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지질 해설사 이**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재작년 주민탐사단 답사 일정에 참여한 분으로 나는 그 분을 기억하지 못했는데 그 분은 나를 기억하셨다. 대화가 이루어진 곳은 부곡리(釜谷里) 재인폭포 지질해설사 사무소였다. 친구와 점심을 먹고 혼자 돌아가기 싫어 잠시 이야기하다가 귀가하려고 들렀으나 훨씬 많은 시간을 보냈다.
어제와 다르게 바람도 잦아들었고 추위도 물러가 참 좋았다. 사무소에서 재인폭포 입구까지 오고 가고 거의 한 시간을 걸으며 중간 중간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선생님이 경복궁 이야기를 하신 것이 계기가 되어 많은 문화유산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두 아들의 체험학습에 동행한 까닭에 아는 것이 많은 분이셨다. 궁궐/ 마을 해설을 한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이 선생님처럼 문화 해설을 하시는 것이 아니면서 아는 것이 많은 분들을 보면 더 열심히 공부해야지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해설을 하는 입장에서 부끄럽지 않은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 하나 하나의 내용을 아는 것도 중요하고 그 내용들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데에서 큰 내공을 발휘해야 한다. 청자(聽者)가 미처 접하지 못한 새로운 내용을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롭다고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새로움에 지나치게 의미를 두다 보면 배치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대화의 효용은 다양하다. 연습도 되고 공유도 할 수 있고 피드백도 받을 수 있다. 공유는 구체적 내용을 알려주는 차원이기도 하고 단서 또는 영감을 주는 차원이기도 하다. 귀기울여 듣는 분, 피드백을 해주시는 분, 공감하시는 분 등을 만나면 기운이 난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청자의 반응에 늘 유의해야 한다는 점이다. 관심사를 중심으로 적당한 분량을 전해야 한다. 최근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평소 자신감이 큰 한 해설사에게 한 청자가 해설을 듣고 나서 ”지금 하신 말씀 말고 더는 없나요?“란 말을 했다고 한다. 그 해설사의 마음이 어땠을까?
늘 되새기는 말 가운데 하나가 빙산(氷山)처럼 큰 덩어리를 준비해 일각(一角)을 제시하고 물음이 있으면 더 들려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풀어서 말하자면 다다익선(多多益善)의 자세로 준비해 간결(簡潔), 정교(精巧), 신선(新鮮)하게 전하기다. 새로운 내용 한 마디를 장착(裝着)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다양한 책을 읽어야 한다. 마을 주민들에게 묻는 것도 필요하다. 김명희 시인께서는 시인은 망원경, 현미경, 내시경, X ray 등의 시각으로 대상을 보아야 한다는 말을 했다. 해설은 그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상당한 내공이 동반되어야 한다. 올해는 서울에 몇 번 가지 못했다. 이제 곧 바빠질 것이다. 바쁨을 활기로 번역하고 싶다.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