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병묵 교수의 과학 논문 쓰는 법
원병묵 지음 / 세로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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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병묵 교수의 과학 논문 쓰는 법‘은 몇해 전 읽은 김기란의 ‘논문의 힘’에 이어 읽는 두 번째 논문 책이다. 나에게 논문 쓰기는 직접 관련이 없는 사안이기에 참고용으로 읽은 책이다. “논문 쓰기는 delicate tension 과정의 연속”이라는 말이 눈길을 끈다.(delicate tension은 칸딘스키의 작품 이름이다.)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연구가 완결되어 데이터 정리가 가능한 상태에서 일주일만에 논문을 완성하여 투고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연구자는 논문 쓰기를 두려워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논문 작성에는 일정한 글쓰기 훈련이 필요하며 이것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노력과 훈련이 필요하다. 과학 논문은 과학적 주제를 다룬 '논리를 갖춘' 글이다. 논리적 사고의 구조화가 논문 쓰기를 통해 우리가 진짜로 배워야 할 기초 역량이다.

 

논문 쓰기는 아주 능동적인 작업이다. 저자는 과학이라는 미지의 땅을 개척하는 탐험가라면 절망과 희망 사이에서 언제든 길을 잃을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연구가 하나의 질문을 해결하는 과정이라면 논문은 연구에서 얻은 해답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글이다.

 

연구가 우수해야 훌륭한 논문을 쓸 수 있지만 연구를 잘 한다고 논문을 잘 쓰는 것은 아니며 논문을 잘 쓴다고 연구를 잘 하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논문을 왜 쓰는가, 무엇을 써야 하는가, 언제까지 써야 하는가이다. 사안이 정확하고 명확하면 굳이 힘주어 주장할 필요가 없다.

 

과학 논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글이고 매끄러운 글은 그 다음이다. 논문 쓰기는 주장할 내용이나 중요한 과학적 발견을 논리적으로 정리하여 차근차근 글로 풀어 쓰는 과정이다. 리처드 파인만은 자신의 연구를 초등학생에게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좋은 논문을 쓰려면 무엇보다 연구 주제(글감)가 좋아야 한다.(43 페이지) 그 이후 주제가 잘 드러나도록 구성(틀잡기)을 잘 해야 한다. 연구의 초기 단계에서 결론을 예상하고(초기의 예상이 결국 틀리는 경우도 많지만) 연구의 핵심 내용과 연구 방향을 포함하여 전체 틀을 잡아 보는 훈련을 하면 연구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힘을 집중할 수 있다.

 

연구 노트에 적은 연구 내용을 참고하여 핵심 주제나 결론을 하나의 짧은 문구로 표현하는 훈련은 추후 논문 제목을 정하는 데 아주 유용하다. 의외의 결론에 도달하면서 처음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마무리되는 연구와 논문은 얼마든지 존재한다.(45 페이지) 수많은 원인으로 논문 작성에 집중하지 못하는 현상을 왓슨 증후군이라 한다.

 

일주일만에 논문을 쓰는 순서는 이렇다. 1일; 제목과 초록(抄錄) 작성. 2일; 그림과 표 완성. 3일; 문헌 탐색과 정리. 4일; 서론 작성. 5일; 본론 작성. 6일; 결론 작성. 7일; 전체 조율 및 논문 초고 완성 등이다.(제목, 저자, 초록, 서론, 본론, 결론, 참고)

 

학술지 논문은 하나의 주제를 다루며 하나의 이야기를 전달한다. 그래서 학술지 논문은 길이가 짧은 편이다. 박사 논문은 통상 다수의 주제를 종합적으로 다루며 여러 학술지 논문을 종합한 내용으로 구성되기에 짧게 쓰기가 어렵다.(48, 49 페이지) 논문 쓰기의 본질은 끊임없는 연습(혼자 하는 글쓰기)과 훈련(논문 지도 받는 것)이다.

 

저자는 학술지 논문과 학회 초록 작성을 지도하면서 또는 시험 답안을 채점하면서 학생들의 글쓰기 수준에 화들짝 놀랄 때가 있다고 말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논리적으로 풀어 가는 데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많다고 한다. 간결하고 논리적이며 문맥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동시에 재미있고 유익하게 글을 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논문의 제목은 상품의 브랜드와 같다. 초록(抄錄)은 1) 연구 주제의 일반적 배경과 이슈. 2) 논문에서 다루는 문제의 핵심. 3) 연구의 핵심 방법과 결과. 4) 주요 결과의 상세 요약. 5) 연구의 기여와 전망 등을 쓴다.(77 페이지) 서론(序論)은 초록의 확장이다. 선행 연구를 설명하는 문구 바로 뒤에 해당 문헌 번호를 인용하는 것이 좋다.

 

문장이 다 끝난 후에 인용하면 어디까지가 선행 연구인지가 모호해진다. 표절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선행 논문의 표현을 그대로 가져오기보다 문장을 완전히 새로 쓰는 편이 좋다.(89 페이지) 표절 검사 프로그램으로 조사했을 때 중복성이 보통 15퍼센트 이내이면 괜찮다. 논문의 본론은 결과와 논의를 포함한 부분이다.

 

결과를 설명하는 문단은 두괄식 전개가 좋다. 본론에는 결과와 함께 내 연구의 결과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학문의 계보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논의해야 한다.(101 페이지) 결과와 논의를 적을 때는 사실 그대로 적는 것이 좋으며 지나친 형용사나 부사 사용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102 페이지) 논문은 주장하는 글이지만 결과가 명확하면 주장하지 않아도 결과가 스스로 빛난다.

 

논문은 결과를 사실 그대로 적고 논의하며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을 차분히 서술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하나의 논문은 하나의 결론을 강조한다. 결과는 연구에서 얻은 주요 데이터를 말한다. 결론은 연구의 최종 종착점이다. 대부분 짧은 논문의 결론은 하나다. 초록에서는 결론이 뒤에 나오지만 결론 부분에서는 곧바로 결론부터 쓴다.

 

초록은 결론을 얻기까지의 목적과 과정을 먼저 서술하고 결론을 요약한다. 결론 부분에서는 결론 내용을 먼저 서술하고 그 결론을 얻게 된 주요 과정과 결과를 설명하면 된다.(106 페이지) 결론에서는 이전 연구의 한계를 명시하며 현재 연구의 최종 성과를 확정한다. 결론의 마지막 부분에서 앞으로의 연구 전망을 서술한다.

 

연구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하면 좋을지, 어떤 분야에 적용될 수 있는지, 향후 연구에서 주의할 점은 무엇인지 적어 주면 후속 연구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과학 논문은 연구 내용이 압축되어 있고 용어와 내용이 전문적이라 관련 분야 연구자라도 완전히 이해하기는 어렵다. 대부분의 논문은 재빨리 읽고 핵심 내용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논리적인 말하기는 논문을 쓰는 순서와 맥락이 같다. 논리적으로 말하는 연습을 하면 논문 쓰기에 큰 도움이 된다. 무슨 이야기든 핵심을 먼저 간략하게 요약하는 것이 좋다.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전개하기에 앞서 배경지식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청중을 천재라 가정하지 말라. 어떤 이야기든 마무리가 중요하다.

 

이야기의 핵심 결론을 한 번 더 요약 강조하고 다음에 어떤 이야기가 추가될 수 있을지 전망과 예측을 곁들이면 좋다. 박사 주제는 되도록 빨리 잡는 것이 좋다. 초반에 박사 주제의 방향을 잘 잡으면 길이 스스로 열린다. 좋은 주제를 찾으려면 선행 문헌 조사가 거의 완벽해야 하고 학문의 흐름을 완전히 파악해야 한다.

 

무엇을 하든 박사 주제와 연관 지으라. 예상하지 못한 경로로 종착점에 도달할 수도 있기에 모든 경로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연구 노트를 성실하게 적으면서 아이디어의 흐름을 잘 이어가라. 연구실 밖에서도 훌륭한 연구 활동이 가능하다. 가끔은 온전히 쉬는 것이 연구에 더 큰 도움에 되기도 한다. 다른 분야의 학문에도 관심을 기울이라.

 

다른 인접 학문에 대한 관심은 더 넓은 기회를 열어 줄 것이다. 모든 일에 자신을 믿으라. 다른 사람과 비교할 필요는 없다. 여기까지 온 것으로도 충분히 잘한 것이다. 젊은 동료들과 소통하라. 도움받는 것에 주저하지 말라. 언젠가는 젊은 동료들에게 유용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불필요한 일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라. 적절한 휴식을 취하라. 확신을 가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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