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해법’, ‘도시의 깊이’ 등 지난 달 구입한 두 책은 건축학 전공자들의 책이다. 이 책들에서 예상하지 못한 단어들을 만났다. 랑그, 빠롤, 크러싱 팟(이상 ‘서울 해법’), 헤테로토피아, 현상학, 구조주의(이상 ‘도시의 깊이’) 등이 그것들이다. 이 가운데 크러싱 팟을 제외한 나머지 것들은 철학 용어다. ‘도시의 깊이’의 저자는 현상학은 너무나 철학적이라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현상학을 건축에 적용하는 것은 얼마나 깊이를 담보하는 일이겠는가. 오랜만에 리쾨르의 ‘악의 상징’을 읽는다. 리쾨르가 랑그와 빠롤을 가지고 의미심장한 말을 했기 때문이다.(설명은 생략) 어떻든 그 작은 연결고리를 보고 제대로 이해했는지 알지도 못한 채 30년전에 읽던 책을 다시 펴본다. 흠, 죄, 허물 등의 개념이 인상적인 책이다.

 

흠은 악으로 인해 인간이 스스로 더러워졌다고 느끼는 체험의 상징, 죄는 그렇게 더러워진 자신이 거룩한 하나님과 단절되었음을 느끼는 체험의 상징, 허물은 죄로 인해 벌어진 하나님과의 간극을 되돌릴 수 없는 것임을 느끼는 체험이다.(일부러 ㄷㄷㄷ로 요약했다.) ‘더러워짐 - 단절 - 되돌릴 수 없음‘이 그것이다. 여유 없는 중에 조금씩이나마 읽는 이런 글로 인해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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