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리셋, 클럽하우스 - 소셜 미디어의 새로운 미래를 만나다
김경헌 외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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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 리스너, 오퍼레이터가 활약하는 클럽하우스는 2021년 1월 우리나라에 상륙한 SNS다. 클럽하우스는 다양한 줄임말의 대상이 되고 있다. 클하(클럽하우스), 클생(클럽하우스 생활), 클친(클럽하우스 친구) 등이다. 무엇보다 현생이란 말이 눈길을 끈다. 클럽하우스의 클이란 단어가 들어 있지 않지만 클럽하우스가 그만큼 여러 사람으로 하여금 많은 시간을 쓰게 하는 매체임을 간접적으로 알게 하는 말이어서 주목을 요한다.

 

‘소셜 미디어의 새로운 미래를 만나다’란 부제를 가진 ‘소통의 리셋, 클럽하우스’는 컨설턴트, 북큐레이터, 프로덕트 오너, 심리학 전공의 만화가 등 여러 분야의 전공자인 다양한 저자들이 함께 쓴 클럽하우스 종합 분석서다. 책의 구성은 클럽하우스의 정체성을 논한 1부, 사람들이 클럽하우스에 빠지는 이유를 규명한 2부, 어떻게 진정한 소통을 할 수 있는가 등을 논한 3부 등 세 개의 파트로 구성되었다.

 

클럽하우스는 폴 데이비슨과 로한 세스의 만남으로 시작된 매체다. 딸이 소아 간질중첩증을 안고 태어난 로한 세스가 치료 연구를 위한 비영리단체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과거 인연이 있던 폴 데이비슨에게 조언을 구하고자 연락한 것이 계기가 된 것이다. 두 사람은 친밀감의 빠른 확장이라는 새 방향성을 바탕으로 새 앱에 클럽하우스란 이름을 붙였다.

 

클럽하우스는 이전 앱인 토크쇼와 달리 녹음이나 재방송 기능 없이 휘발성 대화를 담는 형태로 출시되었다. 절대 소셜 미디어를 만들지 않으려 했던 두 사람은 본의 아니게 새로운 형태의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를 만들었다. 2020년 3월 17일의 일이었다. 2021년 1월 우리나라에도 클럽하우스가 상륙했다. 클럽하우스의 특별함의 중심에는 실명에 기반한 계정을 만드는 데서 비롯되는 실존성과 음성과 실시간성에서 비롯되는 진정성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가 자리한다.

 

특기할 점은 실시간 대화의 희귀함과 소중함, 그리고 18세 이상인 자에 한해 이용가능하다는 점이다. 인간의 뇌는 예측불가능성을 갈구하도록 만둘어졌다. 클럽하우스의 특징은 예측불가능성이다. 클럽하우스는 다섯 가지 원칙을 갖는다. 1) 자기 자신으로 임하세요. 2) 존중하는 태도를 가지세요. 3) 포용적 자세를 보이세요. 4) 공감력과 이해심을 형성하세요. 5) 의미 있고 진정성 있는 인연을 만들어가세요 등이다.

 

클럽하우스는 무대와 객석이라는 두 개의 공간으로 구성되었다. 무대에 있는 사람을 스피커라 하며 그 중 방을 만든 사람을 모더레이터라 한다. 객석에 있는 사람을 액티브 리스너라고 한다. 언제든 우측 하단에 있는 손바닥 버튼을 눌러 모더레이터에게 자신이 말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클럽하우스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1) 방 안에서의 경험. 2) 검색과 발견. 3) 신뢰와 안전을 보장하는 구조. 4) 성장과 확장 등이다. 김정원은 워낙 얼리 어답터들이 많아 솔로 어답터로서 자기소개에 부담이 가는 방들이 많았고 이제는 흡사 창세기를 보는 기분이라고 말한다. 김정원은 클럽하우스가 자신의 페르소나를 모두 충족시킨다고 말한다. 페르소나는 사회가 요구하는 자아로 자신의 본성과는 다른 태도나 성격. 사회의 규범과 관습을 내면화한 것을 의미한다.

 

김정원은 혼자가 좋지만 외롭고 싶지도 않다는 말로 자신을 설명한다. 자신의 페르소나를 모두 충족시킨다는 말은 그 만큼 클럽하우스가 다양한 분야로 세분되어 있음을 방증(傍證)한다. 크게 나누면 클럽하우스 방은 정보형, 치유형, 유희형으로 대별된다. 목차 중에는 현생 1년과 맞먹는 클생 한 달이란 말이 있다. 클럽하우스는 원하는 대화를 마음껏 할 수 있는 곳이다. 또한 타인의 관심사로 인해 내가 확장되는 곳이다. 이는 서로 멘토가 되는 곳이라는 말로도 바꿀 수 있는 말이다.

 

궁금한 것은 현생과 클생의 캐릭터가 다를 경우 어떤 결과가 빚어질까, 란 점이다. 부담감이 없다는 말이 반갑(?)다. 심리학 전공의 이종범은 거의 모든 학습은 절대적인 진리라 부르는 것에 대한 깨달음을 제외하면 대부분 편견과 선입견을 체계적인 형태로 쌓아올린 것이라 말한다.(117 페이지) “범주화, 타자화, 편견, 선입견 등의 말은 그 자체로는 부정적인 말이 아니다. 현상과 당위를 굳이 구분하자면 편견은 현상이다.

 

인간의 뇌는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생존을 위해서 이와 같은 방법을 써야만 했다.” 편견은 인지적 절약의 한 방법이다.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소셜 미디어를 이용하면서 효율성을 위해 편견을 쌓는 성향은 강화되었다. 그래서 이용자들은 두려움이 느껴지지 않는 대상으로 타임라인과 피드를 구성한다. 소셜 미디어는 현실의 모사(模寫)다. 편견과 소외는 우리의 불편한 자화상이다.

 

소셜 미디어의 시대를 열어젖힌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거대한 연결망으로서 각자 서로 다른 방식으로 현실 세계를 재현했다. 그 과정 속에서 현실 세계의 한계와 문제를 함께 재현했다. 그리고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그 문제에 대처했으나 결과는 비슷했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만으로 구성된 사회, 소속감과 안락함은 제공하지만 확장이 멈춰버린 네트워크, 초연결의 결과로 초분절이 생겼다.(126 페이지) 초분절이란 말이 인상적이다.

 

“현재의 초연결 사회 속에서 우리가 체험하는 온라인상의 인간관계는 대부분 과맥락(너무 많은 정보)으로 발생한 관계의 언캐니밸리에 위치한다.”(137 페이지) 언캐니밸리는 ‘으스스한 골짜기’라는 의미의 말로 일본의 로봇공학자 마사히로 모리가 1970년에 발표한 이론에서 실마리가 생겼다. 인간과 비슷한 로봇과 인간과 거의 똑같은 로봇 사이에 존재하는 불쾌감의 영역을 말한다.

 

이종범은 인간이 아직 태어나서 움츠러들기 전 호기심과 호의를 가지고 서로를 처음 마주했을 때와 같은 관계의 원형을 추체험하기 위해서는 협소맥락 즉 모두가 충분히 적은 양의 정보 안에서 모여야 한다고 말한다.(138 페이지)

 

알고 만나는 것보다 만나서 알아가는 것을 선호하는 말이다. 이는 관계의 리셋이라 할 수 있다. 클럽하우스가 삶의 모사가 아니라 확장이 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각자 생각해 볼 일이다. 인간은 선과 불선함을 두루 갖춘 복합적 존재다. 물론 어느 한쪽 성향이 더 강하다. 대부분 불선한 성향이 강하다고 말하면 편견일까? 이종범은 인간의 근본적 한계를 인정하는 한편 근본적 선의도 인정한다고 말한다. 후편으로 갈수록 더욱 흥미로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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