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학 전문가인 강호숙 박사님의 '여성이 만난 하나님'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공감한 부분도 많았다. 무엇보다 기존의 권위적이고 편협한 남성의 성경해석으로는 바람직한 대안을 얻을 수 없음을 알았다. 실존적인 부분과 관련해 내게 지침이 되는 부분은 따로 있었다.

 

지금껏 살아 오면서 때로는 남이 인정해주지 않아 서럽고 섭섭한 적도 많았지만 하나님께 인정받는 것을 사모하여 마음을 접고 또 접었다는 저자의 고백이 그것이다. 나야말로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 받는 것에 민감하게 살아온 사람이다.

 

하지만 그냥 나 홀로 묻고 모색하며 만족하는 삶을 상수로 둔 채 비상시적으로 얻는 피드백과 격려에 기뻐하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하나님께 인정받는 것을 사모했다고 하나 나는 아직 그런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신이 없으면 동무가 있어야 한다는 니체의 말이 생각난다.

 

이 말을 수용하면 내게 필요한 존재는 무엇보다 동무라는 말을 할 수 있다. 단 나에게도 동무들이 몇 있다. 감사하고 미안하게도 그들은 격려와 지지, 진솔한 조언으로 나를 붙잡아 주고 있다. 하지만 신에게 하듯 때를 가리지 않고 고백하고 질문할 수는 없다. 그것이 문제다.

 

물론 내가 원하는 바가 아무 때나 누구에게나 말하고 물으려는 것이 결코 아니다. 그런 실존적 소통을 소망할 때는 언제일까? 문제가 풀리지 않아 힘든 때이다. 내 처지가 어떻든 책으로부터 영감과 단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데에는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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