지) 한 번을 연락하더라도 즐겁게 만나는 것이 불쾌한 만남을 자주 갖는 것보다 훨씬 낫다. 이는 무리하는 것보다 가능한 것을 편하고 자유롭게 제공하는 편이 보호자와 환자 양쪽을 위해 더 낫다(221 페이지)는 말과도 상통한다.

 

일상 속에서 위안을 찾아야 한다. 정신질환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배울 수 있는 지지모임이 있는 것은 스스로를 지탱하는 데 너무나 중요하다.(201 페이지) 병을 앓거나 장애가 있는 사람과 함께 지낼 수 있는 역량과 한계는 사람마다 다르다. 질병을 앓는 가족의 문제에 뛰어드는 데 필요한 시간과 성숙도도 저마다 다르다.(203 페이지)

 

분노에 불을 댕기는 급박한 상황에 대처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 후 분노를 보다 건설적으로 표출할 길을 찾는다.(210 페이지) 어느 누구도 항상 원하는 것을 다 맡을 수는 없다. 모든 사람은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타협과 조정을 해야 한다. 더욱 정신질환이 연관되어 있다면 두말할 필요도 없다.(237 페이지) 정신질환을 둘러싼 고정관념이나 편견은 정확한 정보나 직접적 경험이 없어서 생긴다. 외부인에게 정신질환에 대해 이야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다.(269 페이지)

 

아무리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과 거리를 두려고 노력해도 결국 그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저마다의 여정을 통해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과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다. 어떤 길을 어떤 속도로 걸을지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275, 276 페이지)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에게 가장 어려운 문제는 돈을 다루는 일이다. 응당 받아야 할 돈을 받기도 어렵고 돈을 받은 후에도 관리를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281 페이지)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을 질병에 의해 황폐화된 존재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많은 점에서 특별한 필요를 지니고 있지만 남들과 똑같이 보람된 삶을 누리고자 최선을 다하는 존엄한 인간으로 바라보아야 한다.(289 페이지) 회복이란 극히 개인적인 과정이다. 자신만의 길을 자신만의 속도로 걸어가는 여행이다. 매우 미묘하고 점진적으로 회복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급작스럽고 극적인 과정을 거쳐 좋아지는 사람도 있다.

 

이 여정은 곧은 길이 아니다. 많은 굴곡과 부침을 겪는다. 특히 초기에는 혼란과 질병, 소외감,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 수 있다.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을 믿고 희망을 잃지 않으며 꿈과 목표를 상기시키고 유지하도록 돕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293 페이지)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을 힘없는 질병의 희생자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스스로의 삶에 책임을 지고 자신에게 영향을 미칠 중요한 결정을 내리도록 격려해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외부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 항상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암시를 주어서는 안 된다. 그런 사람은 없다.

 

병과 증상을 이해하고 혼자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약을 중단하겠다고 결정하는 것과 자신의 병을 이해하지 못하고 증상도 심하여 스스로를 돌볼 수 없는 사람이 모든 치료를 거부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294 페이지) 물질남용의 문제에 대해서는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 편이 오히려 낫다.(33 페이지) 바닥을 치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이 물질남용 또는 정신질환이라는 문제를 지니고 있음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바닥이란 주관적 경험으로 사람에 따라 크게 다르다.(338 페이지) 회복 과정은 언제나 기복이 있게 마련이다. 쉽고, 순조롭고, 꾸준히 진행되는 회복은 없다. 꽉 막힌 생각이 들거나 낙담하거나 절망하거나 약물이나 술 생각이 간절하거나 옛 습관으로 돌아가고 싶은 충동에 맞서 싸워야 하는 순간이 반드시 생긴다. 이때 가족이나 보호자가 도와주어야 한다.(341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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