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로 이런 저런 프로그램들을 보고 있다. 적어도 한 달 전까지는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그렇다고 내 유튜브 시청 역사가 한 달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클래식 음악을 오래전부터 유튜브로 보아왔기 때문이다.

 

한 달이란 짧은 기간에 많은 유형의 프로그램을 옮겨다녔다. 프로야구 스토브리그, KBS 역사 스페셜, EBS 지질 프로그램, 두 살 정도부터 올라 현재 다섯 살 정도가 되었을 오뉴라는 귀여운 아이(너무 귀엽고 똑똑해 다른 아이들은 건너뛰게 한) 프로그램. 유머 또는 개그, 서울대 정선근 교수의 근육/ 관절 프로그램, 위장 건강 프로그램, 답사 프로그램, 스피치 비법 전수 프로그램, 심리상당 프로그램 등...

 

요즘은 시쓰기 강의와 철학 강의(황수영 샘의 베르그송 강의, 진태원 교수의 스피노자 강의, 백승영 교수의 니체 강의 등) 정도를 주로 듣는 다운사이징에 성공했다. 주역(周易)은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시간을 낼 생각이다. 등단에 뜻이 있어 시쓰기 강의를 듣는 것은 아니다. 이해를 위해서이고 해설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글쓰기 강의는 예전에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대하지 않을 생각이다. 나는 아직도 글쓰기는 넓게 읽고 특정 책은 깊이 읽는 독서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거의 대부분의 글쓰기 강의가 ‘두괄식으로, 짧게, 쉽게 쓰라’는 말로 콘텐츠를 채운다고 보아도 지나치지 않다.

 

게시 순서대로 실시간으로 듣는 것이 아니기에 언제 오른 것인지 모르지만 어제 시쓰기 강사께서 자신의 강의로 인해 오프라인에서 유료 시쓰기 강의를 하는 시인들에게 피해가 초래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말씀을 하는 것을 들었다.

 

공감한다. 누구나 알 듯 유튜브는 무료 강의다. 그래서 자유롭다. 구독자가 많으면 금액으로 보상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구체적인 조건은 잘 모르고 알고 싶지도 않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기에 경쟁도 치열하고 선진(先進) 유튜버들은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한다. 쉽게 보이지만 자신만의 새로운 것을 개발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한다. 모든 강의가 유료냐 무료냐의 기준이 아니라 완성도를 기준으로 선택되기를 바란다.

 

특히 현재 우리나라처럼 수준 높은 문학도들이 운집한 그라운드에서 무료라고 듣고 유료라고 듣지 않는 수준 낮은 일이 벌어지지는 않으리라 믿는다. 더구나 대부분의 시쓰기 프로그램 구독자들은 등단을 목표로 하는 분들일 테니 필요한 것을 듣지 필요하지 않거나 퀄리티 없는 프로그램을 무료라고 듣지는 않을 것이다.

 

재작년 가을 D 데이 하루 전 갑작스럽게 숭의전 해설 의뢰를 받고 수년 전 들렀던 그곳의 구조를 유튜브로 보고 정리한 기억이 난다. 유익한 경험이었다. 유튜브에 관계되는 일은 이렇듯 즐겁다. 만들어 게시해 구독자가 상당수에 이르면 더 즐겁겠지만 그 어려운 일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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