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노트
이상우 지음 / (주)이상미디랩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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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저지른 실수로부터 배워 나가는 매우 고통스러운 방법이 가장 좋은 투자(投資) 방법이다.”..필립 피셔(Philip Fisher; 1907~2004)의 말이다. 워런 버핏이 꼽은 두 스승 중 한 명이다. 성장주 투자의 아버지라고 한다. 훌륭한 기업을 매수해 장기 보유하는 워런 버핏의 전략이 바로 필립 피셔로부터 온 것이다. 유튜브로 주식 강의를 하는 이상우 씨의 책 ‘투자 노트’는 특이한 책이다.

 

이런 생각들을 정리하고 책을 펼치니 다시 필립 피셔의 말이 인용되어 있다. “다른 사람의 투자 방식을 그대로 복제한 것이 아니라면 어떤 투자 철학도 하루 아침에, 아니 한두 해 정도의 짧은 시간에 완성될 수 없다.“는 말이다. 이 말에 이어지는 말이 “자신이 저지른 실수로부터 배워 나가는 매우 고통스러운 방법이 가장 좋은 투자(投資) 방법이다.”란 말이다.

 

저자는 세상에 잃어도 되는 돈은 없다는 말을 한다. 저자는 지난 18년간 주식시장에 머물면서 놀라울 정도의 수익도 경험해 보았고 마음이 무너지는 실패 역시 경험해 봤지만 언제나 꿋꿋하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되어 준 건 매일매일 손으로 써내려가며 몸에 익힌 투자의 감각과 다져진 훈련이었다고 말한다.

 

하루 10분의 습관으로 투자노트를 기록하고 시장을 점검하는 훈련을 통해 비로소 지속 가능한 투자자의 삶을 살 수 있음을 확신한다고 말한다. 책을 넘기니 2021년을 분기별로 나누고 각 월마다 주요 일정을 정리해 놓았다. 가령 3분기 중 9월은 독일총선이고 9일은 한국 선물, 옵션 동시 만기일이라 적혀 있다. 26일이 독일 총선이니 9월 독일총선이란 말은 그 달의 가장 큰 이슈를 말하는 것일 테다.

 

치밀하고 꼼꼼하게 우리나라뿐 아니라 외국의 정치와 경제 등 이슈를 주식투자, 그리고 노트 작성과 연결짓도록 했음을 알 수 있다. 투자노트 사용설명서도 포함되어 있다. 가장 중요한 지침이 아닐 수 없다. 상한가 분석, 테마정리, 주간/ 월간 리포트 + 유튜브 추천주, 주차별 관심 종목, 시장현황, 뉴스분석, 매매일지 - 매수, 매매일지 - 매도 등의 항목을 볼 수 있다.

 

매매일지는 주식 입문자부터 고수까지 반드시 작성해야 할 기본 중의 기본이다. 거래 데이터는 HTS나 MTS에서 검색 가능하지만 투자원칙과 실수를 점검하는 건 매매일지에서만 가능하다. 마치 수험생의 오답노트처럼 투자 실수를 복기하며 성공 투자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매매일지의 핵심이다. 매수는 기술, 매매는 예술이라 한다.

 

정확한 매도 근거를 세워야 한다. 매미일지에는 이런 항목들이 포함되어 있다. 종목명, 비중, 승/ 패, 실현 수익, 매수가, 매도가, 목표가, 손절가, 공략 계획, 매수일, 매수가, 매수 근거, 수량, 비고, 대응전략, 매도일, 매도가, 수량, 비고, 매매평가...이 책을 보며 하는 생각은 투자자는 아니지만 주식을 막연히 주먹구구식으로 생각했다는 데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많은 투자자들이 이런 정교하고 구체적인 노트를 작성하지 않으리란 생각이 든다.

 

감(感)에 의존하고 직관에 따라, 기분에 따라 투자를 한다는 생각이 든다는 말이다. 지난 주 한 지인이 내게 주식 투자에 대해 물었다. 의아했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서 그가 내가 책을 많이 읽기에 한 질문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에게 이 책을 추천해야겠다. 저자의 오답노트라는 말이 가슴에 파문을 일으킨다. 학생시절에도 작성하지 않은 것이 오답노트가 아닌가.

 

맞힌 문제에 집중하는 것은 발전이 없다. 틀린 문제를 다시 틀리지 않게 하는 것이 방법이다. 주식도 같은 원리를 따르리라. 야구 이야기로 투자노트의 가치를 설명할 수 있겠다. 학생 시절 선동열 투수는 야구 일기를 썼다. 가령 컨트롤을 보자. 그에 의하면 컨트롤에는 세 가지가 있다. 1. 몸 균형에서 오는 컨트롤, 2. 볼을 쥐는 그립, 3. 자기 정신의 컨트롤 등이다. 그는 고교 2학년에 야구 십계명도 썼다.

 

야구 노트든 투자 노트든 하나 하나 채워나가는 과정이 핵심이다. 주식을 하지 않지만 투자노트로부터 많은 시사점을 얻었다. 소설가 박태원을 플라뇌르(만보객; 漫步客)으로 볼 수 있다. 그는 대학노트를 옆에 끼고 거리를 걸으며 관찰한 것을 꼼꼼하게 기록했다. 만보객은 어슬렁어슬렁 걷는 사람이지만 그의 눈은 매서웠다.

 

호랑이의 날카로운 눈으로 주변의 정황을 살피고 황소의 육중한 걸음걸이처럼 행동한다는 뜻의 호시우행(虎視牛行)이란 말이 떠오른다. 주식 투자는 어떨까? 잘 모르지만 투자노트를 쓰면 자기만의 비결이 캐치되지 않을까? 이상우 저자의 조언에 감사한다. 기록하는 사람, 그러나 꼼꼼히 나아가 의미 있게 기록하는 사람이 이긴다. 거기에 바른 생각이 개재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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