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랜선 육아 - 교육 전문가 엄마 9인이 쓴 나홀로 육아 탈출기
온마을 지음 / 미디어숲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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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하나 키우는 데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It Takes A Whole Village to Raise A Child)’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원제가 ‘It Happens Every Day’이긴 하지만 같은 말로 제목을 정한 번역서도 있다. 우리나라처럼 각자의 생활 조건으로 바쁜 사회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말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끼?

 

요즘 랜선 모임이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 소셜미디어나 멀티채널네트워크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공통 관심사를 감상하고 채팅하고 메신저로 소통하는 모임을 말한다. 팍팍한 시대를 반영하는 말이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언택트(비대면) 시대를 증거하는 말이다. 방구석이란 말도 그렇다.

 

온마을이란 팀이 만든 ‘방구석 랜선 육아’는 3, 40대의 초중등 교사들로 이루어진 교육 전문가 엄마 9인이 쓴 나홀로 육아 탈출기다. 개인적으로 리세롯 마리엣 올슨의 ‘들뢰즈와 가타리를 통해 유아교육 읽기’란 책을 읽은 바 있지만 교육과 육아는 공유되는 부분이 있는 만큼 다른 부분도 있을 터이다.

 

초중등 교사 엄마들은 육아에 어떤 비결을 가질까? 책 뒷면에 이런 소개 문구가 있다. 직접 만나지 않고도 일상과 육아를 공유한다. 책은 나 홀로 육아는 힘들어(1부), 함께할수록 즐거운 동맹육아(2부), 어제의 엄마는 가고 내일의 엄마가 온다(3부), 나도 한번 육아 모임 꾸려 볼까(4부) 등으로 이루어졌다.

 

저자들 프로필은 인터넷 닉네임으로 소개한 데다 출신학교나 전공 등을 이야기하지 않고 책에 필요한 최소의 정보로 채웠다. 엄마의 모유 수유, 엄마의 단호함, 엄마의 후회, 엄마의 소망, 엄마의 수면 교육, 엄마의 관찰, 엄마의 확신, 엄마의 죄책감, 엄마의 육아 메이트, 엄마의 행복, 엄마의 둘째 임신, 엄마의 기록, 엄마의 고통, 엄마의 독서 같은 제목들이 인상적으로 포진된 책이 ‘방구석 랜선 육아’다.

 

책 내용 중 이런 부분이 있다. “이런 게 엄마의 현실이라는 걸 알았다면 우리는 과연 시작했을까?” 메리 에이어스의 ‘수치(羞恥) 어린 눈’이란 책이 생각난다. 인도 타밀 부족은 아기가 너무나 사랑스러우면 ‘눈(eye)’이라 부른다고 한다는 말로 문을 연 이 책은 아이를 바라보지 않는 어머니 때문에 아이가 수치를 내면화하면 그것은 평생의 삶에서 되풀이되어 울려 퍼진다고 말한다.

 

정신분석 책이기에 일반적인 상황과 얼마나 연결될지 장담할 수 없지만 엄마 역할의 중요성 즉 육아라는 지난한 과제를 떠올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진술이다. 말할 수 있는 것은 출산율이 계속 떨여지기만 하는 상황에서 아이를 낳는 것은 박수칠 일이 분명하다는 점이다.(출생률이라 해야 맞을 것 같다.)

 

물론 용기 있게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육아가 쉬운 것은 결코 아니다. “모임의 구성원들이 자신의 삶과 육아에 관한 생각을 공유하는 과정을 차근히 거친다면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고민을 나눌 수 있는 멋진 친구가 될 것이다.” 새길 말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내용을 실마리로 책은 전편을 통해 랜선 육아모임의 전모를 차근차근 설명해 놓았다. 최근 유튜브를 통해 오뉴파파(Onewpapa)의 육아 프로그램을 보았다. 귀엽고 예쁘고 똑똑한 여아(오뉴)의 모습에 내 아이인 듯 즐겁고 행복했지만 알려지지 않은 숨은 어려움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엄마의 관찰’편을 보자. 이런 내용이 있다. “기관 생활을 처음 시작한 아이가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얼마나 외롭고 불안하고 힘들었을지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다행히 당시 아이의 표정과 행동에서 아이의 감정 상태를 놓치지 않아 보호자로서 아이를 대변할 수 있었다.”

 

상태를 놓치지 않는다는 말이 핵심이다. 상태는 무엇보다 눈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이고 알리는 것이다. ‘수치 어린 눈’의 메시지를 연상하게 된다. 책에는 이석증으로 고생하며 아이를 키운 엄마 이야기도 있다. ‘엄마의 독서‘라는 글이 눈길을 끈다. 부제는 ’아기가 깰까 봐 언제나 가슴이 두근거렸다’다. 크게 공감되는 이야기다.

 

“오늘도, 아니 육아 중 쓰는 모든 글은 ‘기승전아기’로 끝난다.”는 엄마의 글이다. 4부는 전술했듯 ‘나도 한번 육아 모임 꾸려 볼까‘로 구체적 방법론을 귀띔한 글이다. “하나하나의 인연은 생과 생이 만나는 엄청난 경험이고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다시 이어질지 모르지 않는가, 맺는 것만큼 푸는 것 역시 세심함이 필요하다.”란 글을 보라.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글이다. 목적을 달성했거나 사정이 생겼다면 헤어질 수 있는 것이 삶이기에 그렇다. 시대 상황을 잘 반영한, 그리고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아기와 직접적으로 관계 있지 않아도 읽을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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