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로기(初老期) 인지증(認知症; 치매의 순화어/ 대체어)을 앓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정희성 시인의 시 ‘새벽이 오기까지는’을 떠올린다. “새벽이 오기 전에/ 나는 머리를 감아야 한다/ 한탄강 청청한 얼음을 깨서/ 얼음 밑에 흐르는 물을 마시고/ 새벽이 오기 전엔/ 얼음보다 서늘한 마음이 되어야 한다...”
유신(維新) 정권 말기인 1978년 나온 시다. 저 한탄강은 어느 한탄강을 이르는 말일까? 철원 한탄강인지, 연천 한탄강인지 궁금하다. 얼음 밑에 흐르는 물을 마시고 얼음보다 서늘한 마음이 되어야 한다는 말은 비유적으로 쓰인 말이리라. 한탄강이 논의되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시인은 “얼음 밑에 흐르는 물을 마시고 얼음 보다 서늘한 마음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나는 냉철한 판단력과 기억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점은 마음 또는 정서가 인지(認知)작용이나 지성(知性)의 작용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사실이다.(스피노자로부터 배우는 진실이다.) 서늘한 마음을 지향하든 유연한 마음을 지향하든 자비를 지향하든 늘 성찰하고 지켜보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