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의 건축 - 건축으로 사람과 삶을 보다
최동규 지음 / 넥서스BOOKS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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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건축’은 새문안교회를 설계한 서인건축 대표 최동규 건축사가 설계한 21 개의 건축물에 대한 설명서이다.(서인이라는 이름이 어떤 한자를 쓰는지 궁금하다. 한자어로 이름을 정해놓고 상세 내용은 전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좋은 건물이란 용(用), 체(體), 미(美)를 충족시키는 건축, 한 번쯤 들어가보고 싶게 하는 건축이라 설명한다. 용, 체, 미를 충족시키는 건물이란 필요(用)에 맞도록 몸체(體)를 아름답게(美) 구현한 건물이다. 저자는 실용성과 미학의 차이를 크게 두지 않는다고 한다. 실용성은 단순한 욕심만이 아니라 주어진 대지에서 자신의 목소리와 몸짓을 표현하는 중요한 윤리의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영화 '쇼생크 탈출'의 주인공이 감옥에서 지내는 것과 우리가 각자 자신의 집에서 사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문 하나가 철창처럼 현대인을 구속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자연히 저자의 프로젝트는 사람들을 예의 그 구속감에서 벗어나게 하는 방향으로 수렴되리라.

 

저자는 이렇게 영화로부터 단서를 얻는 건축사다. 새문안교회는 스토리가 제법 알차다. 7개의 회사가 응모한 현상 설계의 전문가 심사에서 최동규씨는 2등으로 수상자가 되지 못했지만 1등과 2등의 모형을 가져다 놓고 신도들의 선호도 투표와 장로들의 투표를 실시한 결과 최종 案으로 선정되었다.

 

당회장 목사께서 "나는 전문가들이 1등으로 뽑은 안으로 짓고 싶지 않아요. 2등 案은 내용은 모자랄 수 있어도 보충하면 좋은 설계가 될 것 같습니다."란 폭탄선언(?)을 한 것이 큰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이 건축물은 준공 당해인 2019년 가을 스페인 구겐하임 빌바오에서 열린 아키텍처 마스터스 프라이즈에서 수상작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당시 1등을 한 건축물이 그대로 최종 안으로 결정되어 아키텍처 마스터스 프라이즈에 나갔다면 어떤 결과를 받았을까? 궁금하다.

 

저자는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며 설계한다고 한다. 가령 의정부 영아원 및 경기북부 아동일시보호소의 경우 처음으로 아기를 발견한 사람이 아기를 안고 올 때 비가 온다면? 그 아이의 얼굴에 빗방울이 떨어진다면? 등을 생각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상세한 설명을 시도한다. 상세함은 층(層)을 위로 높이 포개어 짓는 건물에서 같은 높이를 이루는 부분을 의미하는 것으로 설명하는 데에서 드러난다. 직관적으로 알 수 있지만 설명하려면 까다로운 것이 층이라는 단어다. 아니 어디 층뿐이겠는가?

 

알바 알토를 사사했다는 저자는 실력을 갖추려면 체면보다 실력자의 작품을 모방하고 공부하고 습작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강남구 소망교회는 저자가 알바 알토를 사사한 뒤 처음으로 구체화한 건축물이다.

 

저자에 의하면 소망교회는 자신의 스승이자 두 번째 사랑인 알바 알토에 대한 오마주가 되기를 원하고 그의 건축물 특히 볼프스부르크교회를 각도에서부터 상징까지 모방, 인용한 작품이다.(저자가 30대 초에 설립한 서인건축은 고전을 거듭하다가 아내의 권유로 참여하게 된 서울부부합창단 모임에서 소망교회 집사를 금** 사장을 만난 것이 계기가 되었다.)

 

건축은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며 소비되는 소비재의 핵이다.(100 페이지) 저자는 신이 될 수 없는 인간의 신이 되기 위한 노력이 건축을 발전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저자는 건축은 한 나라의 정신사적 가치를 상징하기에 건축가는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고 말한다.

 

“알바 알토로부터 그만 빠져나오지?‘ 저자가 한 지인에게서 들었다는 말이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저자는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자연스럽게 빠져나오게 되길 바란다고 답했다. 15년이란 세월을 알토를 사사한 저자는 도봉구 방학동의 녹산교회를 설계하면서 알로토부터 벗어나게 되었다고 말한다.

 

녹산교회 건축 과정을 가장 강렬하게 알토에게서 벗어나게 된 시점이라고 느끼는 것은 자신의 한계를 들어 올리고 알에서 부화한 듯한 내적 감흥을 느꼈기 때문이라 설명한 저자는 알 속의 병아리와 밖의 어미 닭이 동시에 알껍데기를 깨는 것을 의미하는 줄탁동시(啐啄同時)란 말을 덧붙인다. 저자는 알바 알토를 자신의 스티그마(흔적)라 말한다.

 

신촌성결교회편에서는 잇스토리란 말이 소개된다. 역사를 의미하는 히스토리에서 파생한, 스토리텔링의 중요성과 유산(遺産)을 강조한 신조어다. 평창동 차경재(借景齋)는 개인 집이다.(경치를 빌려온 건물이라는 의미의 집인데 본문에는 차경제라 설명되어 있다.)

 

저자는 빛이 들어찬 공간이 가장 바람직한 예배당이라 말한다.(220 페이지) 모새골성서연구소는 사방에서 빛이 유입되는 아름답고 따뜻한 공간이다. 저자는 건축물은 삭막한 도심에 핀 그 자체로 아름다운 거대한 꽃 한송이라 말한다.(233 페이지)

 

저자는 서울의 야경은 그 어떤 도시의 그것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만약 당신이 그렇게 느끼지 못한다면 익숙함 때문일 것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김수근 건축가로부터도 배웠다. 샘터 사옥, 아르코예술극장, 아르코미술관 등 김수근 건축가가 설계한 대학로의 건축물들을 열거하며 저자는 김수근 건축가는 우리나라 건축에서 벽돌의 시대를 열고 건축가로서 문화와 예술의 영역과 경계를 허물었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라 말한다.(246 페이지)

 

저자에게 김수근 건축가는 직장(공간社) 내 스승이다. 김수근 건축가가 저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상상력, 관찰력, 판단력은 건축가의 필수 소양이다.“ 저자는 상상은 관찰과 사유를 통해 성장하고 판단 역시 관찰을 통해 쌓아둔 자료를 근거로 삼기에 위의 세 항목은 하나인바 결국 종합적 사유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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