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자리‘라는 책을 계기로 존 버든 샌더스 홀데인, 스티븐 제이 굴드 등의 이름을 다시 확인한다. 홀데인은 신은 딱정벌레와 별에 대해 과도한 애정을 가진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유명한 생물학자다. 이 에피소드를 근거로 하면 홀데인을 재기 넘치는 과학자로만 보는 것도 무리가 없겠다. 하지만 과학적 유토피아를 그린 ’다이달로스. 과학과 미래‘라는 책의 저자이기도 한 그는 공동체 지향의식이 강한 과학자였다.

 

김우재 교수는 '과학의 자리‘에서 과학과 인문학이라는 이분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귀기울일만한 주장을 했다. 하지만 인문학 진영에서 자연과학을 소홀히 하는 문제는 많이 거론한 반면 자연과학 진영에서 인문학을 소홀히 하는 문제는 상대적으로 덜 언급한 점은 아쉽다.

 

책에서 거론된 ’과학이 만드는 민주주의‘의 저자 해리 콜린스와 로버트 에번스는 목을 180도 돌릴 수 있는 부엉이처럼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모두 바라볼 수 있는 과학자들을 진정한 과학지식인으로 정의했다. 인문학적 메시지를 반영해 해설하려는 지질해설사를 보고 펄쩍 뛰었다는 한 지질학 박사가 생각난다. 그 분에게 “과학과 인문학이라는 이분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과학의 자리‘의 메시지를 들려주고 싶다.

 

'과학의 자리'와 관련해 인상적인 점은 책이 어렵다는 기자의 푸념에 “그건 내가 독자를 존중하기 때문이다...편향적인 인문주의 전통에 매몰된 학자들은 책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한 저자의 대응이다. 나 역시 주위 사람들을 존중해 어려운 이야기도 꺼리지 않고 전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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