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자를 위한 자연수업 2 - 물방울부터 바다까지 물이 드러내는 신호와 패턴을 읽는 법 산책자를 위한 자연수업 2
트리스탄 굴리 지음, 김지원 옮김 / 이케이북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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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스탄 굴리는 ‘산책자를 위한 자연수업 2’에서 자신의 책은 물 자체를 다루었다고 말한다.(‘물; 物‘ 자체가 아니라 ’물; water’ 자체다.) 굴리는 작가, 항해사, 탐험가이다. 물은 물에 달라붙는다. 물에도 점성이 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물에 매료되어 점성(粘性)을 신중하게 관찰했다.

 

그는 나뭇가지 아래에서 물방울이 떨어질 정도로 커져도 약간 마지못한 것처럼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그리고 드디어 1508년경 물방울이 떨어지기 전에 물방울의 목이 길게 늘어났다가 방울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가늘어지면 그제야 바닥으로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관찰은 백 길의 계곡을 두려움 없이 나아가는 것은 마치 용(勇) 같다고 표현한 공자의 생각과 배치된다. 물의 점성 또는 장력 vs 중력의 구도가 흥미롭다. 물이 서로, 그리고 컵 옆면에 달라붙게 하는 장력(張力)은 모세관 현상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장력은 물체 내의 임의의 면의 양측 부분이 서로 수직으로 끌어당기는 힘을 말한다. 모세관현상은 가는 대롱을 액체 속에 넣어 세울 때 관 안의 액면이 관 밖의 액면보다 높아지거나 낮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저자는 우리는 어떤 수역(水域)을 볼 때도 색깔이나 색조의 미묘한 변화보다 물의 움직임을 먼저 알아챈다고 말한다.

 

측량사들은 오래전에 대단히 극단적인 환경에서 원주민들과 주변 환경과의 관계를 고찰해 불을 피운 흔적이 원주민들이 야영지를 만들었다는 의미고 그것은 당연히 아주 가까운 곳에 물이 있다는 뜻임을 알았다. 버드나무나 오리나무는 뿌리가 정기적으로 물에 젖는 곳에서만 자리기 때문에 물이 근처에 있다는 강력한 단서가 된다.

 

흐르는 물이 내는 소리는 물에 공기가 섞여 만들어진다. 저지대 강은 훨씬 조용하고 물 자체는 거의 고요하다. 물의 특성 중 이해하기 가장 쉽고 찾기 쉬운 것 중 하나는 베개라는 별명의 현상이다. 강한 물줄기가 시내에서 바위나 다리 기둥 같은 장애물 같은 것에 부딪히면 그 장벽의 상류 쪽으로 불룩 튀어나온 형태가 만들어진다.

 

우리가 움직이는 물에서 보는 다른 많은 것처럼 베개는 정체이자 유체이고 물은 매 순간 변화한다. 하지만 베개의 형태는 베개를 만드는 물의 흐름이 일정한 한 거의 일정한 형태를 유지한다. 물의 색깔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여러 부분을 알아야 하고 각각은 그 자체만 보면 아주 단순하지만 합치면 사람들을 헷갈리게 하고 필요 이상으로 훨씬 어렵게 느껴지게 만든다.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네 분야는 다음과 같다. 물 아래 무엇이 있는가? 물 속에 무엇이 있는가? 물 위에 무엇이 있는가? 빛의 영향은 무엇인가? 등이다. 물의 색깔을 이해하려고 할 때 고려해야 할 첫째 사항은 당신이 물을 보고 있는 것인지 반사되는 것을 보고 있는지를 구분하는 것이다.

 

멀리 있는 바다를 볼 때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은 주로 더 멀리 있는 하늘이 반사된 모습이다. 그래서 멀리 있는 바다는 화창한 날에는 파란색으로, 구름 낀 날에는 회색으로 보인다. 물에 닿는 빛이 없다면 색깔도 없다. 빛이 물에 색깔을 부여한다. 불을 켜고 컵 안의 물 색깔을 욕조 안의 물 색깔과 비교하면 훨씬 더 흥미로워진다.

 

욕조가 평범한 하얀색이라면 2센티미터 정도 깊이로 물을 채운 다음 안을 들여다보라. 컵 안의 물처럼 완전히 무색투명하게 보일 것이다. 이제 욕조에 물을 꽤 깊게 채워보라. 좀 더 깊은 물을 쳐다보면 아주 약간 푸른색이 도는 것을 알 수 있다. 배에서 깊고 맑은 바닷물을 내려다볼 때 물 색깔이 파랗게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맑은 물은 색깔이 없지만 색깔을 약간 흡수한다. 백색광이 물에 닿으면 일부는 반사되고 일부는 물 분자에 흡수된다. 물에 들어가는 백색광은 무지개의 모든 색깔로 이루어져 있고 그 색깔들은 똑같이 흡수되지 않는다. 빨강, 주황, 노랑이 파랑보다 물에 더 많이 흡수된다. 그 결과 백색광이 지나가는 물의 양이 많을수록 밖으로 나왔을 때 더 파랗게 보인다. 과학자들은 물에 흡수되지 않고 가장 멀리까지 갈 수 있는 정확한 색깔을 찾았다. 바로 녹청색이다. 심지어 파장도 찾았다. 480 나노미터다.

 

저자는 폭포를 물이 어떤 높이에서 다른 높이로, 대체로 단단한 바위에서 좀 더 침식되기 쉬운 부드러운 바위 위로 수직으로 떨어지는 것을 가리킨다고 설명한다. 박순 시인의 ‘페이드 인’이란 시가 있다.

 

“물줄기는 지그재그로 흘렀다 무모하게 뛰어내렸다 절/ 벽 앞에서 뒷걸음질 치고 싶은 날도 있을 것이다 부딪/ 치고 튕겨져 나왔다 무른 바위의 살점이 떨어져 나가/ 는 시간은 계속된 지 오래 서로는 파편이 되어가는 시/ 간에 충실했다 어느 한 날 폭포는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얼어붙었다 산짐승의 이빨을 닮은 폭포는 바닥/ 을 향해 매달려있다 겨울이 깊어질수록 폭포와 바위/ 는 뜨겁게 영겨븥었다 경계를 감춘다 겨울은 마취의/ 계절이다 눈을 좀 붙여보는 건 어때? 한숨 자고 나면/ 괜찮을 거야.. 봄은 서로의 경계를 드러내는 통증의/ 시간 입술 위에 봄을 올려놓는다, 그 환한 봄을, ”

 

절벽 앞에서 뒷걸음질 치고 싶은 날도 있을 것이란 말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머뭇거림과 상통한다. 봄은 서로의 경계를 드러내는 통증의 시간이란 말이 인상적이다. 저자는 워터폴스왈렛(waterfallswallet)이라는 폭포 이야기를 한다. 스왈렛은 땅에 있는 움푹한 곳이나 함몰지를 부르는 옛 이름이다. 물이 지면 높이에서 시내의 형태로 흐르다가 툭 튀어나온 바위에서 땅에 있는 커다란 함몰지로 떨어져 내린다.

 

굴리의 책은 물에 관한 모든 것을 망라한 책이다. 폭포 이야기가 더 나왔다면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방대한 책을 내 관심사에 맞춰 읽었다. 소략하게 읽었지만 다시 꼼꼼하게 읽어야 할 책이다.

 

‘산책자를 위한 자연수업 1’도 읽어야겠다. 곁에 두고 틈나는대로 읽으면 영감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의 색깔을 이해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네 가지를 논한 챕터에서 저자가 보인 내공은 대가의 면모라고 해도 조금도 어색하지 않다. 과학책의 최고 경지를 보여주는 책을 쓴 저자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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