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곁에서 내 삶을 받쳐 주는 것들 - 고전에서 찾은 나만의 행복 정원
장재형 지음 / 미디어숲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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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형의 ‘내 곁에서 내 삶을 받쳐 주는 것들’은 저자가 읽은 고전에서 길어올린 사색의 편린들을 다듬어 교훈의 형식으로 제시한 책이다. 저자는 한 달에 50권 이상의 책을 읽는 분이다. 책은 6장으로 구성되었다. 1장 나 자신에게 이르는 길. 2장 우리는 사랑으로 산다. 3장 단 한 번뿐인 삶, 욕망하라. 4장 살아 있음이 곧 기적이다. 5장 내 삶의 의미를 묻다. 6장 행복해지고 싶을 땐 등이다.

 

각 장에는 세부 주제가 있다. 1장에는 자아, 여행, 독서 등이 있고 2장에는 사랑, 타자, 슬픔 등이 있는 방식이다. 자아에 해당하는 작품은 헤세의 ‘데미안’이고 여행에 해당하는 작품은 라이언 프랭크 바움의 ‘오즈의 마법사’다. 모두 28편의 고전이 망라되었다.

 

첫 작품으로 호명된 헤세의 ‘데미안’에는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나오는 초인(超人)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1장의 제목인 ‘나 자신에게 이르는 길‘은 우리의 삶은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라는 ’데미안‘의 구절에서 유래했다. 이런 방식의 유기적인 구성이 이 책의 특징이다.

 

책에는 은유가 풍성하다. 은유 없이 사유는 가능하지 않다. 삶은 아름다운 여행이라는 말, 고전은 혼란스럽고 답답한 정신을 위한 영양제라는 말, 절망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는 말, 인생은 탄생과 죽음 사이의 선택이라는 말, 인생은 누군가가 헝클어놓은 실타래(페르난도 페소아)라는 말 등이 모두 훌륭한 은유다.

 

물론 이런 말은 계속 쓰면 진부해진다. 새로운 은유를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책에 나오는 작품 중 안토니오 스카르메타의 ’네루다의 우편배달부‘에는 비가 온다는 말을 하늘이 운다고 표현하는 부분이 나온다. 이에 시인은 우편배달부에게 그것이 메타포(은유)라고 말한다.

 

저자는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을 다룬 슬픔이라는 장의 제목을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로 설정했다.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는 말은 롤랑 바르트가 ’사랑의 단상‘에서 한 말이다. 사랑이라 했거니와 스피노자는 사랑은 외부 원인의 관념에 동반하는 기쁨’이라는 말을 했다. 스피노자는 사랑에 의해 완전히 극복된 증오는 사랑으로 바뀌는데 그것은 증오가 선행되지 않은 사랑보다 한층 더 크다는 말도 했다.

 

사랑에 의해 완전히 극복된 증오는 용서일까? 어떻든 스피노자는 욕망을 인간의 본질로 규정한 철학자다. 그가 말한 욕망이란 갖지 못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앞에 나타난 장애, 덫, 기회 등을 가로지르며 역량을 증대시키려 노력하는 것이란 의미가 담겨있다.

 

‘위대한 개츠비’의 개츠비는 왜 위대할까? 그것은 그가 역량 자체를 가졌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그는 가난과 장애물들을 뛰어넘으며 자신의 역량을 증대시키려 노력했다. 인간은 어느 만큼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아리스토텔레스가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말한 것처럼 평생 지속해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제비 한 마리가 날아온다고 하루 아침에 봄이 오지 않듯 사람도 하루 아침이나 단기간에 행복해지지 않으니 평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력은 기다림이기도 하다.

 

앙드레 지드는 기다림이란 무엇이든지 받아들이기 위한 마음의 준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라 말했다. 괴테는 노력하는 사람만이 방황한다는 말을 했다. 인간의 생애는 희망에 의해 끊임없이 기만당하면서 죽음의 품속으로 뛰어드는 것이라는 쇼펜하우어의 말도 있음을 기억하자.

 

저자는 절망 속에도 희망은 있다고 말한다. 이는 안네 프랑크의 ‘안네의 일기’를 다룬 장에서 한 말이다. 안네는 글을 쓰는 순간에는 어떤 슬픔도 잊을 수 있었고 새롭게 용기가 솟아났다고 말했다. ‘안네의 일기’는 안네가 2차대전 당시 독일이 네덜란드를 점령하고 있는 동안 은신처에 숨어 살기 시작한 열세 살 때부터 2년 뒤 나치에 발각되어 끌려가기까지 써내려간 일기다. 저자는 자신이 소개한 고전 문학들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관건은 입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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